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란 결국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 같은 것 아닐까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잘 관찰해서 이를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주니까요.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MBC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 ‘도시인’ ‘창공’, SBS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 ‘불량커플’ ‘사랑은 아무나 하나’, KBS드라마 ‘울랄라 부부’ ‘차달래 부인의 사랑’과 같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뒤에는 이를 탄생시킨 최순식 작가가 있었다. 스카이데일리는 올해로 드라마 작가 데뷔 30주년이 되는 최 작가를 만나 오랜 시간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시간들에 대해 들었다.
“드라마 작가로서 우리가 살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위로가 되게 해주는 그런 드라마를 쓰고 싶은 마음이 늘 있지요. 많은 사람들의 삶이 겉에서 보는 것과 속사정이 차이가 있기 마련이죠. 저는 우리가 인생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해요.”
신춘문예 시나리오 당선을 계기로 드라마 작가로 활동 시작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태어난 최순식 작가는 대학교 재학 당시 전공이 뜻밖에도 수학교육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평소에 그림도 잘 그렸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직장에서 계리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3년 정도 근무했지만 그 길이 평생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그후 그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글쓰기를 배워본 적 없는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작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0개월 가량 독학을 하면서 작가가 되기 위한 의미 있는 도전에 인생을 걸었다. 우선 평소에 꿈꿔왔던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신춘문예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수없이 도전한 결과 1990년 마침내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고래의 꿈’이 당선되면서 작가로서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그는 드라마 작가로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1991년 MBC베스트셀러 극본 공모에 도전해 ‘하얀집의 천사’가 당선되면서 MBC 전속작가로서 12년 동안 MBC드라마에 많이 참여했다. 그 중에서도 한때 많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 의 ‘피노키오의 장난’이라는 에피소드를 계기로 최 작가는 방송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접어들었다. 이후 ‘도시인’과 ‘창공’을 통해 작가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작가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전공 석사과정을 마쳤다.
작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소재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제가 준비하는 드라마 중에서 공군사관 생도 이야기를 다룬 ‘창공’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이 드라마를 준비할 당시 공군교육사령부 생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현실을 제가 직접 경험해보려 노력했어요. 작품을 쓰기 전 사전 준비 작업인 셈이죠. 다른 드라마에서 본 적 없었던 참신한 소재를 찾으려고 늘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려 노력하죠. 그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작품이 2006년 ‘돌아와요 순애씨’ 예요.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를 활용한 작품인데 이런 시도는 제가 국내 최초이죠. 최근에는 작품을 준비할 때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 관심 있는 소재와 관련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소설을 읽기도 하면서 간접 경험을 쌓죠.”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박진희가 연기한 20대 스튜어디스 초은역이었어요. 젊은 여성이 아줌마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배우가 연기를 잘 해줘서 작가로서 드라마를 보면서 매우 흐믓했어요. 연기를 잘 해준 배우들한테 고마웠고 드라마도 잘 돼서 행복했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어려웠던 시간이 있었는지 물었다. 최 작가는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아침 드라마 작품을 3번 연속으로 써야할 때였다고 회고했다.
“6개월 동안 계속해서 쉬지 않고 드라마를 쓴다는 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리거든요. 아침 드라마나 일일연속극 대본은 보통 장편소설 10권 정도 되는 엄청난 분량이죠. 거의 살인적인 원고량이라 말할 수 있어요. 이런 작업이 몇달 동안 계속되면 피로에 지쳐 쓰러질 정도죠. 오죽하면 엄청난 작업량 부담을 못 이겨 도망간 작가도 있었으니까요. 당시 다행히 다음 작품을 준비하던 작가가 있어서 그 작가가 대신 마무리했던 에피소드도 있었네요.”
“그리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일도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대학원 다니면서 멜로 드라마에 대한 연구를 논문 주제로 잡았는데 관련된 논문이 없어서 쓰느라 무진 고생을 했어요. 그래도 대학원에서 무사히 석사과정을 마쳤고 2005년부터는 대학에서 교수로 강의와 작가 일을 병행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교수 일이 적응 안 돼서 굉장히 힘들었죠. 드라마 작가로서 일도 병행해야 되는데 시간적으로 많이 여유가 없었던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네요. 드라마 촬영 전에 대본을 미리 미리 넘겨야 되니까 늘 시간에 쫓겨서 작가로서도 고민이 많았죠.”
그는 작가 일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는 아침에 운동하는 테니스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우리같이 정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이 필요해요. 테니스를 하는 게 땅을 보면서 뛰고 건강관리를 하기 좋아서 주변 작가들한테 하라고 권유하는 편이죠. 몇 개월간 운동을 배워야 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테니스를 하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여행도 가면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이에요.”
