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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가난한 나라의 비극(上-일자리①)

외국 여성 접대부의 이유 있는 한국行… “최악의 고통은 빈곤”

경제적 빈곤 해소 위해 한국行 택한 외국인 여성들

단기간 큰 수입 위해 마사지·유흥 등 불법업소 선택

외국 여성 62.6% “차별 대우 이유는 출신 국가 때문”

오창영기자(cyoh@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6-28 0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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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전남의 한 중학교 운동부 학생이 동급생을 지속적으로 폭행한 일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은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겠다”며 피해 학생이 학교폭력 신고를 못 하게 협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지만 그 구성원이 겪는 설움과 고통은 상상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특히 가난한 나라 국적의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겪는 차별과 무시는 수위가 더욱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와 신분, 성별에 상관없이 인간 이하 취급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그들은 고국에서의 가난한 삶 보단 낫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카이데일리는 국가가 힘이 없단 이유로 타국에서 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만나 우리 사회의 어둠을 파헤치고 한편으론 국가 경쟁력이 뒤쳐질 경우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가난한 나라의 비극’으로 정하고 관련 내용을 다뤄봤다. 해당 이슈를 외국인 여성 근로자, 외국인 남성 근로자, 외국인 유학생·자녀 등으로 구분해 세편에 걸쳐 보도한다.

▲ 최근 관광 등의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마사지 업소, 유흥주점 등에 불법 취업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부분 자국 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경제 활동을 위해 상상 이상의 혹독한 현실을 꾹 참아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 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박정은 기자]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체류 외국인은 252만명으로 집계됐다.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물론 불법 체류자까지 합한 수치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71만명 중 4.9%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체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을 경우 다문화 사회로 분류하는 만큼 사실상 한국은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삶은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 비해 경제적으로 뒤처진 빈곤국 국적을 가진 여성 외국인의 현실은 더욱 혹독하다. 경제 활동을 위해 불법 체류를 택한 그들은 갖은 모욕과 멸시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이들이 택한 직업 중에는 불법에 가까운 일들이 적지 않다. 불법 마사지 업소, 노래방 도우미 등이 대표적이다.
 
유사 성행위 강요받는 유흥업 종사 외국인 여성… “어떻게든 돈 벌겠단 생각뿐”
 
최근 몇 년간 관광 등의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마사지 업소, 유흥주점 등에 불법 취업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들의 비중이 상당한 편이다. 전 세계를 휩쓴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이들 대부분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한국행을 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직장인 한 달 급여가 우리 돈으로 30만~50만원 정도인데 한국의 유흥업소 등에서 일할 경우 많게는 500만~700만원가량을 벌 수 있어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요량으로 한국을 찾는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외국인 여성들의 유흥업소 취업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손님을 가장해 한 마사지 업소를 찾았다. 마사지 업소의 내부는 생각보다 어두웠다. 업소 주인은 시간이나 마사지 종류에 따라 가격대가 5만원부터 10만원 후반 대까지 다양하다는 설명과 함께 마사지사는 태국인 등 외국인 여성들이라고 덧붙였다.
         
▲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직장인 한 달 급여가 우리 돈으로 30만~50만원 정도인데 한국의 유흥업소 등에서 일할 경우 많게는 500만~700만원 가량을 벌 수 있다. 이에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행을 택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한 마사지 업소. ⓒ스카이데일리
 
개별적으로 분리된 룸에 들어가 기다리고 있으니 10분이 채 안 돼 외국인으로 보이는 여성 마사지사가 들어 왔다. 다소 어눌하긴 했으나 의사소통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은 한국어 실력을 갖춘 태국인이었다.
 
자신을 릴리(27·예명)라고 소개한 태국 여성은 코로나 확산 직전인 지난해 1월 한국에 들어 왔다. 당시 태국은 우리나라와 비자 면제 협정을 맺고 있어 태국 국적자라면 누구나 여권만 있으면 90일간 국내 체류가 가능했다. 손쉽게 한국 땅을 밟은 그녀는 입국 심사 당시 방문 목적으로 여행을 적었다고 했다.
 
릴리는 “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땐 열심히 일해도 한 달 급여가 약 1만4000~2만1000바트(약 50만~75만원) 정도였는데 한국에선 며칠만 열심히 일해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돈을 손에 쥐었다”며 “비자 기간에 맞게 잠시만 일하려고 했는데 수입이 크다 보니 불법임을 알면서도 완전히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 환경과 처우가 매우 열악할 뿐 아니라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일도 부지기수지만 경제적 문제 때문에 지금의 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릴리는 “마사지 업소가 대개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운영되다 보니 거의 매일 20시간 가량을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매일 일해야 하는 지옥 같은 일정이 상당히 고되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힘든 것은 나를 대하는 일부 손님의 태도다”며 “뭉친 근육을 풀어야 하는 마사지 특성 상 아로마 오일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야릇한 촉감 때문인지 일부 손님이 유사 성행위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릴리의 지인 중에선 하루 빨리 돈을 벌자는 생각 때문에 유사 성행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성행위를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해당 여성들은 대부분 ‘돈 벌러 온 만큼 더 빨리 더 많은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에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릴리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마사지 업소에만도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외국인 여성들이 상당히 많다”며 “국적을 비롯해 살아온 배경이나 출신, 학력, 경력 등 제각각 다르지만 조금만 고생하면 나중에 각자의 나라에 돌아갔을 때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한국살이를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여성 62.6%, 출신 국가로 인해 차별 대우받는단 생각… “나라의 경제력은 국민의 울타리”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외국인 여성의 고된 삶은 유흥업소뿐 아니라 다른 업종 또한 마찬가지다. 일례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일하는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들은 한여름에도 숨 막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장시간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에서 온 한 여성은 “여름에 비닐하우스 안이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너무 덥지만 돈만 보고 꾹 참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거주 환경 또한 열악한 편이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 노동자는 “옆에 다른 집은 하나도 없고 밭만 있는 곳에 방 하나만 있다”며 “화장실도 밖에 있어서 밤에는 너무 무서워 볼 일을 보러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는 밤에 창문으로 어떤 사람이 안을 보고 있어서 무서워서 밤을 새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주거지는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창고의 한 쪽을 개조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설과 안전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은 성희롱, 성폭력 등의 위협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 202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12.4%가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 발생 장소는 대부분 농장이나 그 주변(80.0%)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국을 떠나 멀리 한국까지 온 외국인 여성들은 최악의 근무 환경에 내몰린 이유는 자국의 경제력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외국인 여성이 한국인으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출신 국가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62.6%의 외국인 여성이 출신 국가로 인해 차별 대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중 85.0%는 인권을 침해당했지만 추방되면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걱정에 시정 요구를 하지 않고 고충을 참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한국에 온 외국인 여성들이 온간 어려움에도 한국에서의 삶을 지속하는 이유는 오로지 돈 때문이다”며 “온갖 멸시와 무시를 참는 것은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한국에서의 경제 활동이 자국 내에서의 경제 활동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한 나라의 경제력은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인 셈이다”고 강조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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