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자산은 가상 화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2022년에도 ‘코인 대박’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히 대립한다. 한쪽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가상 화폐가 투자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정적인 측에서는 ‘정부가 가상 화폐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 경우 가치는 0으로 수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비트코인 시세 두고 엇갈리는 전망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비트코인이 여전히 ‘가상화폐 대장주’의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가상자산 전문 데이터분석 및 리서치 기업 ‘메사리(Messari)’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라이언 셀키스 (Ryan Selkis)는 ‘가상자산 투자 리포트(Crypto Theses for 2022)’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중심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이 사상 초유의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한 이후 과거 10년간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hedge·회피)라고 불리는 금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가치는 102달러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면 현재 가치는 170만달러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을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라이언 셀키스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둘을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마치 구글 주식과 본원통화(달러)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트코인의 경쟁자는 거래 수단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라이트코인, 도지코인, 지캐시(Zcash)와 같은 자산이며 이 중에서 비트코인의 위치를 넘볼 수 있는 자산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최근 솔라나, 아발란체와 같은 이더리움의 경쟁 네트워크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자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올해 비트코인 도미넌스(전 세계 가상자산 중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율)가 72%에서 42%까지 떨어졌지만 스마트컨트랙트 플랫폼 전체 시가총액 중 이더리움 도미넌스 역시 80%에서 60%로 하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다른 이유로 비트코인이 디지털 세계의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해 멀티체인의 준비금(reserve)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미 비트코인 총 공급량의 1.5%은 BitGo가 래핑한 WBTC(비트코인을 이더리움 환경에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간 연결고리 성격의 암호화폐) 형태로 존재해 이더리움 상에서 사용된다. 이더리움 외 다른 체인도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사용하면서 이 비율은 3%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업계 대장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시세를 두고서는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지난해 상반기 8000만원을 넘던 비트코인 값은 한 때 3000만원대로 반 토막 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1일 3200만원대(업비트 기준)이던 비트코인은 11월9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8270만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비트코인 시세에 대해 가장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곳은 아크인베스트(Ark Invest)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캐서린 우드가 창업해 CEO를 맡고 있는 회사다. 아크인베스트 측은 구체적인 시기를 예상할 수는 없다면서도 비트코인이 50만달러(약 6억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는 △인플레이션 발생 △기관투자자 비트코인 투자 비율 4~6%대를 제시했다.
이 밖에도 투자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 시장이 금만큼 성장하고, 금에 준하는 자산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전제하에서 비트코인 최고치를 장기적으로 14만6000달러(약 1억7600만원)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22년 가상 화폐·블록체인 산업 전망’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1억2000만원)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가치 저장하는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비중이 현재 20%에서 50%까지 늘어날 경우 10만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반면 이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탄소배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의 반(反) 가상자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캐리 알렉산더 영국 서식스대학교 금융학과 교수는 지난달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1만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1년 반 동안의 상승분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지금 투자자라면 조만간 비트코인에서 나올 생각을 할 것이다”면서 “비트코인은 근본적인 가치가 없으며 투자보다는 장난감 같은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깡통’이 될 것이란 극단적인 비관론도 존재한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는 “가상 화폐에 대한 규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면 비트코인 가치는 0으로 수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Web3 트렌드’에 NFT·DeFi 성장 가속화
한편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웹(Web) 3.0’ 트렌드가 일반화되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벤처투자 전문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크리스 딕슨(Chris Dixon)은 ‘웹 3.0’에 대해 “만든 사람과 사용자가 토큰의 지휘에 따라 공동 소유하는 인터넷이다”라고 정의했다.
‘웹 1.0’은 콘텐츠 제공자가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를 일방적으로 소비만 하는 형태인 초창기 인터넷을 말한다. ‘웹 2.0’은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에 유저가 참여해 콘텐츠를 생산하면 이를 사용해 광고 또는 수수료 수익 등을 얻는 구조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튜브다. ‘웹 3.0’ 시대에는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를 자신들이 누리면서 플랫폼 운영에도 참여하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메사리는 보고서에서 ‘웹 3.0’ 구현을 위한 필수 구성 요소로 대체불가능토큰(NFT) 인프라, 메타버스,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커뮤니티 거버넌스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등을 꼽았다. 이중에서 NFT 인프라와 DAO 툴링, 인터프로토콜 브릿지 등을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로 꼽고, 특히 NFT의 경우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미술품 시가총액 규모는 1조7000억달러(약 2047조원)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NFT 아트의 시가총액은 140억 달러로 미술품의 1%에 불과하다. 메사리는 향후 10년간 NFT 아트 시가총액이 1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NFT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개별 NFT 작품 투자보다는 NFT거래소 투자가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개인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NFT를 선별하는 자체가 성공률이 높지 않아 NFT 거래소와 같은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좀 더 성공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NFT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적용될 경우 회원권과 굿즈의 개념이 결합한 팬 토큰(fan token)의 형태로 사용자들이 NFT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크리에이터들이 성장하기 위해 대형 연예기획사 등의 중개인에 의존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기존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크리에이터에게 공유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비즈니스 모델 구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NFT, 디파이 등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면서 각 분야에 특화된 인사이트를 가진 크립토 펀드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메사리는 올해 크립토 전문 투자 펀드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를 비롯한 전통적인 헤지펀드들이 향후 5년간 운용자산 중 7%를 가상자산 시장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고, 일부 연금들도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상위 20개 크립토 펀드가 어떤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면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가상화폐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자가 채권이나 금과 같은 자산군에 관심을 가져야 하듯, 이제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어떤 식으로든 가상자산을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어렵다면 관련 기업과 펀드에 일정 부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양적 완화 종료 등이 발생한다고 해도 구조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만큼, 내년 가상자산 시장은 긍정적일 것이다”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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