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력 인사들이 속속 예비후보등록을 마치고 있다. 예비후보자 제도란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 전이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 신인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2004년 처음 시작됐다.
구랍 17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첫날 기준 47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각 지역을 책임질 예비일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총선 결과에 대한 관심도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서울 용산구는 유독 많은 관심을 받는 지역구 중 하나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민주당 국회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곳은 특히 진 장관이 중간에 당적을 바꿨음에도 내리 4선까지 한 지역이라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당적이나 색깔이 아닌 후보 개인의 성향이나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 유권자가 많다는 의미다. 각 예비후보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이 아닌 스스로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유권자들의 눈도장 찍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 대신 후보 지지 성향 강한 용산구…철새·배신자 낙인에도 능력 있으면 OK
서울 용산구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행정구역이다. 선거인수는 지난 20대 총선 기준 20만명 가량이다. △서빙고동 △후암동 △남영동 △청파동 △용산2동 △원효1·2동 △효창동 △동부이촌1·2동 △용문동 △한강동 △이태원1·2동 △서빙고동 △한남동 △보광동 등 16개동으로 구성됐다.
용산구는 진 장관이 17대 총선부터 보수정당에서 3선을 하고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고서도 당선의 영광을 안은 곳이다. 역대 총선결과를 살펴보면 17대 총선 당시 5만1025표(46.05%)를 얻으며 당시 김진애 열린우리당 후보(39.62%)에게 승리했다.
18대 총선에서는 4만7533표(58.04%)를 기록하며 성장현 통합민주당 후보(24.07%)를 큰 표차로 따돌렸다. 19대 총선 당시 5만67표(52.43%)로 조순용 민주통합 후보를 제쳤다. 20대 총선에서는 친박진영 및 새누리당(현·자유한국당, 이하·한국당)에서 ‘탈당한 배신자’, ‘철새 정치인’ 등의 비난을 받고도 4만8965표(42.77%)로 황춘자 새누리당 의원을 2.8% 차로 제치고 4선에 성공했다.
20대 총선 당시 진 장관의 당선을 계기로 용산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으로 평가됐으나 인물 개인을 중시하는 성향이 짙은 지역으로 분류됐다. 정치권의 평가가 무관하게 인물의 능력과 비전, 성향 등이 당락을 판가름하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올해 총선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띨 것으로 분석된다.
“진영 텃밭 새 주인 누가될까”…친문 대변인 vs 여성 도시계획 전문가
5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용산구에 등록된 예비후보자는 총 8명이다. 권혁기 전 춘추관장(민주당)을 시작으로 △선종문 전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정무특보(민주당) △도천수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민주당) △황춘자 한국당 용산구 당협위원장 △권영세 전 한국당 의원 △조상규 한국당 법률자문위원 △허용석 전 관세청장(한국당) △김은희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대표 등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동안 진 장관의 독주 그늘에 가려 출마를 망설였던 후보자들이 진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총 8명의 예비후보자들이 등록된 가운데 현재까지 유력한 최종후보로 점쳐지는 여당측 인사는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다. 청와대 출신이란 이점과 20여 년간 민주당에서 일해 온 경력을 앞세우고 있다.
권 전 관장은 용산 서빙고 출생으로 청량고등학교, 국민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 청년조직국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청와대 국내언론비서실 행정관,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보좌관, 민주당 전략기획국장, 국회 부대변인 등을 두루 역임했다.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측의 언론 대응을 도맡았다. 19대 대선에선 국회 부대변인직을 사퇴하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을 맡았다. 당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춘추관장으로 임명되며 대표적인 친문인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지난해 1월 춘추관장 직에서 물러나며 약 1년 남짓 숨고르기를 한 뒤 구랍 19일 용산구 내 선거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같은 당 소속인 진 장관의 텃밭인 서울 용산에서 바통을 이어받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관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중앙에서만 22년간 일하면서 지켜보던 정치와 현장에서 느끼는 정치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며 “국민들의 삶 속에서 효능감 있는 정책과 생동감 있는 소통을 전제로 한 정치만이 유권자의 인정을 받는 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더 넓게 보고, 더 깊이 있는 현장 정치를 배우며 열심히 뛰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후보 중에는 16·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과 황춘자 현 자유한국당 용산구 당협위원장 등이 최종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현재까지 당내 안팎의 분위기는 황 위원장 측으로 무게가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열린 용산구 조직위원장 공개 오디션에서 권 전 의원을 제친 이력 때문이다. 20대 총선 당시 진 장관과의 득표차가 3000표에 불과했던 점도 황 위원장 공천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황 위원장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1975년 용산에서 여군 하사관으로 군 생활을 시작해 대위로 전역했다. 이후 1984년 서울메트로에 입사해 30여 년을 근무하면서 경영혁신본부장, 고객서비스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지방공기업 최초 여성임원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추천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용산구청장 후보로, 20대 총선에선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구랍 23일 용산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문재인 정부의 폭정과 비정상적 국정운영을 바로잡음은 물론 용산을 살고 싶은 도시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며 “무너진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다.
황 위원장은 주요 공약으로 △워킹맘을 위한 24시간 보육시설 설치 △노인종합복지 위한 시니어센터 설립 △공영주차장 확대 △국제업무지구 활성화 △ 초중고 교육환경 개선 및 전통 명문고 부활 △종합병원 유치 △일자리 마련 위한 용산구 특화사업 추진 △철도 지하화 등을 내놓은 상태다.
철도공기업 출신의 경력과 도시계획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한 그는 도심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도시설, 한남동·동부이촌동을 제외한 용산구 내 열악한 주거환경 등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도시컨텐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용산구 현안을 두루 살피고 있다.
“이념논리 짙은 인사는 NO…지역민 위해 일할 수 있는 진정한 일꾼 뽑을 것”
지역 유권자들은 당적이나 정치색깔에 관계없이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능력과 진정성을 가진 인물을 지지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최종후보가 결정되진 않았았음에도 주요 공약이나 후보 개인의 내력 등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용산역 일대에서 만난 박성혁(42·남) 씨는 “아직 예비후보자들의 신분인만큼 최종후보가 누가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누가 됐든 이념논리에 치우쳐 표심얻기에 집중할게 아닌 정말 지역민들을 위해 일할 일꾼 같은 사람을 뽑을 계획이다”며 “큰 약속을 남발하기 보다는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약속들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태원에서 자영업을 하는 강창민(가명) 씨는 “용산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부촌이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하다. 하지만 현재 용산의 경제문제는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경리단길은 수년 전부터 망해가고 있고 이태원의 전체 공실률이 상당하다”며 “예비후보자들 중 지역경제에 관심을 보이는 후보를 찍어줄 예정이다”고 귀띔했다.
[장수홍 기자 / 판단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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