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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사설
학창 시절 폭력 노출은 평생 트라우마 된다
인권위 “초중고 운동선수 14.7% 폭력 경험”
피해자 79.6% 신고조차 못하고 “운동 포기”
“모든 폭력은 범죄·인권문제” 인식 공유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18 00:02:01
 
유명 프로 체육인들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가 설 연휴를 뜨겁게 달궜다.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이 중학시절 상습적 폭언·폭행의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당시 배구부에서 함께 생활한 피해자의 폭로였다. 이 쌍둥이 자매는 여러 예능·오락 방송에까지 출연하는 연예인급 체육인이다. 작년 1월 한국 여자배구의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주역이었다는 점에서 국가적 자산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충격이 크다.
 
남자 배구계도 시끄럽다. OK금융그룹 송명근과 심경섭의 학폭이 드러났다. 중·고 시절 배구부 후배였던 피해자는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고 급소를 맞아 고환 봉합수술까지 받았을 정도다. 송·심 두 사람은 남은 경기에 불참하는 등 근신하며 구단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피해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쌍둥이 자매는 팀 숙소를 떠난 상태다. SNS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자격 무기한 박탈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일회성 처벌에 불과하다며 일벌백계 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두 선수의 영구제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만명 이상 서명했다. 야구계처럼 ‘지명 철회’ 정도의 중징계를 비롯해 아예 프로 입문이나 국가대표 선발 시 학폭 전력자를 걸러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대중스타나 국가적 스포츠 영웅을 배출한 역사가 쌓이면서 이런 문제는 불가피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작년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선수 5만7557명의 14.7%가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 피해자의 79.6%는 신고조차 못했다고 한다. 학폭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방황하는 등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후유증으로 사회생활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학폭은 범죄이자 인권문제다. 철없는 어린 시절의 행동으로 지나칠 수만은 없다. 심각한 학폭 가해자는 체육계에 자리 잡을 수 없음을 저학년 때부터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학폭 전력자를 걸러내는 합리적 관련 규정 등 제도적 정비가 절실하다. 기량만 뛰어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체육계의 성적만능주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체육계 폭력을 고발하며 투신한 지 약 8개월이지만 개선된 게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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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실력이 으뜸인 프로의 세계라도 타인에 대한 상습적 가해 행위는 엄금하는 문화를 조속히 뿌리내려야 한다. 이참에 엘리트 스포츠의 존재방식과 의미도 재고했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졸업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스포츠 내셔널리즘’이다. 국가에 영광을 안기는 게 엘리트 스포츠의 가치이자 명분인 시대는 지났다. 대중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고 명예와 부를 누리는 쪽이 훨씬 건강한 프로 선수들의 모습이다. 더욱 자기 관리와 처신이 중요해진다.
 
스트레스는 현대인의 보편 문제다.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가 많다. 프로를 꿈꾸는 운동선수들은 그 어떤 직업군보다 심할 것이다. 이들이 건강한 심리상태를 유지하며 사회적 순기능을 담당하도록 학술적·국가적 관심도 필요하다. 물론 약자를 괴롭히는 게 체육인으로서 진정 부끄러운 행동임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게 먼저다.
 
직업적 감성 충만이나 천재성을 내세워 주변 여성의 심신을 착취한 사람들에게 ‘미투 열풍’이 일정 부분 자성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 체육계 역시 이번 기회에 이 문제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한다. 학계·가정·당국이 함께하는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들 또한 피해자들에게 치유가 될 만한 진정 어린 표현 방식을 더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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