대선마다 강조된 文대통령의 인사원칙, 집권 이후 낙마 또는 임명강행 되풀이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인사원칙에 대해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당시 5대 부패·비리에 대한 공직임명 배제를 주장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도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 전입 △연구부정 등은 공직에서 배제하는 5대 인사원칙을 발표하며 공직자 인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막상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인사원칙이 무색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첫 내각 인사부터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후보자들이 위장 전입 의혹을 받았고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음주운전 사실과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허위 혼인신고 의혹을 받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음주운전을 거짓 해명한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은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첫 인사에서부터 원칙이 훼손되자 같은 해 11월 기존 5대 원칙에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 등을 더한 7대 분야 원천배제 원칙을 내세웠다.
이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고 인사청문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해당 인사들이 끝내 임명되자 청와대의 인사원칙과 검증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지난달 25~27일 진행된 2기 내각 후보자 7명의 인사청문회에서도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더불어 편법 증여 의혹에 휩싸였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역시 부동산 관련 다운계약서와 차명 거래 의혹을 받았다. 박영선 후보자는 논문 표절을 비롯해 자료 제출 논란으로 집중 포화를 받았고 조동호 후보자도 외유성 출장,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 현황을 통해 재개발을 앞둔 지역의 상가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스스로 물러나자 정부의 인사 참사 비판은 더욱 높게 일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청와대가 스스로 인사를 철회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철회를 발표했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같은 날 자진사퇴했다.
문제 있어도 임명되는 국민검증 무시 행태에 전문가들 “제도보완” 한 목소리
인사문제와 관련해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자 사실상 국민검증이나 다름없는 인사청문회를 무시하는 청와대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고위공직자들의 자질 및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시작한 인사청문회는 도입 초반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감사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 한정됐으나 범위가 넓어지며 국무위원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사청문회의 맹점도 드러났다. 도덕성과 정책능력 검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지 않고 자극적인 소재로 문제 삼기에 급급했다. 또한 현역 국회의원, 관료 출신의 경우 의혹이 있어도 별다른 문제없이 통과되는 ‘현역불패’, ‘관료불패’가 지적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이후에는 기존에 없던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라는 새로운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대통령이 내세운 인사원칙에 맞지 않는 일부 후보자들이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어차피 대통령이 임명할 텐데 인사 검증과 청문회는 왜 하느냐’는 조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인사청문회는 국민무시, 국정포기 인사청문회였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에게는 모두 부적격이고 정권에만 적격인 후보자였다”고 평가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문재인정부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은 총 8명으로 박근혜정부 시절의 숫자를 넘어섰다”며 “자격이 부실한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비토권을 강화해 청와대의 부실 검증과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처럼 사전 검증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은 사전서류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자료 제출 요구도 까다롭다”며 “우리도 그런 역할을 갖춰 사전에 철저히 심사한다면 청문회에서 사사로운 것들이 검증되고 걸러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청문회는 정부의 소통 부재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며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지 않도록 국회 인준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우리는 17명에 불과한데 그 대상을 장관급 이상까지 넓혀야 한다”며 “사전 검증이 어려운 만큼 국회에서 이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확실한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 교수는 “현행 청문회 제도는 정책검증보다 도덕성 검증으로 가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국회에 많은 책임을 지게 하기보다는 청와대에서 도덕성 검증에 대한 확실한 매뉴얼을 통해 평가하고 청문회에서는 정책부분을 검증하는 식으로 이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 문제는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세웠음에도 그 시스템을 가동시키지 못한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며 “앞으로 도덕성 검증의 책임은 청와대가 지고 국회는 정책을 검증하는 역할로 정비해야 청문회의 취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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