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선각자 김활란을 우린 너무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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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교육과 한국 기독교 초기 역사의 보석 같은 존재
反대한민국 세력인 민주당과 좌익만 왜곡시켜
막말 파동 김준혁 후보를 반드시 낙마시켜야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09 06:30:40

총선 코앞에서 터진 더불어민주당 발(發) 김활란 막말 파동은 두루 연구 대상이다. 상식이지만 김활란은 근·현대 여성 교육과 초기 한국 기독교사의 보석이었고, 선각자 중의 선각자로 불렸다. 그게 1980년대 이전 한국 사회의 표준적 인식이다. 그걸 뒤집으려고 민주당과 좌익은 지금 저 난리다. 저들은 이승만을 악마화했듯이 이승만의 파트너인 김활란·모윤숙도 낙인찍으려는 것이다.

다큐 영화 ‘건국전쟁’이 강조했듯이 이승만 죽이기 뒤에는 북한이 있다. 주사파 운동권과 민주당은 거기에 동조해 대한민국 건국 세력 공격에 올인한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막말 파동을 넘어 민주당이 왜 반(反)대한민국 세력인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오늘은 김활란 재인식의 자리다. 쉽게 말할까. 그가 타계한 1970년 2월, 운구 행렬이 서울 망우리를 향할 때 추모 인파는 엄청났다.

1960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 내한 때의 환영 인파, 그리고 1965년 이승만 박사 유해 추모 인파를 능가했다는 말까지 있다. 추모 문집 ‘저 소리가 들리느냐’(이화여대출판부·1996)에 나오는 증언이다. 어쨌거나 당시 국민이 김활란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 모든 게 1980년대 이후 뒤틀리고 왜곡됐다. 당장 인터넷 공간을 보라.

김활란·모윤숙을 ‘악질 친일파’로 손가락질하고 때려잡자는 말로 그야말로 흉흉하다. 이 통에 이화여대는 교수진은 물론 학생까지 몽땅 넘어가 버린 지가 오래다. 김활란을 지킬 사람이 드물거나 아니면 없는 셈이다. 실제로 노무현정부 시절 이후 캠퍼스 내 김활란 동상은 페인트와 계란 세례의 표적으로 변했다.

이번 민주당 후보 김준혁의 막말 파동 때 대학 당국과 일부 동문이 ‘김활란 지키기’에 나섰지만 너무 미온적이었다. 왜 수백수천 명의 학생과 동문이 민주당사 앞에서 드러눕거나 삭발·단식 투쟁을 하지 않는가? 나는 궁금하다. 저들이 과연 김활란을 알긴 알까? 이쯤에서 공개할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의 그릇을 말해 주는 숨겨진 일화로 6·25전쟁 때 얘기다.

인민군 치하의 100일을 보낸 이화여대를 되찾은 총장 김활란은 한 공간에서 산처럼 쌓인 자술서 뭉치를 발견했다. 인민군이 대학에 남겨진 교수진에게 쓰도록 강요했던 자술서였다. 살아온 과정은 물론 대한민국에 충성했던 과거를 후회하고, 몰래 북한을 동경했다는 식의 ‘더러운 고백’이 수두룩했다. 인간이 그렇게 나약할 수 있다는 점에 김활란은 충격을 받았다.

교육부가 부역자 대책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각 대학에 보낸 시점이었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김활란은 뜻밖의 행동을 결심했다. 이화여대 교무처장 방용구 교수 한 명을 입회시킨 뒤 그걸 불태워 버리고 만다. 단합을 위해서라면 과거를 묻고 가겠다는 것,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지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런 게 인간 김활란이다. 아까 언급했던 장례식도 멋졌다.

그는 통상적인 장례식 대신 환송 예배를 유언으로 당부했다. 여성 교육과 신앙에 바쳐진 승리와 영광의 노래로 엮어진 ‘신나는 음악회’를 원했던 것이다. 이화여대 강당에서는 당시 최고 지휘자 임원식의 지휘 아래 헨델의 웅장한 ‘할렐루야’ 합창으로 대학 대강당을 가득 메웠으니 이런 장관이 없었다. 물론 54년 전 당시엔 신선한 충격이었다.

실제로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던 이어령은 예전 사석에서 내게 이런 말을 들려줬다. 많은 이가 김옥길 전 총장을 칭송하지만 김옥길과 김활란을 함께 아는 이들은 또 다르게 말한다는 것이다. 김활란의 그릇이 열 배 이상이라고 이구동성이란 얘기다. 오해 마시라. 둘을 견주고 자시고 하자는 게 아니다. 어차피 김활란은 김옥길의 스승이고, 둘은 이화를 키워 낸 주인공들이다.

그래도 좌익 세력은 김활란이 일제 말 종군위안부로 나갈 것을 제자들에게 권유했고, 그래서 악질 친일파가 아니냐고 입에 거품을 물 것이다. 묻고 싶다. 좌익, 당신들 정말 미쳐도 곱게 미칠 일이다. 인터넷에 거기에 동조한 그 비슷한 얘기가 수없이 깔려 있지만 전혀 근거 없다. 이번에 민주당 후보 김준혁은 그런 토대 위에서 최악의 헛소리를 했던 것뿐이다.

실제는 김활란이 근로정신대에 나갈 것을 권유했던 게 전부다. 무식한 좌익 세력은 근로정신대와 위안부를 구분 못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김활란=친일파’라고 내몰았을 뿐이다. 그런 김활란의 행위는 이화를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걸 아는 이는 모두 안다.

그런 김활란이 유언장에 남겼던 또 다른 말을 오늘 함께 음미해 보고 싶다.

“무슨 이유로든지 나를 바로 보지 못하는 분들에게까지 나는 더 높은 정성과 더 깊은 사랑으로 여러분 생의 성공을 위하여 기도하겠다.”

멋지다. 속이 좁은 나는 좌익과 주사파에 천벌을 내려 주실 것을 자나 깨나 기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