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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DC제도)과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제도)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부터 도입된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안착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5일 고용노동부(고용부) 등 관계부처합동은 디폴트옵션의 주요 내용을 규정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이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됨에 따라 하위법령 및 세부추진계획 마련 등 제도 시행을 준비해왔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295조6000억원으로 300조원에 육박하다. 다만 퇴직연금 가입자의 관심과 시간 부족 등으로 당초 제도 취지와 달리 적극적으로 운용되지 못하면서 수익률은 1~2%대로 저조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12일부터 DC제도와 IRP제도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근로자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은행, 증권, 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퇴직연금 운용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은 가입자의 적절한 선택을 유도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게 정부의 사회적 책무라는 인식 하에 이미 오래 전부터 퇴직연금제도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연 평균 6~8%의 안정적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
4주간 운용지시 없으면 미리 정한 상품으로 운용
디폴트옵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하위법령 개정으로 ‘승인’을 구체화했다. 퇴직연금사업자는 사용자와 가입자에게 제시할 사전지정운용방법을 마련해 고용부 소속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의위는 고용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전문성을 갖춘 퇴직연금 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양질의 상품만을 승인할 예정이다.
승인 가능한 상품의 유형은 △원리금보장상품 △법령상 허용되는 유형의 펀드상품 △포트폴리오 유형 상품 등이다. 예금·이율보증보험계약(GIC) 등 원리금보장상품은 금리·만기의 적절성, 예금자 보호 한도, 상시가입 가능 여부 위주로 심의하게 된다. 펀드·포트폴리오 유형은 자산 배분의 적절성, 손실가능성, 수수료 등의 사항에 대해 심의한다.
정부는 제도 시행 후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신속하게 심의 등 승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10월 중에는 첫 번째 심의위를 거쳐 승인된 상품이 공시될 예정이다.
‘선정’도 구체화했다. 퇴직연금사업자는 고용부로부터 승인 받은 사전지정운용방법에 대한 주요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시한다. 사용자는 제시 받은 사전지정운용방법 중 사업장에 설정할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선택해 제도에 관한 사항과 함께 퇴직연금규약에 반영해야 한다. 이때 근로자대표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근로자는 규약에 반영된 상품에 대한 주요 정보를 사업자로부터 제공받아 그 중 본인의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선정하게 된다.
‘적용’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사전지정운용방법은 근로자가 신규로 가입했거나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거나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본인의 적립금을 바로 운용(OPT-IN)하기를 원할 경우 적용된다.
근로자가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4주간 운용지시가 없는 경우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2주 이내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해당 적립금이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영됨’을 통지받게 되며 통지 후 2주 이내에도 운용지시가 없을 경우 적립금이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된다.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근로자는 언제든지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본인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을 선택(OPT-IN)할 수 있다.
또한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 중에도 근로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원하는 다른 방법으로 운용지시가 가능(OPT-OUT)하다. 아울러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기존 위험자산한도(70%)규제에도 불구하고 사전지정운용방법은 적립금의 100%까지 운용할 수 있다.
‘관리’도 구체화했다. 퇴직연금사업자가 승인 받은 사전지정운용방법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고용부로부터 변경 승인을 받아 변경할 수 있다. 변경 승인을 받았을 경우 근로자에게 변경내용을 통지해야 한다. 이때 변경된 내용으로 적립금이 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가입자는 다른 상품으로 운용지시를 할 수 있다.
거짓 부당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았거나 사후적으로 승인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 심의위원회를 통해 승인 취소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승인 취소 시 퇴직연금사업자는 근로자에게 취소사항을 즉시 통지해야 하며 다른 금융상품 안내 및 같은 위험등급의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의 적립금 이전 등 가입자 보호조치를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
DC제도에 도입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에 관한 사항은 IRP제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IRP제도 사용자에 대한 절차가 없으므로 퇴직연금사업자가 승인받은 상품을 가입자에게 바로 제공하고 가입자는 그 중 본인의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선정하면 된다.
정부는 이외에도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 간 경재 제고 등을 위해 사전지정운용방법의 운용현황 및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고용부 홈페이지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탈을 통해 공시할 예정이다. 사전지정운용방법을 3년에 1회 이상 정기 평가해 승인 지속여부를 심의하는 등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및 관리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그간 퇴직연금제도는 낮은 수익률 문제 등으로 근로자의 노후준비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4월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와 적립금운용위원회, 7월에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을 빠르게 현장에 안착시켜 수익률 제고뿐 아니라 퇴직연금제고가 근로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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