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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 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가상자산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한때 8000만원을 넘어섰다가 사태 발발 직후 반토막인 4000만원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문제는 자산운용사들이 가상자산과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미국 월가로 대표되는 기존 금융권과 가상자산 시장 사이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글로벌 규제당국이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發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체면 구긴 ‘디지털 金’ 비트코인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전 8시59분 기준 글로벌 비트코인(BTC)은 24시간 전 대비 2% 가량 하락한 3만7000달러(한화 약 46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의 전체 시가총액(시총)은 약 7170억달러이며 시총 비중을 나타내는 도미넌스는 42.4%이다.
이러한 가상자산 시세는 불과 두 달 반 전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수치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글로벌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총 2607조7000억원(약 2조4000억달러)으로 1년 전인 2020년 말(828조5000억원)보다 214.8%나 급등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말(220조6000억원)과 비교해선 무려 11배 이상 폭등한 수치다. 같은 기간국내 최대 증권거래소인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시총 2200조원을 가뿐히 뛰어 넘는 규모였다.
지난해 말 기준 비트코인 시총은 약 9000억달러(약 1073조원)로 1년 전보다 61% 상승했다. 엔비디아, 텐센트, 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시총을 추월하며, 글로벌 자산 순위 10위에 올랐다. 국내 최대 상장사 삼성전자의 당시 시총 467조원보다 두 배 이상 컸다.
지난해 11월에는 당시 페이스북(9500억달러)과 테슬라(8700억달러)의 시총을 뛰어넘어 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자산 순위에서 금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사우디 석유회사 아람코,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은에 이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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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을 일컫는 ‘알트코인’의 성장세도 눈부셨다. 알트코인 시총은 지난해 초 2290억달러(약 274조원)에서 연말 1조4360억달러(약 1712조원)로 1년 새 6배 넘게 확대됐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은 작년 8월 기준 약 6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배 증가한 규모로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69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락하면서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며 가치 저장수단으로 주목받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러시아군 투입을 명령한 후 비트코인은 4만달러(약 4900만원)선이 위협받았다.
개전 이후 이달 초에는 잠시 반등하기도 했으나 미국을 비롯한 유럽이 대러시아 제재대상에 가상화폐를 포함시킬 것으로 밝혀지면서 다시 하락세로 전환해 4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그동안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주식 등 다른 위험자산에 비해 비트코인이 금융시장의 변동에 상대적으로 적게 영향을 받는다고 믿으며 투자해 왔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이러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오히려 비트코인은 증시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커플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했기 때문에 주식과 코인이 커플링 되고 있다”면서 “최근의 코인 하락세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코인을 파는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연기금은 가상자산과 관련된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10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스의 ‘비트코인 스트래티지(Proshares Bitcoin Strategy) ETF(BITO)’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이 ETF는 비트코인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특정 날짜에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비트코인을 사거나 팔 수 있는 선물 계약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라이엇 블록체인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뉴질랜드 퇴직연기금인 키위세이버는 전체 운용자산(AUM) 3억5000만달러 중 5% 가량을 비트코인에 투자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전통 금융과 커플링 현상에 우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G20의 국제 금융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FSB)는 보고서를 통해 2조6000억달러(한화 약 3200조원) 규모의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성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 부문에 대해 전 세계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FSB는 대형 은행이나 헤지펀드와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개입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들 기관이 가상자산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이어 “가상자산 시장과 이들 기관과의 상호 연결성과 규모의 성장 속도가 현재대로 지속된다면 이는 글로벌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FSB는 “충분한 규제와 시장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디파이 및 관련 플랫폼은 금융 안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글로벌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기업 체이널리시스가 지난달 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가상자산 거래 금액은 2020년 대비 550% 이상 증가한 15조8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불법 주소가 수신한 금액은 2020년 78억 달러보다 79% 늘어난 140억달러(약 16조7600억원) 이상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거래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크게 증가한 가상자산 관련 범죄 유형은 도난 자금으로 32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72%를 차지하는 약 22억달러(2조6300억원)가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에 의한 도난 금액이다. 이를 활용한 자금 세탁 건수 역시 전년 대비 1964% 증가해 사상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디파이 서비스에서 22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빼돌리는 해킹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이미 해외에선 디파이 해킹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서비스가 해킹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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