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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개표 관리 시스템이 외부 해킹 공격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합동보안점검팀이 선관위의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보호대책 이행 여부와 관련한 31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31.5점이라는 낙제점이 나왔다.
그런데 선관위가 지난해 동일한 항목으로 자체 평가해 국정원에 제출한 점수는 100점 만점이었다. 선관위의 안이한 보안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됐다.
국정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중앙선관위와 합동으로 보안 점검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못해 참담한 수준이다. 투표 과정과 선거 시스템 전반에서 보안에 취약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데도 이를 철저히 감시·발견·대응하지 못했다.
더욱이 최근 2년 동안 국정원으로부터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메일·악성코드 등 해킹 공격을 8차례 통보받고도 보안점검을 번번이 기피한 사실도 있다. 도대체 선관위는 무슨 이유로 이토록 허술한 보안시스템을 방치했는지 국민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본투표가 11일 실시됐다. 이보다 앞서 사전투표는 6일과 7일 이틀간 진행됐는데, 투표율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0년 4·15총선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권투표지·배추잎투표지 등 부정선거 의혹도 사전투표와 관련 있는 만큼, 사전투표에 대한 잡음을 없애고 철저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합동 보안점검 과정에서 실제 사전투표용지와 QR코드가 동일한 투표지 무단 인쇄가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통신장비에 외부 비인가 USB 등을 연결해 내부 선거망으로 침투하는 길도 뚫려있는 것도 드러났다. 실제로 선거망 등 내부망에 대한 직접적인 해킹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그간 제기돼 온 ‘부정선거’ 논란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구멍 난 것은 시스템만이 아니다. 선관위의 보안 인식은 상식 이하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업무·선거 등을 관장하는 내부 중요망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는 자체 보안 점검을 무자격업체에 맡기는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엉터리 보안시스템이 100점 만점으로 평가된 배경이다.
선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개표 시스템 역시 보안이 허술했다. 관리 직원의 패스워드는 누구나 쉽게 뚫을 수 있는 번호(12345)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런 보안 상태에서 해커들이 침입해 득표수를 조작하는 건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워 보인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인 선거를 주관하는 선관위가 개인 이메일 관리보다 더 허술한 자세로 임했다는 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은 “제품 출시 초기 패스워드를 사용한 접속도 가능했다”며 “때문에 해커가 선관위 내부망까지 침입 가능했다”고 밝혔다.
보안점검 결과 드러난 허점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내부 조력자가 다수 가담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변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관위는 “북한 등 외부세력이 의도할 경우 어느 때라도 공격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국정원의 일침을 새겨들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당장 시스템 방화벽 강화를 서두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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