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서울을 허무는 손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9-15 09:47:46

 
▲홍찬식 칼럼니스트(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부동산 대책이라며 공공기관 부지에 아파트 숲
/한과 치욕 서린 역사적 유산에도 8만 가구 추진
/아무리 급해도 마구잡이로 헤집는 것은 안 된다
/국가 경쟁력 핵심은 집적‧고도화 이점의 메가시티
/후대에 흉측하고 이기적 ‘괴물도시’ 물려줄 텐가
 
부동산 대책에서 분풀이 대상은 늘 서울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아파트) 공급을 늘리라”는 훈시가 떨어지면서 서울의 공공기관 부지 곳곳이 아파트 용도로 꼼짝 없이 차출을 당했다. 여의도 국회에 아파트를 짓자는 건 이미 해묵은 아이디어가 됐고, 서울 시내 49개 대학을 모두 수도권 외곽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세우자는 공약도 대선을 앞두고 등장했다. 되든 안 되든 내지르고 보는 식이다. 이런 기세로 가면 서울은 더더욱 무수한 아파트 숲으로 뒤덮일 판이다.
 
이 분야에 챔피언 타이틀이 있다면 용산공원에 8만 가구의 아파트를 세운다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아파트 8만 가구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얼핏 가늠이 되지 않는 분들은 분당 신도시가 9만7500가구 규모였음을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분당의 전체 면적은 556만평, 용산공원 내에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면적이 18만평이므로 분당 신도시의 불과 3.2%에 해당하는 땅에 비슷한 수의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는 것이다. 이 계획이 혹시라도 성사된다면 서울 한복판이 ‘천박’을 넘어 ‘괴물’ 수준으로 전락한다.
 
용산공원이 어떤 땅인가. 우리 민족의 한과 치욕을 상징하는 곳 아닌가.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대가 주둔하면서 조선을 실질적인 속국으로 다스렸고 이후 일본군이 이어받았으며 다시 미군기지로 바뀌었다가 우리 품으로 막 돌아오려는 중이다. 이 땅의 용도에 대해서는 지난 30년간 사회적 논의 끝에 공원으로 만들어 후대에 남기자는 결론이 내려진 지 오래다.
 
이런 역사적 공간까지 넘보는 단계가 됐다면 최근 부동산 대책들이 이성을 상실한 광풍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어쩌면 청와대, 대법원, 헌법재판소 자리까지 아파트를 짓는 일이 현실화될 수 있고 심지어 경복궁, 덕수궁도 허물자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두려울 지경이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지만 밉든 싫든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를 이처럼 마구잡이로 헤집는 게 크게 잘못된 일이라는 건 누구라도 직감으로 안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겐 다 계산이 있기 마련이다. 서울은 ‘편 가르기’에 딱 알맞은 소재다. 서울의 비싼 아파트값, 인구 집중이 만사의 원흉인 것처럼 몰아가면 정책 실패의 책임은 희석되어 버린다. 서울을 적으로 돌려 나머지 지역의 감정을 자극하면 정치공학적으로는 백번 이득이다.
 
하지만 서울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인구 면에서 ‘수도권 집중’이라는 표현은 맞지만 ‘서울 집중’은 틀린 말이다. 서울 인구는 1992년 1097만 명을 기록한 이후 29년째 감소하고 있다. 흔히 ‘1000만 서울’이라고들 하지만 내국인 인구로 1000만 명 선이 깨진 것이 2016년이고 서울시는 외국인 거주자까지 포함시켜 ‘1000만 서울’을 계속 우겨 오다가 그마저도 무너져 버렸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991만 명이다. 이 점에서 서울 인구의 분산 정책은 오히려 순항 중이다.
 
수도권에서는 인천도 2016년 인구 300만 명을 넘은 이후로 계속 감소해 현재 294만 명으로 내려앉았다. 인구가 증가하는 곳은 1990년 597만 명에서 올해 1347만 명으로 대폭 늘어난 경기도가 유일하다.
 
