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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희망은 국민이다

권력형 비리 의혹·추미애 정국 등 한숨…깨어있는 시민의식 절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10-25 10:52:00

“한결같지 않은 저울추와 한결 같은 되는 다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느니라.”<잠언 20 : 10>
 
▲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그동안 공약을 남발하며 빈축을 샀던 문재인 대통령이 확실하게 지킨 게 하나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든 것이다. 모처럼 공약(空約)을 공약(公約)으로 지킨 것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었다. 그 말대로 새로운 경험을 국민은 느끼고 있다.
 
한두 번도 아니다. 거의 매일 자고 일어나면 한번도 본 적이 없고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온갖 권력형 비리(의혹)는 분노가 치밀지만 그리 놀랍지도 않다. 그런 일들이 일상처럼 늘 벌어지고 있는 것을 누누이 봐왔기에 덤덤하다.
 
권력형 비리와 은폐 시도는 함께 하기 마련이다. 좀 다른 게 있다면 비리를 숨기려는 듯한 법무부 장관과 비리를 파헤치려는 검찰총장과의 대립이다. 사람 잘못 보고 잘못 써서 된통 당하는 문재인 정권이 그저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말 놀라운 것은 어쩜 하나같이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있느냐 하는 거다. 비상식이 상식을 뛰어넘어 상식인 것처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도 당당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 날이 갈수록 그 뻔뻔함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통제도 없다. ‘감히 내 영(令)을 어겨?’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끝을 겨누는 검찰총장의 팔다리를 모조리 자르며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마치 실성한 사람 같은 모습의 법무부 장관, 모략 냄새가 물씬한 검언(檢言)유착이 모락모락 나는데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듯 감추려하며 유례없는 수사지휘권을 거듭 발동하고 윤석열 죽이기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가 오히려 권언(權言)유착으로 밝혀졌으면 부끄러워하고 자숙해야 함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사기꾼의 편지 한통(이 역시 음모의 냄새가 풍기는데)에 또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입으로 거품을 품어내고 있다. 목표는 오직 하나 검찰총장의 목을 베는 것에 있음에도 국민기만을 운운하며 영원히 권력을 잡고 있을 것처럼 ‘언론은 대검을 저격하라’고 마녀같은 주문을 하고 있다. 정작 자신이 사건들을 정치화하면서 마치 검찰이 정치화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법무부 장관을 향해 손가락질하는데도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부채질을 하며 맞장구를 친다. 국민의 대변인인지 권력의 추종자인지 모를 모 의원은 “범이 내려와서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치켜세운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불법과 비리에 연루된 청와대 참모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라임 실소유주 김봉현은 문자메시지에서 “민정수석, 정무수석 라인을 타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민의 대통령은 마치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듯이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주문했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뻔뻔함의 극치를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여당은 공수처 설치를 서두르며 야당을 겁박하고 나섰다. 공수처에서 다룰 문제라는 것이다.
 
그에 앞서 공수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의 탈선을 방지하는 특별감찰관을 3년 반이 넘도록 공석으로 방치한 이유는 무엇이며 직무를 유기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감히 묻고 싶다.
 
탈원전 감사를 하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도처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뭔가 과감한 변화가 있어야 할 때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난리가 당초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인가. 그렇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비난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어쩜 여권사람들이 불쌍하고 동정도 간다. 금태섭 전 더불어의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옳은 소리라도 할라치면 ‘문빠’들에게 좌표가 찍히고 홍의병들의 문자 폭탄이 무수하게 날아든다. 여당의 한 의원이 “솔직히 말은 안 해도 많은 의원들도 무척 힘들어한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이러니 지역구가 무슨 필요가 있으며 자유민주의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과거 역사를 봐도 악행을 저지른 권력자는 죽어서도 참시를 당하지 않았던가.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들이 감사원의 현장 감사 전날 한밤중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 관련 파일을 삭제하는 조직범죄형 대담함을 과시했다. 심지어는 삭제된 파일을 복구해도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을 수정하는 전문가적 치밀함도 보였지만 정부 여당은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해버렸다.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지 않았다면 감히 생각지도 못할 뻔뻔함을 보였다.
 
안타까운 것은 부동산 전세대란의 실정, 추미애 정국, 국제적 권위를 실추시킨 외교부,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문제가 꼬리를 물고 정권의 뻔뻔한 발언으로 국민들이 분노하는데도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이는 야당이 지적만 할 줄 알았지 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자신들이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며 임명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마음껏 희롱하고 핍박하며 모욕을 줄 수 있는 것도 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야당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이 다스리는 정치 후진국이다. ‘삼권이 분립하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성문 법전의 대원칙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단 한 사람만이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며 흔들어 놓고 있다. 이 어이없는 간극이 주권자에게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의 달콤한 향기에 취한 무리들의 교언영색에 둘러싸인 21세기 차르는 최후의 순간까지 레임덕을 눈치 채지 못했다. 정적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절대 권력의 칼날은 마침내 주인을 찌르는 것으로 마지막 소임을 다한다. 어떤 대통령도 이 엄중한 인과의 법칙을 거역할 순 없다. 문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가수 나훈아 씨가 언택트 TV쇼 ‘대한민국 어게인’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저는 책에서나 살아오는 동안에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적이 없다. 유관순 열사나, 논개, 윤봉길·안중근 의사. IMF사태 때 금 모으기에 나선 여러분 같은 평범한 국민들이 나라를 지켰다”고 했다. 특히 그날 그가 부른 ‘테스형’은 노래가 아니라 국민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애잔한 시(詩)였다.
 
나훈아의 말처럼 지금 나라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정치인도 아니고 국방부 장관도 아니다. 이들은 위기에 처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쓰러진 이웃을 일으켜주는 이웃, 몸 바쳐 인명을 구조하고 일이 끝나자 안도와 피로에 지쳐 방화복을 입은 채 땅바닥에 누워 잠든 소방관들 그리고 어떤 난관에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 되어 질서를 잃지 않고 모두가 함께 살길을 찾은 국민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으로 다시 시작한다” 고 선언한 바 있다. 정치에 부정적인 인식이 스쳐간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한 말인데 그렇지 않다. 정치의 본질을 오해했다. 정치인은 거룩한 곳의 정의와 윤리를 추구하는 성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는 모순과 혼돈의 흙탕물속에서 스스로의 몸을 더럽히는 것이다. 정치인의 무기인 권력은 타인을 내 의도대로 끌어내는 폭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인정을 받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와 손잡고 반대자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필요에 따라서는 악마와도 거래를 해야 하는 게 정치인이다.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은 이런 고행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를 제대로 잘 할 수는 없다. 그런 정치를 했으니 지금 이 나라가 엉망진창 개판이 된 게 아닌가. 무능한 참모와 관료들이 판치는 세상이 됐다. 실정과 부패가 도를 넘을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추상적 이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현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올바로 보는 혜안의 눈을 가져야 할 때다. 절대 권력을 잡았으니 최선을 다해 내 편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저주라는 인과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 아니던가.
 
시민의식이 깨어있으면 새로운 변화가 올 것이라는 작은 소망이 아직 남아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는 사나 죽으나 주의 것이로다.”<로마서 14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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