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간기업 활성화 ‘환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6일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기업인을 업고 다니겠다”며 공공보다는 민간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고 기업 성장과 일자리의 질적 제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윤 당선인은 이처럼 민간주도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을 폈던 문재인정부와는 결이 다른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 당선인은 특히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 성장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유예하거나 없애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에 취업 준비 과정에서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 직업훈련을 알아보고 있는 이수현(가명·25) 씨는 현 정부의 공공 일자리 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윤 당선인의 일자리 정책에는 공감을 표했다.
이 씨는 “민간 기업을 성장시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취업난을 해결할 올바른 방향이라 판단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서울시내 대학의 기계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취업준비생은 “비록 공기업 입사를 준비 중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민간기업 일자리 확대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 취업시장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에너지·발전 공기업으로 진출을 목표로 준비 중인 한 취업준비생은 “현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공공기관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등 짧은 기간에 많은 인원을 채용해 공기업 티오(T.O·채용규모)가 축소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공기업 진출을 희망하는 입장으로서 안타깝다”면서도 “다만 윤석열 정부가 민간 기업을 통해 채용을 확대하면서도 요새 취업준비생들이 중시하는 워라밸 및 고용 안정성을 좀 더 고려해준다면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인원들도 이동을 고려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목소리만 나온 것은 아니다. 신경쓰고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중소·중견기업서부터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김재혁(가명·23)씨는 “채용 시장에 공정성을 부여하는 공정채용법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당장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을 향한 공약으로 보인다”며 “대기업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채용 행태를 보이는 중소·중견기업은 채용의 공정성보다 워라밸, 복리후생 등의 개선이 더 시급하기 때문에 윤 당선인의 일자리 정책에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의 일자리 질적 향상과 지원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정책공약집에서 채용절차법을 공정채용 내용을 포함하는 ‘공정채용법’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채용시험 출제·관리 시스템의 투명성 강화 △국가자격시험 특례 전면 재검토 △채용 가산점 제도 불공정성 시정 △단체협약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등 불공정채용 관련 조항 무효화 △친인척 고용승계나 전·현직 임직원 자녀 특혜채용 적발시 관련자 입사 원천 무효화 △‘채용비리통합신고센터’ 설치 등으로 구성된다.
취준생 “기회 생겨 안심이에요”…전문가 “인턴제도 세분화해야”
차기 정부 출범을 3주 정도 앞두고 있는 윤 당선인이 민간 기업 활성화를 주창하자 기업들은 채용문을 열어젖히고 신입 및 경력 인재를 등용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취업준비생들은 코로나19로 닫혀있던 채용문이 열리게 된 것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내비쳤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75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83만1000명(3.1%)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 연령대에 해당하는 2030 세대의 취업자 수도 각각 17만4000명(전년 동기 대비 3.6%), 4만3000명(2.1%) 늘었다.
이와 관련해 관광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 이서연(가명·24) 씨는 “관광업계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채용 기회가 많지 않았었는데 최근 들어 강원랜드, 하나투어 등 공공·민간 기업의 공채가 진행되는 공고를 보면서 채용기회가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며 “취업 준비 진행 정도와 관계없이 채용인원이 늘고 기회가 생겨났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위안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2년째 기업 채용문을 두드리고 있는 박재훈(가명·27) 씨는 “지난달에 한 서비스 분야 기업에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이번 달 초 면접이 잡혀있었으나 코로나19 확진으로 취소하게 됐다”고 근황을 전했다.
하지만 재취업이 걱정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박 씨의 생각이다. 박 씨는 “지난해는 채용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 채용 공고 자체가 올라오지 않아 취업에 성공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였으나 올해는 채용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다”라며 “이번 달 중으로 두 곳 정도 서류를 더 넣고 기다려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기업들이 직무경험을 중요시하는 채용 행태를 보이는 만큼 직무 체험, 인턴십 확대 등 직무 관련 경험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웹 개발 분야로 진로를 바꾼 한 취업준비생은 “남들보다 관련 직무경험이 부족해 입사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며 “정부나 기업이 나서 다양한 분야의 직무경험 기회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진행하는 인턴십에 참여하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인턴십도 결국 채용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턴 과정 이후 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관련 직무와 맞지 않아 인턴십만 수행하고 기업을 떠나는 경우 직무경험으로 인정되지 않을뿐더러 이력서에 기재할 시 기업 인사팀에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 향후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어 “따라서 인턴십 이전에 일주일에서 길게는 1개월 정도 직무를 가볍게 체험하고 입사를 희망하는 인원에 한해 인턴십을 진행하는 ‘직무 찍먹’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찍먹’은 ‘찍어 먹어보다’의 줄임말로 음식을 맛보기 전 소스를 살짝 찍어서 간을 보듯,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 테스트 시간을 갖는다는 뜻이다.
판교 지역 IT기업에 근무하는 김영주(31) 씨는 “기업이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입장에서 현 정부의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등은 신규 채용에 부담을 느끼게끔 하는 일변도식 정책임에도 시행됐기에 정책실패로까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또한 “공적 기금을 쏟아부어서 만들어 낸 일자리도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연금 등의 기회비용은 미래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해 비혼, 비출산 등 문화를 낳고 있다"면서 "청년들이 미래를 그리기보다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함에 있어 그 투입량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유연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 또한 규제가 가로막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고용경직성이 해소돼야 기업 입장에서도 자연스레 인재를 붙잡아두기 위해 워라밸, 하이브리드 근무 등 복지적인 측면을 강화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일자리의 질적 제고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대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기업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이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간극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정부도 인턴제를 ‘학습인턴’과 ‘채용인턴’으로 나눠 청년들이 실무에서 활용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학습과정에서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용과정은 정부·교육기관·기업·취업준비생 4자 간에 계약관계를 체결한다고 볼 수 있는데 각자 서로 거는 기대가 다르기 때문에 ‘고도화된 학습계약’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사내교사’를 두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역량을 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통해 취업준비생이 습득하는 학습인턴제로 경력직과 신입사원의 격차를 줄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정부 부처는 서로 협력해 이같은 인턴제도를 활성화하고 일부분 지원·보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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