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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계화회관'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 ⑫ 가족의 헌신… 5색 ‘백합 코스요리’ 환상의 맛
44년 오랜 전통의 부안군 명소 향토음식 1호점, 이화자 대표의 ‘계화회관’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27 00:04:00
▲ 계화회관은 이화자 대표와 발자취를 함께해 왔다. 이 대표가 백합요리라는 매개체로 계화회관과 연을 맺은지 어언 4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스카이데일리
 
[편집자주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 계화회관]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계화회관에는 백합꽃이 항상 만개한다. 백합꽃은 죽·파전·구이··찜 여기저기서 예쁘게도 핀다. 계화회관은 계화도 토박이 여인이 백합을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계화도는 예부터 갯벌에서 백합이 쏟아지듯 나와 남녀노소 누구나 펄에 들어가 백합을 캐 돈을 벌거나 요리를 해 먹는 전통이 있었다. 계화회관의 1대 창업자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화자 대표는 계화도를 나고 자란 곳이자 반쪽을 만나 결혼을 하고 부모님을 따라 펄에서 백합을 따서 요리를 만들어 먹다가 식당까지 차리게 해 준, 삶의 원천을 만든 곳으로 추억한다.
 
식당을 통해 어엿한 가정도 꾸리고 어느새 장성한 자녀도 두게 돼 이 대표에게 계화회관은 이 대표를 그대로 투영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 자녀들이 이제 이 대표에 이어 계화회관의 2막을 열어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대표는 시작은 특별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계화회관은 코앞의 가난에서 벗어날 도피구이자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 간의 사랑이 잔뜩 묻어 나는 공간이 됐다. 가난을 이겨 내고자 식당을 냈던 이 대표의 용기와 열정 그리고 노력이 이루어 낸 오늘의 계화회관엔 그 무엇보다 위대한 여정이 담겨 있는 듯하다.
 
식당을 꾸리게 된 것은 지독한 가난 때문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고 돈을 벌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배워 둔 것도 없었어요. 아이들은 커 가는데 남편이 버는 돈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고 저도 벌어야만 생활이 유지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여유가 없으니까 아는 것은 없지만 먹고살기 위해 생활전선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화회관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작
 
지역의 마을회관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곳에 모이는 집결지잖아요. 계화회관이라는 이름에는 부안군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각인되고 싶다는 마음과 계화도 만의 맛을 품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부안군 계화도는 백합이 많이 나는 주산지였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펄에 들어가 백합을 잡고 요리를 만들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백합을 활용한 식당 개업으로 연계가 됐는데 식당을 하면 큰 벌이가 되진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식당을 운영하면 가족이 밥 굶는 일은 없이 사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계화회관의 1세대를 책임진 이화자 대표. 최근 자녀들의 든든한 조력으로 계화회관은 2세대 개막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2세대 자녀 입성으로 사업 개화
 
자녀가 성장해 식당에 일손을 더하며 사업은 날개를 달게 됐다
 
어렸을 때 펄에서 백합을 잡으면 해 먹는 요리가 주로 구이나 탕이었기 때문에 제가 식당을 운영할 때는 주 메뉴가 백합구이와 백합탕이었어요. 최근 나이가 들어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딸과 아들이 식당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제 시절에 주력했던 백합의 맛에서 아이들이 들어와 요리 범주를 확대하면서 얼큰한 맛을 내는 찜이나 바삭한 식감을 맛볼 수 있는 파전까지 메뉴가 추가됐습니다.”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열정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흐른 세월만큼 건강이 나빠져 몸에서 신호를 보내왔다
 
나이가 드니 몸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죠. 그러자 아이들이 하나둘 식당 일을 돕겠다고 팔을 걷고 나서기 시작했어요. 제가 아직 현역으로 식당에 나와 일을 하기는 하지만 딸들이 밑반찬을 만들고 주요리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이가 전부 넷인데 첫째와 둘째 딸이 식당에 나와 고정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고 막내딸도 사업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식당에 일손을 보태고 있습니다. 아들은 주말에만 식당에 와서 일을 해 주고 남편은 주말에 주차 관리를 도와 주는데 제가 아직 현장에 있으니까 세대교체가 된 것은 아니지만 가족 전체가 총동원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길고도 차진 여정은 백합과 떼려야 뗄 수 없다. 1980년 개업해 백합요리와 함께 호흡해 온 지도 어언 44년. 이젠 서로 합을 맞추지 않으려야 맞추지 않기가 더 어렵다고 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이 대표의 손을 거친 백합요리는 인위적인 자극 없이도 환상적인 미식의 요소를 가득 품고 있다.
 
