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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식사 하실래요’

경상도서 만난 충청도 음식 석갈비

[전통문화 체험관광 식후경①] 경북 영양 <석보갈비>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10-13 16:28:25

 
▲ 맛 칼럼니스트 유성호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3일간 ‘2019 전통문화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둘러보기 위해 영양, 울주, 통영, 산청, 고령 반도의 남쪽 경상도 권역 5개 도시를 누볐다. 가장 먼저 서울서 4시간을 달려 다다른 곳은 경북 영양. 최종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점심 식사부터 했다
 
말 그대로 자연스레 식후경이 됐다. 영양을 시작으로 23일간 다니면서 외식한 이야기와 지역 전통문화 체험관광 프로그램 소개를 차례로 싣는다. <필자 >
 
 
석갈비, 예산갈비가 충남지역서 퍼지면서 발전한 음식
 
▲ 경북 영양 석보갈비의 석갈비. 뜨끈하게 데운 돌판에 숯불서 구운 한돈 돼지고기를 얹어 나온다. 6600㎡(2000평) 규모 텃밭서 기른 채소를 반찬으로 올린다. [사진=필자 제공]
 
영양군 석보면 석보로 한적한 국도변에서 단단한 검정색 철제 외관을 가진 <석보갈비>를 만났다. 석보란 지명은 신라시대 때 사용한 석보부곡에서 유래됐다. 석보갈비의 메인 메뉴는 석갈비다. 이 지역음식이 아니다. 속설에 따르면 충청도 지역에서 생겨난 음식이다.
 
공주대 이명희 역사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간장 양념을 하고 숯불로 구운 다음 뜨겁게 데운 돌 접시에 놓아 식탁에 내놓는 것이 예산갈비의 특징이다. 이 음식이 석갈비 원형으로 대전, 공주 등에 퍼지면서 충남도 지역 대표음식이 됐다는 것이다.
 
<석보갈비>는 김경숙 대표와 아들인 장수혁 씨 둘이 단출하게 운영하는 모자식당이다. 간판에 적힌 'stem food'를 지향하는 식당답게 6600(2000) 규모의 인근 텃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갖은 채소를 상 위에 올린다. 이날 차려진 걸 보니 고구마줄기, 가지, 연근, 우엉, 배추김치, 도라지, 고추, 오이와 상추, 적양파 등을 한데 담은 샐러드 등 푸성귀가 풍성하다.
 
거기에 여러 채소를 썰어 넣은 야채전까지 온갖 땅의 것이 대거 출동 했다. 모든 품종을 농사짓긴 어렵겠지만 최대한 자급자족으로 수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식당경영에도 도움이 되지만 손님입장에서는 신선한 제철 로컬푸드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다.
 
▲ 어머니 김경숙 대표와 아들 장수혁 씨. 한식에 강한 어머니와 양식 셰프 경력을 가진 아들의 ‘콜라보’가 기대되는 식당이다. [사진=필자 제공]
 
석갈비는 뜨끈하게 데운 돌판에 큼지막한 새송이버섯 몸통 부분을 정사각형으로 슬라이스 쳐서 양파와 함께 깔고 그 위에 숯불서 구운 돼지고기를 얹어 나온다. 국산 한돈을 사용하는데 돼지 갈비와 삼겹 부분을 적절히 섞어 준다. 간장 베이스 돼지갈비는 불고기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비슷한 음식이지만 주로 살코기만 사용하는 담양지역 돼지갈비에 비해 비계 부분을 사용해서 촉촉하단 느낌이다.
 
1인분 가격을 1만원 이하인 9000원으로 맞추고 대신 무게를 150g으로 정한 것은 가격정책 측면에서 괜찮은 시도다. 전에는 한우석갈비, 통삼겹살, 김치찌개 등도 했는데 지금은 메뉴에서 뺐다. 대신 사골부대찌개를 도입해 객단가를 높였고 조리가 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사이드 된장찌개를 내고 있다. 구수한 향미의 쌀을 사용해 밥맛이 좋은 것도 큰 경쟁력이다.
 
김 대표는 부산에서 11년 전에 귀농해서 오래된 길가 점포에 2012년부터 <석보갈비>를 열었고 수혁 씨는 서울서 4년간의 양식 셰프 생활을 접고 지난해 11월 내려 와서 가업을 잇기 시작했다. 필자가 영양엘 간다고 하니까 이곳이 고향인 조영수 민주평화당 원내행정기획국장이 단박에 오지라고  부를 정도로 <석보갈비> 앞 국도는 인적도 없고 차량 통행도 많지 않다. 식당 옆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지사 생가가 간신히 적막함을 달래주고 있다.
 
