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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군 부대 해체 공백 (下-지역경제 파탄 우려)
군부대 해체로 흔들리는 접경지역 경제… 지방소멸 우려↑
27사단 해체 후 화천군 사내면 상권 발길 뚝… “3분의 1 이상 줄어”
군부대 해체 지역 6곳 중 4곳 ‘소멸우려지역’에 속해… 유소년 급감
전문가들 “군사지역 규제 풀고 군 유휴지에 기업 및 기관 유치해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08 00:05:04
▲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주둔했던 육군 제27보병사단(이기자부대)이 ‘국방개혁 2.0’에 따라 지난해 11월 공식 해체되면서 지역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27일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상가 밀집 지역이 오가는 장병들 없이 썰렁하다. 윤승준 기자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학형 팀장|윤승준·장혜원 기자] 국방개혁 2.0으로 시작된 연이은 군부대 해체에 해당 지역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군인을 상대로 장사하던 지역 상인들은 군인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상태다. 인구 유출도 심각하다. 직업군인 가족들이 모두 지역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강원도로서는 지역소멸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경제를 근본적으로 살릴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군인 지역 떠나자 지역상권 위기 직면
 
육군 제27보병사단이 공식 해체된 지 반년 가까이 흘렀다. 27사단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주둔했던 제2군단 예하부대로 중부전선을 책임진 예비사단이었다. 일명 ‘이기자 부대’로 유명했지만 2018년 국방부의 ‘국방개혁 2.0’ 부대개편 사단에 속하면서 해체 수순을 밟았다. 군인 또는 군인 면회객의 소비로 경제활동을 이어간 지역 주민에게는 악재였다.
 
27사단이 남기고 간 빈자리는 예상대로 컸다. 화천군 사내면 일대에서 군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휴가 나온 병사들로 붐볐던 버스터미널에는 주민들 몇 명만 보였다. 군인들이 휴가에서 복귀하던 시간인 늦은 오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군인들이 간간히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간부들이었다. ‘사스베이거스’라고 불릴 정도로 군인들로 붐볐던 모습은 잊힌 듯 했다.
 
군인들의 발길이 끊기자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식당들은 ‘개인적인 사정’ 등의 이유를 써놓으며 대부분 문을 닫았다. 피시방의 경우 27사단 해체 전만 해도 외출·외박 나온 병사들로 가득 찼지만 해체 후에는 몇 군데 남겨 놓고 대부분 폐업했다. 펜션·모텔 등 숙박업소도 군인 손님이 끊긴 지 오래였다. 시내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화천군 사내면에서 30년간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연(60대) 씨는 27사단 해체 후 주말에 손님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전에는 군인들이 외박이나 외출을 나와서 매상을 올려줬는데 27사단이 빠지면서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15사단 병력이 아직 남아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시외버스를 타고 춘천 시내로 나간다. 부대가 해체되기 다섯 달 전부터 매출이 뚝뚝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운영하는 이해복 사창리 상가번영회장도 현재 화천군 사내면 상권이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설마 했는데 상가를 내놓은 집이 엄청 많다. 상가를 보러오는 사람은 없다. 군인이나 면회자가 많아야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는데 주말에도 군인들이 몇 명만 나오는 정도이니 참 힘들다. 군 간부들이 다른 부대로 전출하면서 가구당 3명 이상 빠진 것 같다. 학생들이 없어서 학교도 폐교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년퇴직 후 고향인 화천군 사내면으로 와 펜션을 운영하는 정수영 사내면 번영회장도 무너진 지역경제에 대해 아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상가들의 매출액이 예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 이마저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인구유출은 이미 시작됐다. 다른 부대로 배치되면서 군인가족들이 빠져나갔고 사업하러 들어왔던 이들도 재산·사업체 등을 다 처분하고 떠났다. 그걸 싸게 매입해 들어온 사람들이 있는데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 27사단 해체 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상가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영업을 중단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내면 사창리에서 영업을 중단한 편의점과 임대를 내놓은 피자 가게, 피시방, 식당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군부대 해체 지역, 대부분 소멸 위기 처해
 
‘국방개혁 2.0 계획’으로 해체했거나 군비를 축소(여단으로 격하)한 부대는 26사단(2018년), 2사단(2019년), 20사단(2019년), 30사단(2020년), 23사단(2021년), 6군단(2022년), 27사단(2022년), 8군단(2023년) 등 여덟 곳이다. 28사단은 2025년 해체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군부대가 떠난 지역 대부분이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전국 시·군·구 282개를 대상으로 인구증감률,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등을 통해 ‘K-지방소멸지수’를 산출한 결과, 군부대 해체 지역 6곳 중 4곳이 ‘소멸우려지역’에 속했다. 해당 지역은 강원 화천군(27사단), 양구군(2사단), 양양군(8군단·20사단), 삼척시(23사단) 등이다.
 
