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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모자의 죽음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의 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탈북민들은 대부분 풍요롭고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이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한성옥 씨 모자 사건은 탈북민에게나 우리 국민들에게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와 복지가 마련되고 시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어느 부분에 구멍이 있었던 것일까. 탈북 여성들의 경우 브로커를 통한 인신매매와 강제결혼, 성매매 등의 함정을 모면하거나 빠져나와 한국 사회를 찾아왔으나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탈북민에 대한 지원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여서 취업에 취약한 탈북여성과 탈북 청년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탈북민들의 열악한 실태를 금주 이슈포커스로 선정하고 관련 내용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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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김진강·배태용·임보련 기자] 지난 7월 31일 탈북민 모자(母子)가 집안에 먹을 것 하나 없는 상태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후 일부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과 탈북민 관련 단체들이 탈북민 실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극적 사건의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과 논의도 이어졌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던 제2회 북한인권법 시상식에는 국회인권포럼,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뿐 아니라 탈북모자시민장례위원회가 주최자로 함께 참여해 탈북민 정착 지원정책에 관한 논의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탈북인 모자 아사 사건은 탈북민, 특히 여성 탈북민이 탈북 과정에서부터 한국 사회에 정착에 이르기까지 매 단계마다 겪을 수 있는 비극적 상황이 중첩된 결과로 결론지어졌다. 고 한성옥 씨는 대부분의 탈북여성들이 그런 경로를 거쳤듯이 탈북 브로커에 의해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해 중국 남성과 강제결혼한 후 어렵사리 한국으로 넘어와 정착을 시도했으나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올 6월 기준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총 3만3022명이고 그 중 72%인 2만3786명이 여성이다. 여성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북한에서 여성이 경제적·사회적인 약자로서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인 생존권이 박탈당해온 현실을 반영한다.
스카이데일리는 자유를 찾아 먼 길을 돌아 한국에 정착한 탈북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탈북과정과 남한 정착과정에서 맞닥뜨려야 했던 공통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인터뷰에 응한 탈북여성들은 한결 같이 자신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신분이 노출되는 경우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의 신변이 위험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탈북 여성들의 험난한 여정, 탈북브로커→中인신매매단→강제결혼·유흥업소
북한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대개 탈북 브로커의 도움을 받는다. 8년 전 브로커를 통해 탈북한 김경화 씨(가명·여·28세)는 당시 브로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5000위안이었다고 밝혔다. 본인은 그나마 브로커가 부모님과 아는 사람이어서 4000위안을 지불하고 강을 건넜다고 덧붙였다. 중국 땅에 발을 딛게 되면 브로커는 탈북 여성을 중국 현지인에게 돈을 받고 넘긴다. 이들을 인계받은 중국인은 결혼을 원하는 중국인 남성이나 유흥업소에 다시 판다.
김 씨는 “내 경우는 꽤 운이 좋은 편이었다”면서 “중국 현지인이 다른 곳에 보내지 않아 그 집에 몇 개월간 머물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탈북했던 다른 여성들은 아마도 유흥업소로 팔려간 듯하다”며 “그 후에도 때때로 북한에서 온 여성들이 중국 현지인의 집에 잠시 머물다가 어디론가 보내졌다”고 회고했다.
김 씨가 운이 좋았던 것은 현지인 부부가 곱상하게 생긴 그녀를 마음에 들어해서 아들과 결혼시키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번은 그들이 아들 이야기를 꺼내면서 저를 아들과 결혼시키려는 눈치였는데 저는 죽기보다 싫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치 않는 결혼을 모면하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한편으로는 먼저 탈북해서 중국에 정착하고 있던 먼 친척을 수소문해 연락처를 알아냈다. 김 씨는 “친척이 와서 제 몸값을 주고 저를 데려갔는데 인신매매단 부부는 자신들이 브로커에게 지불했던 금액의 3배를 몸값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그곳에 계속 있었다면 중국 남성과 억지로 결혼하거나 아니면 다른 유흥업소에 성노예로 팔려갔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탈북 여성 60% 성노예 전락, 정신적 피해로 인한 상처 평생 안고 살아
성노예로 팔려가는 탈북여성들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서는 영국의 민간단체 코리아미래계획(Korea Future Initiative)이 영국 하원에 제출한 ‘성 노예들; 중국 내 북한 여성과 소녀들의 매춘과 사이버 섹스, 강제 결혼(SEX SLAVES; The Prostitution, Cybersex & Forced Marriage of North Korean Women & Girls in China)’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밝혀져 국제 사회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여성의 약 60%가 중국에서 인신매매단에 의해 성노예로 팔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남성과 강제 결혼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중국 남성과 결혼해도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탈북 여성과 아동의 인권 보호 등 ‘인간안보’를 목표로 하는 민간단체 ‘징검다리’의 김형수 공동대표에 따르면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한 탈북여성들은 대개 중국 남성과의 원치 않는 혼인과 출산으로 ‘노예와 다름 없는 삶’을 강요 당한다. 한 탈북민은 팔려가는 탈북민 여성들이 중국에서 ‘돼지’로 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얼마 전 사망한 고 한성옥 씨도 중국 남성과 강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도망치듯 한국으로 온 케이스다.
