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한 달이 지났다. 이 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업계 안팎에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과잉 입법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을 적용하는 처벌 기준이 법률적인 원칙인 ‘자기 책임의 원칙’과 충돌하고 법의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로펌들은 ‘위헌 소송’까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로 정하고 건설업에 초점을 맞춰 우려, 제언 두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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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중대재해법 전격 시행…사망 사고 시 CEO 형사 처벌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 비정규직이였던 고(故) 김용균 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 중대재해법 도입과 처벌 강도에 대한 장기간 논의를 거친 끝에 지난해 1월,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달 2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위반해 사망·중대재해에 이르게 할 땐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하고 해당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높은 처벌수위를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이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의 경우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을 했지만, 중대재해법 법안 통과로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되며 징역과 벌금은 동시에 부과될 수도 있다. 법인의 손해배상은 손해액의 최대 5배 이하이다. 단, 기업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뒤 2년 동안 법 적용을 유예받게 돼 2024년부터 적용된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건설업계는 다른 어떤 산업군보다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는 실정이다. 건설업은 기타 다른 산업군에 비해서 건설산업 특성상 예측이 불가능하고 통제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산업군 중에서 건설산업의 재해는 높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체 산업재해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건설업종의 산업재해자는 2만6799명으로 전체 산업군 중 24.73%를 차지했다. 건설업에 유독 재해가 많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 건설업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전문가는 “건설업은 공사 과정 중에 불가피하게 난간 위에 올라가 일하는 경우가 잦다”며 “안전장치 등 관리 감독 강화해도 작업자 부주의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 상, 무조건 안전 관리자의 책임으로 비쳐지는 경우가 잦은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법이 원안 그대로 시행되다보니, 건설업 경기 전망은 날로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지난해 12월(92.5)보다 17.9p 하락한 74.6을 기록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중대 재해 연결 가능성 높은 건설산업…“산업 위축 불가피”
CBSI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4.5p, 4.1p 상승해 2개월 연속 지수가 개선됐지만, 올해 1월 17.9p 급락하며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왔다. 통상 1월에는 연말보다 공사 물량이 감소해 지수가 전월 대비 5~10p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20p 가까이 하락해 평소보다 10p가량 더 떨어진 것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초 공사 물량이 감소하는 계절적 영향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기업 심리 위축 때문에 지수 감소 폭이 예년보다 컸다”며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원안이 유지될 경우, 건설 경기 위축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법이 건설산업 시장 악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근거는 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국내 외국인 투자 기업 121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2.1%가 중대재해법으로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경우, 사업 규모를 줄이고 신규 투자도 보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건설업은 산업재해 발생 비율이 높은 만큼, 상장사의 경우엔 외국인 투자 비중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 국내 주요 건설사 중에선, 해외 법인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도 다수 있는 만큼, 이들의 경영 환경 악화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이 건설 경기 악화는 물론, 일자리 감소를 일으켜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한 개의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많은 건설기업과 건설근로자, 건설장비 및 자재업체 등이 각각의 활동, 공정에 따른 작업환경이 변화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안전관리 활동의 시간적, 공간적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만큼, 안전관리 활동에 비용은 물론, 시간과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늘어나는 안전관리 활동의 시간과 비용은 사실상 무한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대재해법이 도입됐으니 “추가적인 안전관리 활동으로 건설공사의 공기 연장과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하고 기존 공사기한 목표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시행하던 돌관작업과 야간작업 등은 축소되거나 지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시장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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