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물림 되는 ‘빈곤국 출신’ 낙인… 부모뿐 아니라 자녀도 차별 받아
2018년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결혼이주민의 30.9%는 지난 1년간 한국생활 중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녀도 다르지 않았다. 다문화가족 자녀의 23.4%가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껴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자 중 8.2%는 학교 폭력 피해를 경험하기도 했다. 말로 하는 협박과 욕설이 61.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집단 따돌림 33.4% △인터넷 채팅·이메일·휴대전화 등으로 하는 욕설과 비방 11.4% △손이나 발, 도구로 맞거나 특정 장소에 갇히는 폭행 및 감금 7.8% △돈이나 물건을 빼앗기는 갈취 5.0% 등의 순이었다. 차별은 주로 친구로부터 받는 경우(64.0%)가 가장 많았다.
실제 경기도 모처에 거주하는 결혼이주민여성의 자녀인 중학생 A씨는 “어렸을 때 집으로 선생님이 찾아와 한국어를 배울 때만 해도 한국인들이 무섭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학교 입학하면서 내 검은 피부와 조금은 다른 말투가 문제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이 많은 이 지역으로 이사 온 이후 좀 줄어들었지만 그 전까지는 주변 친구들은 나를 비하하는 별명으로 불렀고 난 웃으며 넘겨야 했다”면서 “엄마의 나라가 다른 나라면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지방의 한 건강가족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은영 상담사는 “다문화 자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언어 문제다”며 “외국인인 어머니에게서 한국어를 배우기 어려워 말이 어눌한 탓에 친구들이 답답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아이가 이주민 부모의 모국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며 “이는 시댁에서 아이의 한국어 실력에 해가 될 것을 우려해 모국어를 가르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언어뿐만이 아니라 이주민의 모국에 대해서도 잘 알려주려 하지 않아 아이들이 어머니의 나라와 관련된 것을 접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임 상담사는 “미국, 일본 등 강대국의 경우에는 학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에 동남아 등지의 약소국은 이름을 듣는 것조차 어렵다”며 “가령 학교에 정규과목이 개설돼 있는 영어권 국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경우에는 학교에서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등 부모의 모국어를 사용함으로써 주변 아이들로부터 멋있다며 부러움을 사지만 동남아권 국가 다문화가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한 베트남 결혼이주민여성의 자녀는 “다행인지 한국인과 피부색에서 큰 차이가 없어 친구들에게 놀림 받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간혹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거나 부모님에 대해 물으면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별과제, 알바 등 일상 생활에서 노골적 차별 경험… 면전에서 비하 발언 듣기도
빈곤국 국적을 지닌 외국인 유학생들도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대학의 관광학과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24)은 “과 내에 베트남 유학생이 3분의 1 가까이 된다”면서 “그런데도 한국인들과 한 조를 이뤄 조별과제를 하지 못한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베트남 유학생을 기피하고 일본인 유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내뿐 아니라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차별을 경험했다”면서 “한국말도 잘 하는 편이고 손님이 한국말을 하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데 한국 손님이 오더니 베트남 사람인 걸 알고 너 말고 사장님 데려오라면서 막말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떤 남학생은 식당에서 일을 하던 도중에 손님한테서 ‘너 동남아 냄새 난다’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며 “그 친구는 결국 못 버티고 일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출신 학생들은 급여에 있어서도 차별을 경험했다. 한 베트남 유학생은 “한번은 중국 식당에서 일하는데 같이 일하는 한국인 친구랑 대화하다가 제가 받는 급여와 그 친구가 받는 급여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저는 시급 8000원을 받고 있었는데 같은 시기에 들어와 같은 일을 하는 그 친구는 시급 9000원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급을 적게 받았지만 다행이라 생각했다”며 “제가 아는 베트남 친구 하나는 열심히 일했는데도 급여가 밀리고 밀리다가 결국 아예 급여를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외국인이라서 받아낼 방법도 없다”며 억울한 감정을 표현했다.
서아프리카의 베냉에서 온 한 학생도 비슷한 경험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 학교에 있는 한국인들은 유일한 아프리카 사람인 나와 조를 이루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베트남 친구들을 조금 모아서 한국인 학생들에게 조별과제를 함께하자고 말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리카 출신 친구 중에 축구를 정말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 한국에서 대학교 축구부에 들어갔더니 연습 경기에만 그 친구를 끼워주고 진짜 경기는 뛸 수 없도록 했다”면서 “친구가 차별당한 기분에 괴로워했다”고 덧붙였다.
코트디부아르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왔다는 학생도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면서 받는 급여가 한국인 근로자와 큰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급여가 다른 것을 보고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수수료를 뗀 거라고 했다”면서 “내가 경영학과기도 하고 수수료를 계산할 수 있으니 수수료 기준을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학생은 “심지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생김새로 차별을 당한 적이 꽤 있다”면서 “한번은 지하철 좌석에 앉았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성분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원숭이 같이 생긴 게 옆에 앉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어는 할 줄 알았지만 차마 한국어로 말할 수 없어서 영어로 Excuse me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박정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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