지난 21일 치러졌던 한 씨 모자의 시민장례식이 있기 전 광화문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탈북 여성들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삭이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김영희(가명·여·48) 씨는 “탈북 여성들은 대부분 중국에 인신매매로 팔려간다”며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중국 및 해외에서 인신매매로 끌려가 숨어서 살기 때문에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 늘 숨어서 목숨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 넘어와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어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넘을 때 약 80%이상의 여성들이 인신매매로 팔려간다. 공안에 붙잡히면 북송 당한다. 일단 중국으로 넘어가면 중국어는 모르니까 우선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브로커들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탈북여성들이 브로커 손에서 중국인 인신매매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인신매매로 끌려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살다보니 생활이 순탄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배우자가 좋든 싫든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본인의 붙잡혀 사는 삶이라도 당장 신변의 위협이나 위험을 느끼지 않는 정도라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감내한다. 우리처럼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면 자식도 같이 한국에 데려오고 싶어 하지만 중국 남편들이 ‘내가 널 돈 주고 어떻게 샀는데’라며 자식을 데려가고 싶으면 자신들도 같이 데려가라고 협박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탈북여성 박현자(가명·여·47) 씨는 “일면식도 없는 한 씨 모자의 비극적인 죽음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통곡이 터져 나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이곳(분향소)를 찾는 사람들(탈북여성)이 하나같이 와서 통곡을 했다”며 그들만이 느끼는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탁상행정에 좌절하는 탈북인 여성들 “고 한성옥 씨 모자 죽음은 사회가 낳은 비극”
▲ 탈북여성 박현자(가명) 씨는 분향소를 찾은 탈북여성들이 고 한성옥 씨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하나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그들만 느끼는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진=박미나 기자]
대부분의 탈북 여성들은 어렵게 찾아온 한국 땅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더욱 큰 어려움에 부딪쳐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아이가 있거나 몸이 성치 않은 여성들에게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직업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고 한 씨의 경우도 아픈 어린 아들을 맡길 데가 없어 제대로 일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자 씨는 “고 한성옥 씨는 무려 2년 동안 휴대폰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북한에서 굶어죽을까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왔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성옥씨가 구청에 도움을 청했는데 서류문제로 지원을 거절당했다. 지원을 거절당했을 때의 그 좌절감이 얼마나 컸겠는가. 갖은 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누구한테 손 내밀 곳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살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거주한지 10년이 지나 의료보호 1종 혜택이 끝나버렸다. 월 10만원으로 생활하는 한 씨가 일반 보험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었겠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이정복(가명·남·47)씨도 거들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탈북여성은 요양원 일을 하다 갑상선 암이 생겨 일을 그만두게 됐다. 1년 정도 일을 하지 못하면서 기초생활수급비를 신청했는데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나이(45세)라고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비 마련을 위해 알바 등을 전전하다 돈을 모아 수술하려니까 몸이 너무 약해서 수술받다가 죽는단다. 몸보신 좀 하고 오라고 하면서 4번이나 수술이 미뤄졌다. 몸보신하느라 모아둔 돈도 다 써버리고 수술비가 없으니 또 수술도 미뤄지고 결국 올해 3월 20일 수술 받고 다시 기초생활수급비를 신청했는데 또 거부당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방사선 항암치료를 받아야하는데 돈이 없어 일반 물리치료를 받았다. 내가 담당 형사한테 물어보니 구청에 긴급구제 신청을 하라고 해서 조언했는데 지금 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의 탁상행정과 무관심 때문에 탈북민들이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린다”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에 임했던 김경화 씨는 “지금까지도 구청이든 어디서든 한 번도 연락 온 적이 없다가 한성옥씨 사건이 발행한 후에야 구청에서 담당자가 전화를 해서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면서 “진작에 관심을 갖고 관리를 했다면 이런 비극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탈북민의 약 80%가 건강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취업률이 38.9%로 낮을 수밖에 없다. 무려 40.3%가 빈곤층에 속하며 자녀가 있는 경우 육아와 교육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광수 제3대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향후 복지 사각지대에서 불행한 죽음을 맞은 고 한성옥 씨 모자와 같은 어이없는 죽음 재발 방지를 위해 국회 차원의 탈북민 정착지원체계의 종합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선옥·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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