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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의 군사 이슈

‘인구절벽’ 시대 군 병역 제도의 딜레마

적정 병력 규모 고려해 ‘징모혼합제’ 적극 검토해야

여성 국방 참여 필요하나 여성 징병제는 시기상조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4-14 11:02:20

▲ 박정이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육군대장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넘는 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부터 청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만 20세 남성 인구 추계는 2020년 약 33만명에서 2023년 약 25만명, 2065년 약 15만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2065년 가용 병역자원은 2020년에 비해 절반 이상 축소되는 ‘인구절벽’ 시대를 맞는다.
 
국방개혁 추진으로 2022년 병력 규모는 이미 50만명으로 감축됐으나 현역병 소요 인원 충족이 불가하며, 전환·대체 복무 자원의 추가 감축과 상근 예비역을 대폭 축소하더라도 50만명 유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18개월 복무 시 현역 판정 비율 상한선을 90%로 하고, 전환·대체·상근 예비역 복무 자원의 대부분을 축소 또는 폐지를 전제로 할 때 일부 기간만 병역 자원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 기본계획’(이하 ‘국방개혁 2.0’)을 통해 “국군 병력 규모를 2018년 61만8000명에서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되, 각 군별 상비 병력의 40% 이상을 간부 증원으로 정예화하면서 여군 간부 비중을 8.8%로 늘리고, 민간 인력 비중을 국방 인력 대비 10%로 확대하며, 예비 전력은 275만명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개혁 2.0 이후 상비 병력 50만명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추가 감축이 불가피하다. 상비 병력 규모는 가용 병역 자원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조정이 필요하다. 급격한 상비 병력 감축 및 구조 조정보다는 안보 상황 고려와 단계적 과정을 거쳐 적정 규모를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지속적인 감축이 요구된다. 현존 위협과 국방 환경 여건을 고려해 전반적인 병력 감축 및 간부 증원, 부대 개편 및 전력 증강 등과 연계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상비 병력 조정이 필요하다.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되는 최후의 보루이나 만약 불가피하게 발발할 경우 국가를 지키기 위해 징병제든 모병제든 병역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휴전 상태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의 병역 제도는 ‘국민개병제’를 원칙으로 한 징병제로,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월부터 실시됐다. 오랜 기간 유지된 징병제는 국방력의 근본이었다.
 
국방개혁 2.0을 보면 국군은 올해 50만명(병사 30만명)으로 줄어든다. 세계에서 50만명 이상 상비군을 보유한 나라는 한국 포함 8국이며, 이 가운데 3국은 모병제, 5국은 징병제를 택했다. 인구에 견줘 상비군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징병제를 채택하는 비율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병제를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남북 분단의 특수성과 예산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현대전의 양상 등에 비춰볼 때 과거 대규모 병력 중심의 군대에서 질 중심의 군대로 전환이 ‘정예 강군’을 육성하는 지름길이라는 주장이 있다. 저출산과 남북 긴장 완화 등 안보 환경의 변화로 의무 복무에 따른 기회비용 보상을 요구하는 남성의 불만이 전에 없이 높아진 점도 모병제 논의를 추동한다.
 
모병제로 전환하기 위해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면, 남북 관계 개선 및 평화 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 및 남북 간 군축 합의에 의한 폐기, 상비 병력 유지 제한, 국방 재원 부담, 모병 동참 분위기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다. 모병제 전환 시 문제점은 직·간접 인건비 대폭 증가, 병력난 심화, 우수 자원 확보 제한, 첨단 무기·장비 전력화 지연, 사회적 약자 위주의 병역 수행으로 계층 간 위화감 조성 등이 예상된다.
 
미래 국방 환경 변화에 따른 병역 제도 개선 문제는 국방 과학기술 발달로 전쟁 수행 패러다임의 변화와 첨단기술 집약형 군대 육성과 직결돼 있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병력·자원 집약형 양적 재래식 무기로 전쟁을 수행하던 방식에서 첨단 무기를 이용한 정보·기술 집약형 전쟁 수행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와 군사기술의 변화에 따라 기술·정보 중심의 전문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아울러 과학기술의 발달, 군의 내부 구조적 혁신, 군 복무 기간 단축 요구, 병역 기피자의 증가에 따른 대체복무 제도의 검토, 그리고 사회 변화로 다양성이 증가되고 출산율의 저하로 군 병력의 감축은 더 이상 병력 위주의 군이 아닌 첨단 기술 집약형 군을 육성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므로 병력 구조의 개선이 요구된다.
 
일부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국방개혁 추진 계획과 실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함께 청년 인구절벽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청년 일자리 창출, 경제적 파급 효과 등 다양한 이유로 징병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모병제와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어느 후보든 언제든 징병제 폐지 등 병역 제도 전환 공약이 등장할 수 있다. 국민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될수록 정치인의 정치적 의지는 병역 제도를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현 안보 상황에서 모병제는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의 징병제를 유지하되, 징병과 모집이 혼합된 ‘징모혼합제’ 전환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병역 인식과 상비 병력 정예화 측면을 보완하고자 전문성과 숙련도가 높은 장병이 많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하면, 자원입대 인원 증원을 통한 선진국형 구조 변환은 필수적이다.
 
여성의 국방 참여 확대는 필요하지만 여성 징병제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다. 여성계의 논의 요청을 전제로 여성의 군 의무 복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군 내 남녀평등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여건 조성이 이뤄진 뒤 여성 징병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병역 의무는 강제보다는 자발적 선택권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전장 환경은 첨단 장비 운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징병제와 모병제의 장단점을 최대한 활용한 혼합 방식이 불가피하다. 비자발적 군 복무자의 병역 부담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자발적 군 복무자의 전문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병역 제도가 발전돼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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