드라마 작가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무엇보다도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이라고 최 작가는 말했다. “젊은 시절 제가 쓴 드라마가 시청률이 올라가고 인기를 얻으면 그것처럼 좋은 일도 없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그 드라마가 내 작품이라고 은근히 자랑하곤 했지요. 요즘은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앞서는 게 사실이죠. 드라마 대본을 잘 쓰고 시청자들에게 인정받는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드라마 작가 활동과 대학교 교수로서 강의를 병행하며 바쁜 시간을 가짐
최 작가는 2005년부터 부산 동서대학교 영상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다. 올해로 15년째 재직 중이다. 교수와 작가로서 활동을 병행하면서 2006년에는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를 집필했는데 이 드라마는 40대 주부 순애가 항공사의 기장인 남편 일석과 불륜관계인 20대 미녀 스튜어디스가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작가의 특유에 코미디 장르로 잘 풀어낸 인기 드라마이다.
이 작품은 방영 당시에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최고 시청률 27.9%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서 여 주인공 40대 아줌마 순애 역을 연기한 심혜진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SBS연기대상 10대 스타상, 미니시리즈 부문 연기상을 수상했고 그녀와 영혼이 바뀌는 20대 스튜어디스 초은 역을 연기한 박진희는 SBS연기대상 10대 스타상과 여자 최우수 인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2년 KBS에서 방영된 월화 드라마 ‘울랄라 부부’에서도 영혼 체인지 소재를 다뤘다. 이 작품은 신현준·김정은이 출연해서 서로의 영혼이 바뀌는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며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개인적으로 ‘돌아와요 순애씨’ 이후에 오랜만에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를 쓴 드라마를 다시 하는 부담은 있었지만 울랄라 부부에 나온 두 배우 신현준 씨, 김정은 씨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제 작품이 코믹한 내용이 많이 있기도 한데 어렵지 않게 생각해주고 제가 의도한 대로 대본을 잘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내가 드라마를 잘 쓰고 있다는 보람도 느끼게 되요. 저는 되도록 소위 막장 스토리는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최순식 작가는 최근 2018년 9월에 방영하기 시작해 지난해 초 종영한 KBS 아침드라마 ‘차달래 부인의 사랑’을 집필했다. 이 드라마는 평균 이상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던 세 여자가 일시에 찾아온 중년의 위기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드라마를 시청하는 주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인기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차진옥을 연기한 배우 하희라는 KBS연기대상 연속극 부문 여자 우수상을 수상하며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최 작가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에게 드라마 작가로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물었다.
“드라마를 잘 쓰는 비법이란 특별히 없어요. 그저 자기 능력 한계 내에서 계속 고민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관심있는 주제나 스토리가 유사한 영화들을 많이 보면서 활용하거나 내 방식대로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대학교 교수로서도 드라마 작법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작가로서 공부가 된다고 말하는 최 작가에게서 그가 가지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드라마를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다.
“과거의 드라마들은 비슷한 소재와 뻔한 내용이 많이 있었고 막장드라마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드라마들이 나오긴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드라마들은 다양한 장르와 참신한 소재들을 통해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태양의 후예’, ‘도깨비’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나 ‘시그널’,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를 보면서 작가 후배이지만 배울 점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죠.”
최 작가는 현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에 도전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후에는 웹툰이나 유튜브 활동도 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작가는 대학 강의 준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열심히 연구하는데 올해 목표를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기적으로는 내년 방영될 저녁 연속극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으로 미스터리 스릴러에 도전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서 관련되는 영화나 책,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식으로 드라마를 구성할지 연구하려고 해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읽고 있는데 내용이 꽤 흥미롭더군요. 일본 추리소설도 읽고 있어요. 일본 작품을 보면서 ‘글을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구나’를 느꼈죠.”
최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인생영화로 ‘쇼생크 탈출’, ‘인생은 아름다워’, ‘글루미 선데이’ 같은 작품들을 꼽았다. “지난해에 극장에서 봤던 한국영화 중에서 괜찮게 봤던 작품이 ‘기생충’이었어요. 이 작품을 정말 감명깊게 봤는데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고, 봉준호감독이 설정을 디테일하게 잘해내서 많이 놀랐어요. 계층 간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서 훌륭한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하죠. 저보다 나이는 어린 감독이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나면 건강도 챙기면서 웹툰이나 유튜브 활동도 해보고 싶네요.”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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