서울에 ‘원죄’가 있다면 부자 동네이고 아파트 값이 왜 그리 비싸냐는 것이지만 이것도 절반은 틀린 말이다. 최근 발표된 5차 재난지원금 대상자 비율을 보면 경기도의 과천, 용인, 성남은 서초, 강남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울 지역보다 낮은 비율을 보였고 군포, 화성, 수원도 일부 서울 지역보다 낮았다. 소득 하위 88%에게 주어지는 지원금 대상자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높은 곳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서울이라고 다 잘사는 게 아니다.
 
아파트 값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래를 위해 남겨 놓아야 할 땅에 굳이 아파트를 세우겠다고 우길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서울시의 낙후된 동네들을 새롭게 바꿔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면 훨씬 정의롭고 이로울 터이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수도권 집중을 비판하고 균형 발전을 외치면 박수를 받지만 한국의 울타리를 넘어서면 바로 얘기가 달라진다. 세계적으로 대도시가 국가의 대표적인 성장 엔진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그 나라의 경쟁력은 도시 이름으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이 아닌 뉴욕, 중국이 아닌 상하이, 영국이 아닌 런던이 앞서는 식이다. ‘평등의 나라’ 프랑스도 요즘의 우리처럼 ‘파리 집중’이 도마에 올랐던 적이 있다. ‘파리와 그 밖의 사막 지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런 얘기는 쏙 들어가 버린다. 글로벌 도시로서 프랑스의 파리가 라이벌 영국의 런던보다 크게 뒤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그랑 파리 메트로폴’ 즉 ‘파리 광역시’ 육성 계획이었다. ‘파리 억제’에서 ‘파리 경쟁력 강화’로 180도 방향 전환이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모든 문명이 대도시에서 태어나 도시를 중심으로 번성했다. 현 시대 역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혁신의 원동력이 인적 자원, 금융, 인프라 등에서 우위를 지닌 대도시, 특히 그 나라의 수도를 중심으로 창출되고 있다. 밀집과 집적, 고도화의 이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균형 발전은 어떻게 해결하나. 나머지 지역에 또 다른 대도시를 육성하는 ‘메가시티’ 전략으로 대응한다. 영국의 ‘시티 리전’ 미국의 ‘메가 리전’, 중국의 ‘도시군’이 이런 산물이다.
 
당장 아파트값 불끄기가 시급한 한국에선 이런 논의가 한가롭고 배부른 사치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의 어떤 도시들도 정파와 관계없이 30, 40년 후를 내다보며 도시 기능을 설계하지, 우리처럼 즉흥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과거 우리도 그린벨트 정책처럼 최소한의 미래 비전을 지니려고 애를 썼으나 이제는 실종 직전이다. 더구나 서울을 오로지 ‘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들어서는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대 피해자는 또 다시 미래 세대다. 이들이 훗날 스스로 방향 결정을 할 수 있는 도시의 여백을 남겨두고, 효율성을 확보한 도시공간을 유산으로 전해주려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대로 가면 현 세대의 흉측하고 이기적인 자화상만 남을 뿐이다. 그들의 원망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지 않는가.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 좋아요
    8

  • 감동이예요
    1

  • 후속기사원해요
    1

  • 화나요
    0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최초 원두커피 전문점 ‘쟈뎅 커피타운’을 전개했던 '윤영노' 쟈뎅 회장이 사는 동네의 명사들
구찬우
대방건설
윤영노
쟈뎅
황주호
경희대학교 공과대 원자력공학과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동정의 시선이 아닌 피해자로서 고아의 권리를 찾아주죠”
요보호아동 및 보육원 퇴소자 위한 인권사업 진...

미세먼지 (2021-09-24 21:30 기준)

  • 서울
  •  
(양호 : 38)
  • 부산
  •  
(최고 : 15)
  • 대구
  •  
(좋음 : 21)
  • 인천
  •  
(좋음 : 26)
  • 광주
  •  
(좋음 : 29)
  • 대전
  •  
(보통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