▲ 석갈비 한상차림. 좋은 쌀을 사용한 밥맛이 좋은 것도 <석보갈비>의 큰 경쟁력이다. [사진=필자 제공]
 
비록 외진 곳이지만 <석보갈비>는 지역 명소가 될 만한 다양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일단 모자 2대 식당 운영이 주는 지속가능성과 안정감이 고객에게 어필하는 바가 크다. 두 사람의 인생 역사가 자연스레 스토리텔링 소재가 될 수 있다.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산뜻한 건물과 쾌적하고 널찍한 실내,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한 인테리어 역시 고객들이 만족할만한 요소다. 웬만한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는 것도 음식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한식에 강한 어머니와 양식 셰프 경력을 가진 아들의 콜라보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좋은 자산이다.
 
다만 음식에 대한 디테일은 한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청송과 함께 청양고추의 본고장인 영양임에도 불구하고 고추요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듯하다. 야채전에 청양을 다져서 넣어도 알싸한 게 맛나고 냉동게가 들어간 된장찌개의 비릿한 맛도 깔끔하게 잡을 수 있다. 밑반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골 토속음식이라기 보다는 도시화된 흔적이 많이 있다. 한마디로 토속과 퓨전 중간쯤 위치해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토속적인 맛을 지향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다. 향후 예약 손님 위주 영업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욕심 같아선 석갈비에 숯불향이나 불맛이 좀 더 들어갔으면 싶었다. ‘음식디미방의 고장인 만큼 규곤시의방에 실린 레시피를 한두 가지 도입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도 추천해 본다. 그것도 음식디미방 전수자에게 사사 받는다면 두고두고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여중군자 장계향의 음식디미방이 탄생한 곳
 
▲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입구전경과 장계향 유적관 [사진=필자 제공]
 
식후 곧바로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전통문화 체험관광 프로그램으로 음식디미방 체험 및 장계향예절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전국을 대상으로 10개의 전통문화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선정한다. 해마다 심사를 통해 운영이 미진한 곳을 제외시키고 빈자리를 신규로 지정하면서 프로그램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
 
음식디미방 프로그램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선정돼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은 국비, 지방비, 민자를 합쳐 총 239억원이 들어간 큰 규모 시설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열어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는 가운데서도 아카데미 운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교육관 운영은 영양군 산하 문화시설사업소에서 맡고 있고 프로그램운영은 영양축제관광재단이 하고 있다. 이날은 정영길 소장, 심영희 문화체육교육담당, 정창진 주무관이 나와 프로그램 진행상황과 교육관 일대를 함께 둘러보며 현장설명을 했다.
 
▲ 장계향유물전시관에 전시된 2015년 대구물포럼 대통령 공식 오찬메뉴(좌 상단)와 음식디미방 재현 요리 [사진=필자 제공]
 
여중군자라고 불리는 장계향은 조선 중기 대가집 규수로 1670년 경 음식디미방이란 최초 한글 조리서를 지었다. 이는 우리 전통음식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친 실증적인 조리서다. 특히 당시 사대부가에서 잘 사용하지 않던 한글을 사용했다는 점이 기록유산 측면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군은 이 조리서의 유네스코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영양군은 장계향콘텐츠를 활용해 음식디미방 음식체험과 예절교육, 두들마을 고택체험을 연계한 전통문화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음식체험은 식사체험과 음식만들기 체험으로 나뉘고 식사체험 때 밥상머리 예절 교육을 함께 한다. 음식만들기는 80분간 진행되고 음식디미방에 적힌 레시피 중 석류탕, 석이편법, 빈자법 등 중에서 체험할 수 있다. 재령이씨 석계 이시명의 13대 종부인 조귀분 여사가 음식디미방 전수자로 활동하면서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 석계 이시명 선생의 13대 종부이면서 음식디미방 전수자인 조귀분 여사. 이날은 tvN '수미네반찬‘ 촬영을 위해 현장에 나와 있는 모습 [사진=필자 제공]
  
두들마을은 조선시대 구휼기관인 광제원이 있던 곳이다. ‘언덕(두들)에 위치한 원이 있던 마을에서 유래했다. 1640(인종 18) 병자호란 때 석계 선생이 들어오면서 재령 이씨들이 모여살기 시작했다. 정부인 장계향은 석계 선생의 부인이다.
 
두들마을에는 석계선생 서당인 석천서당과 석계고택 등 고택이 여러 채 남아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프로그램 안착 기간이었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육원이 운영될 예정이다.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관광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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