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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군대, 신뢰받는 군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의 국방정책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개혁을 내걸고 국방예산을 꾸준히 늘리고는 있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움직임만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위협요소인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대응전략 등이 부재한 점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화해 국방자산 첨단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북핵 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려한 수사의 국방개혁, 실상은 분단국가 현실과 미래준비와는 거리가 먼 혈세 퍼붓기
문재인정부는 2018년 ‘전방위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군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를 목표로 ‘국방개혁 2.0’을 발표했다. △우리 군 주도의 지휘구조 개편 △효율적 부대구조 개편 △국방인력 구조 개편 △첨단과학기술 중심 전력구조 개편 △사이버 안보역량 강화 △군 정치적 중립성 △장병 처우 개선 △방위산업 투명성 제고 등이 주된 내용이다.
세부적으로 저출산 인구감소의 영향으로 군복무가 가능한 이들의 수가 감소함에 따라 상비 병력의 수를 줄이고 첨단과학기술을 통해 군을 정예화해 병력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최근 가속화되는 동북아 군비경쟁 및 중국·일본의 군사력 강화 등 북한을 넘어 잠재적 주변 위협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통한 자주국방을 실현을 표방했지만 여론 안팎에선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국방개혁 2.0이 지난 정부가 보여준 것과 크게 차별화가 없으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개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주목된다.
당장 병력 감축을 놓고도 현실성이 적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백서 2020’에 따르면 한국을 마주보고 있는 북한은 128만여명의 상비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5만5000여 명인 남한 병력의 약 2.3배 수준이다. 최근 2년 간 북한 병력은 거의 비슷하게 유지됐지만 우리 군은 4만4000여명 줄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첨단무기를 사용하는 현대전에서 병력의 규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너무 큰 수적 열세는 전시 상황에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군 복무기간 단축 및 대적관·안보의식 약화시키는 대북유화 정책 등도 적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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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정부는 K2 전차, 전투기, 전차 등의 무기 확보를 통해 ‘압도적 대응’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해당 무기 체계는 북한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 예산 중 K2 전차 확보에 3094억원, 한국형 전투기(KF-X) 보라매 사업 9069억원을 배정하는 등 재래식 무기 국산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등을 대비하기 위해 전략 표적 타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고도 정찰용무인항공기(HUAV), 장보고-Ⅱ급 전력, F-35A 스텔스 전투기, 장거리공대지순항미사일(TAURUS) 등을 도입하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를 통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조기에 요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자산은 선제 타격, 미사일 방어 등에 집중돼 있을 뿐 가장 중요한 핵을 방어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정부가 국방개혁 2.0을 통해 빠른 전작권 회수를 계획하고 있어 핵을 방어할 수 있는 미국의 첨단전략자산마저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핵 등의 대량살상무기 대응 예산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방부는 올해 북한 핵·대량살상무기 위협 대응을 위해 전략표적 타격 전력, 한국형 미사일방어 구축, 압도적 대응 전력 구비 등에 5조8070억원의 예산만을 편성했다.
병력감축의 명분으로 내건 첨단 무기체계 구축 노력도 게을리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40년까지 3단계에 걸쳐 AI-로봇체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중국도 중국군을 세계 최고의 AI 센터로, 러시아는 2030년까지 러시아군의 30%를 AI-전투 로봇체계로 교체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 국방부는 아직까지 AI-로봇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방개혁 2.0과 맞물린 국방예산 증가 역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국방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방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국방예산은 52조8401억원으로 2017년 대비 약 31%나 늘었다. 그런데 매 년 국방예산의 약 70% 정도는 전력을 유지·운영하는 비용인 전력운용비에 배정되는 실정이다. 군사력 건설, 즉 신규전력 확보를 위한 무기 구입 및 개발 비용에 사용되는 방위력개선비는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위협’ 외면한 文의 국방개혁…“북한 대응 초점 맞춰 전략자산 첨단화 시도해야”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 국방정책의 세부내용을 분석해보면 ‘진정한 위협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적인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시급한데도 이를 간과한 채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한 부분에만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진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국방개혁 2.0의 핵심 사업은 결국 군 병력 축소다”며 “핵 혹은 미국과 같이 다양한 첨단전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상황에서 군 병력까지 크게 뒤지면 실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위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정부와 국방부는 전차, 경함모, 무기 국산화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핵·대량살상무기, 북한의 사이버 공격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국방개혁, 예산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기 교수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북한의 비대칭 전력 등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경제를 살필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수많은 첨단 자산을 빠른 시간에 도입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며 “전작권을 현재처럼 유지하고 미국의 첨단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군사적·비군사적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사이버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 및 기반 시설 구축해야 한다”며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을 혼합 구성해 각각의 전문성을 융합하고 시너지를 극대화 시키는 정책을 더 늦기 전에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핵·대량살상무기 대응 체계에 대한 과감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유사시 북한이 핵을 쏠 경우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를 직접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전은 첨단 무기가 중요하다”며 “경함모, 전차 등 재래식 무기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더디더라도 AI-로봇체계, 첨단전략자산 도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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