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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풍자처럼 읽히는 로봇의 좌충우돌 사회 적응기
라스트 젤리 샷/청예 지음, 허블, 1만6800원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8 09:30:10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고대 그리스 비극 속에 나오는 기계 장치로 구성된 신이다. 급작스럽게 모든 플롯의 실마리를 해결하는 기계 장치를 뜻하는 말인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불합리에 대해 비판하면서 "인간이 알 수 없는 과거의 사건이나 예언 혹은 고지해야 하는 미래의 사건을 이야기할 때"만 이러한 장치를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 ‘라스트 젤리 샷에 등장하는 인봇(인간과 흡사하거나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로봇) 삼 남매의 이름은 데우스·엑스·마키나이다. 삼 남매를 창조한 연구자 갈라테아는 이들에게 지능의 신·노동의 신·간병의 신이라는 별칭을 달아준다
 
이들 삼 남매는 사회화 훈련을 위해 각각의 가정으로 파견되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별칭에 맞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플롯의 실마리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사고만 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삼 남매는 윤리심판에 회부된다.
 
소설가 김성중은 이 작품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기계 장치를 직유처럼 활용해 각 장마다 퓨즈를 확 내려버린다며 뻔뻔한 책략인데도 불구하고 그 충격은 동일하다고 말한다. 소설 속 인봇들은 자신들의 논리대로 상황을 납득하려고 노력하다가 오류를 일으키며 인간을 해친다. 아니, 해치는 걸 넘어서 기이한 행동을 한다. 인간의 귀를 자르고, 신열에 들떠 작두를 타며 인간의 피를 뽑은 뒤 기름을 주입한다.
 
이런 충격적인 서사 전반에는 특이하게도 유머가 내포되어 있다. 인아영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을 범죄를 저지른 안드로이드에 대한 윤리심판이 진행되는 코믹 법정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앞서 나온 김성중 소설가 또한 이 소설을 일컬어 유머가 흐르고 활력감이 있는 작품이라고 칭했다. 로봇의 좌충우돌 사회 적응기는 다 읽고 나면 한 편의 풍자처럼 읽히기도 한다. 구석구석 녹아있는 농담 같은 문장들이 소설을 한층 더 그렇게 읽히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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