삼척·화천·양구·양양의 GRDP는 2020년 기준 총 6조1519억 원으로 2017년(5조4143억 원) 대비 13.6% 늘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이었다. ‘국방개혁 2.0’으로 늘어난 군인들의 봉급이 GRDP에 반영된 것이다.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을 제외하면 이들 GRDP는 2017년 3조5219억 원에서 2020년 2조3302억 원을 33.8%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특히 상권과 관련된 ‘숙박 및 음식점업’은 같은 기간 1875억 원에서 1741억 원으로 줄었다.
 
인구 유출도 심각했다. 삼척·화천·양구·양양의 인구 수(거주자 기준)는 작년 말 기준 총 13만5750명으로 2017년(14만4427명)과 비교해 만 명 가까이 빠졌다. 이들 4곳을 제외한 강원도 전체 인구가 153만6509명에서 153만1134명으로 소폭 줄어든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유소년 인구 감소폭이 컸다. 삼척·화천·양구·양양 내 0~14세 거주자 수는 2017년 1만5177명에서 2022년 1만2455명으로 17.9%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유소년 인구 감소율(-13.2%)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출생률도 줄고 있어 나아지기 힘든 실정이다. 화천군의 지난해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5.7명으로 4년 전(7.7명)보다 2명 줄었다. 삼척시와 양양군의 조출생률도 4년간 5.0명에서 4.5명·3.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방개혁 2.0’에 따른 군부대 해체는 지역소멸 우려뿐 아니라 ‘비효율적 국방비 사용’이라는 문제도 불러왔다. 강원연구원이 작년 5월 발표한 ‘누구를 위한 국방개혁 2.0인가’ 보고서에서 김규남 강원연구원 통일·북방연구센터 연구원은 “국방개혁으로 부대가 해체되고 병력이 감소함에도 군사시설이 신축되고 국방 시설유지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국방 시설유지비는 2018년 1조445억 원이었지만 이듬해 1조3657억 원으로 1년간 약 30% 늘어났다. 국방시설도 2018년 11만3628동에서 2020년 11만5940동으로 2000동 넘게 증가했다. 책임 지역을 인수한 부대가 해체부대 시설을 추가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질적 구조로 전환’한다는 국방개혁 취지와도 어긋난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한재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김 연구원은 “국방개혁안이 발표되고 부대해체가 거론되면서 지역민들은 군부대 해체·이동에 따른 종전부지(미활용군용지)를 활용해 지역경제 회생을 전망했지만 종전부지를 군이 계속하면서 접경지역의 경제는 대안 없이 회복 불가능 상황이 됐다”며 “종전부지를 인수한 부대가 기존의 두 배에 달하는 군사기지와 시설을 사용하면서 부족한 경계대책과 냉·난방, 시설유지비 등 투입되지 않다고 될 부분에 불필요한 국방비의 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접경지역 성장 막는 군사 규제 완화 필요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방개혁 2.0’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군사·환경·농업·산림 규제를 풀어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 군 접경지역(철원·고성·양구·화천·인제)의 군사시설보호구역 면적은 총 2354.4㎢로 전체 면적의 48.8%를 차지한다.
 
류희상 화천군 의원은 “공장, 리조트 등 고층건물을 지으려고 해도 고도제한에 걸려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6월 시행될 강원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과 관련해 규제 완화, 도지사·시장·군수에 권한 이양 등의 내용을 정부에 요구했는데 권한을 이양해주면 외부에서 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어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내면에서는) 27사단이 쓰던 비행장을 다른 데로 옮기고 그 자리에 군수용품단지 농공단지를 조성하려고 한다”며 “기업들을 유치하면 수백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추가로 들어오면 지역이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군부대들이 떠나고 남은 토지를 활용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지에 대한 규제 완화, 부지를 지자체에 양도해 기업 유치, 군 관련 시설 이전 또는 신규 설립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원학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군부대가 있어 군인들의 소비활동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유지했는데 이제는 군인들이 다 떠났음에도 땅은 그대로 규제지역으로 묶여 아무것도 못해 지역의 어려움이 더 가중됐다”며 “그 부지에 기업을 유치한다든가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과 관련된 사관학교·기관·연구소·군수공장 등을 이쪽(군 유휴지)에 새롭게 만들거나 이쪽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군부대 해체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강원대학교 DMZ HELP센터 연구교수는 “지역만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 등 자원을 활용해 군 유휴지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내 젊은 층들이 빠져나가지 않아야 하는데 공장을 세워도 공장에 와서 일할 사람이 없을 수 있으므로 젊은 층들이 최대한 나가지 않고 오히려 유입될 수 있는 청년층 관련 사업·시설 등을 만들어서 인구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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