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한대의 기자] 단기간 최저임금 급등, 급격한 경기 악화에도 많은 자영업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내일을 위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허리로 볼 수 있는 36·50세대(36세부터 50세까지) 자영업자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욱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요식업계에 발을 내딛은 지 올해로 2년 차인 김서은 씨(30대)와 경기도 광주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오영주 씨(47)도 36·50세대 중 한 사람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두 사람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쉴 틈 없이 일 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습관이 된 새벽 3시 기상…바쁠 땐 식사시간도 사치죠”
김서은 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대박가야밀면’이라는 식당을 운영 중이다. ‘밀면의 고장’ 부산 출신인 그는 개점 시간에 맞춰 취재 차 방문했을 때도 이미 주방에서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어 밀려드는 손님에게 서빙하고 있었다. 인터뷰는 정오가 지나 손님이 다소 뜸해졌을 때야 겨우 이뤄졌다.
“제 사업이라 고민이 많아서 그런지 보통 새벽 3시쯤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져요. 전날 퇴근 전에 만든 육수가 알맞게 얼었을지, 내일 챙겨야할 것들 중에 빠진 것은 없을 지 다시 떠올리며 잠들어요. 뒤척이다 오전 7시 반쯤 맞춰진 알람이 울리면 다시 기상하죠. 씻으면서 그날 할 일들을 생각한 뒤 가게로 향해요.”
하루 첫 일과를 묻는 질문에 김 씨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고민’이라고 답했다. 매일매일 ‘대박’을 기원하며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가게로 이동한다는 그는 9시께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육수와 고명으로 얹을 수육 상태를 확인하고 오이·계란 등 재료 마련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직원이 없기에 그 몫은 오로지 김 씨의 것이었다.
“재료 손질·끝나면 면기부터 도마·숟가락 등 소독을 위해 물부터 끓여요. 물이 끓을 동안 밀가루 반죽을 하는데 이때가 가장 신경이 예민해질 때죠. 위험한 기계를 다루는 거라 자칫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어 주의를 기울이죠. 그래도 맛있게 드실 손님들 생각하고 ‘맛나게 잘 만들어 져라’고 주문을 걸며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치곤 해요.”
김 씨가 가게를 여는 시간은 오전 11시다. 체온측정 및 명부작성 후 손님이 몰려들면 진짜 전쟁은 시작된다. 쉴 새 없이 면을 뽑고 육수를 부은 뒤 서빙하는 와중에도 혹 그냥 입장하는 손님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명부 작성을 얘기한다는 그는 “찾아주신 손님이 맛있게 드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단언했다.
“밀면 한 그릇 만드는 것도 쉬운 게 아니에요. 면 뽑고 삶은 뒤 재빨리 건져 찬물에 여러 번 씻어야 하죠. 냉각기에 얼음물을 부어 다시 한 번 씻은 뒤 면기에 담아 고명과 양념을 올리고 육수를 부어야만 비로소 완성돼요.”
하루 장사가 끝나도 할 일은 많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재료 소진 때까지 영업을 하고 나면 문 닫고 주방 정리하고 테이블 소독, 바닥 청소까지 한 뒤 육수 끓이고 다음 날 재료 주문 넣고 하면 식사할 새도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고 한다. 특히 그는 지금처럼 치열한 하루하루가 모여 더 나은 미래가 온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새벽별 보고 출·퇴근은 기본…아이들 생각하면 게으름은 사치”
오영주 씨는 재개발이 점차 이뤄지고 있는 경기도 광주에서 수년 간 편의점을 운영해 왔다. 그가 처음 이사 올 때만 해도 아파트 몇 채, 빌라 몇 채가 전부였던 동네는 그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사이 이제는 주상복합건물이 다량 들어서는 등 인구가 급속히 늘어났다. 오 씨도 자연히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고 밝혔다.
“사실 쉴 시간이 없어요. 손님은 많아졌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제대로 두기 어려워 하루의 대부분을 가게에서 머무는 실정이죠. 그래도 제가 가져가는 수익은 좀처럼 늘지 않지만 지역민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또 두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오 씨의 하루 일과는 새벽 6시에 시작된다. 7시 무렵 가게에 도착해 야간 아르바이트생과 교대한다는 그는 청소·재고정리부터 진열까지 오로지 혼자 도맡아 한다고 했다. 제품을 실은 차량은 새벽 5시 잡화·담배를 시작으로 오전 8시 도시락·냉동제품·얼음, 오후 4시 공산품, 오후 9시 삼각김밥·유제품 등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차량이 다녀가면 물건이 주문한 대로 제대로 왔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해요. 개수·상태를 보고 이상이 없으면 이제는 진열에 나서야 하죠. 그 와중에도 손님은 계속 들어와요. 정문에서 ‘땡땡’ 소리가 나면 인사와 함께 바로 포스기(계산대) 앞으로 가야 하죠. 포스기와 진열대, 창고를 오가면서 정리하고 나면 한 시간은 우습게 지나가요.”
청소도 그의 몫이다. 빗자루와 대걸레로 매장 구석구석을 쓸고 닦은 뒤 전자레인지와 식탁 등도 걸레로 모두 닦아야 한다. 혹 있을지 없을지 모를 얌체 손님을 틈틈이 지켜보는 것도 오 씨의 역할이다. 그는 “경기가 불황이라 그런지 물건을 몰래 그냥 가져가려는 손님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귀띔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는 기본이라는 오 씨는 오후·야간 아르바이트생에게 인계를 하고서도 가게에 머무른다. 주문 등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새벽별 보며 귀가하는 게 일상이라는 그는 그래도 가족과 함께할 노후를 생각하면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우리 같은 36·50세대가 보다 기운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음세대는 부모세대보다 더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잖아요.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장받기 위해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기반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힘들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파이팅하자는 말씀을 36·50세대에게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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