▲ 계화회관의 요리는 백합이라는 재료로 피워 낸 화려한 죽·파전·구이·탕·찜의 꽃다발 한 상이다. ⓒ스카이데일리
 
계화회관의 대표 5색 요리
 
백합요리 전문점인 계화회관의 대표 음식은 코스요리(파전 구이 )이다. 부안의 대표 식재료이기도 한 백합을 다각적으로 맛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우선 백합죽은 이 대표가 직접 개발한 음식으로, 부안 이화자 백합죽으로 상표등록도 마쳤다. 죽 그릇은 근처에만 가도 식욕을 돋우는 고소한 향이 퍼지는데 최소한의 정량을 추구한 간이 입에 딱 맞고 담백해 쉼 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그릇이 텅 비게 된다. 죽이지만 쌀알이 원래 모양 그대로 살아 있어 밥처럼 포만감을 주면서도  부드러워 속까지 편안하니 손님들 사이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넘기기 좋은 적당한 크기로 썰려 밥알 사이에 알알이 들어 있는 백합 속살은 작은 선물처럼 느껴진다. 황금빛 들깨 고명을 얹은 죽은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다.
 
백합 파전은 기름옷을 입었음에도 느끼하지 않고 겉과 속이 모두 담백한 맛을 낸다.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식감과 함께 촉촉한 속살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파와 백합의 완벽한 조화 때문이다. 파전을 씹다 보면 주재료인 백합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느끼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백합구이는 빛깔이 예쁜 백합이 차곡차곡 차렷 자세로 포개져 있다. 백합 뚜껑을 열면 뽀얀 속살의 큰 알맹이가 나오는데 배 채울 요량에는 제격인 크기다. 백합구이에는 특별한 양념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손질 방법이 맛을 크게 좌우한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원재료 본연의 싱싱한 맛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비릿한 해산물 내음은 사라지고 없다. 입 안 깊숙이 씹으며 넘기니 바다의 향이 즙처럼 톡 반출되며 쫄깃한 식감은 강해지는데 이때 목 넘김이 부드럽다. 알맹이를 잘게 쪼갤수록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목으로 완전히 넘어갈 때는 아쉬움을 남긴다.
 
백합탕은 투명한 바깥쪽에서 안으로 갈수록 점점 농도가 짙어지며 미세하게 농도 차이가 나는 희뿌연 육수가 별미다. 정도를 지킨 간 조절로 조개탕 특유의 시원함에 얼큰한 맛을 입혔지만 맵지 않아 칼칼하면서도 깊이 우러난 육수의 맛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쫀득하고 쫄깃한 백합살을 더해 바다의 싱싱함을 그대로 탕에 담았다.
 
백합찜은 이 대표가 백합찜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새빨간 양념이 더해져 매운맛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아귀찜처럼 콩나물과 치즈떡이 함께 섞여 적당한 간을 맞추고 유쾌한 매콤함을 내 파전 등과 어우러지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찜 안에서도 백합의 쫄깃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이 대표의 계화회관에서 선보이는 요리는 각기 다른 색을 뽐내며 요리의 향연을 이루지만 하나하나의 요리가 모두 맛있다. 
 
요리할 때 항상 마음에 새기는 것은 요리를 만드는 식재료가 신선해야 결과물인 요리도 맛이 나고 건강할 수 있다는 거예요. 손님에게 제공하는 요리의 재료는 반드시 당일에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백합은 싱싱함이 생명인 해산물인데 죽은 상태에서는 선도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신선한 식재료를 공수해 최선으로 조리에 임하는 것이 계화회관을 찾아 주시는 손님들께 진심을 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제가 귀하게 생각하는 건 성실함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좋지 않기는 어렵잖아요. 꾸준함과 성실함을 갖춘다면 최고의 요리를 낼 준비가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계화회관은 늘 가장 신선한 재료로 최선을 다해 성심성의껏 최고의 요리를 제공하겠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계화회관이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만큼 앞으로 함께할 길도 마음이 설레지만 고령인 만큼 얼마나 오래 더 함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81세가 됐는데 커다란 욕심은 없고 건강을 잘 지키며 가능한 한 오래 현장에서 제 손맛을 손님께 보여 드리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식당에 계속 나와 일을 할 것이고요. 주변에선 장성한 아이들이 식당에 나와 있으니 일을 그만하고 쉬라고 만류하지만 제 모든 걸 쏟아부은 분신과도 같은 식당에 나와 있으면 또 활력이 생기거든요. 가족 모두가 식당을 위해 헌신해 주는데 저도 건강을 유지해서 가능하다면 오래도록 좋은 백합 맛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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