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북한인권보고서에는 코로나19 시기에 사회 통제 목적으로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의한 공개처형 사례가 최초로 포함되었다. 2022년 황해남도의 한 광산에서 남한 영화와 노래를 보고 유포한 혐의를 받은 22세 청년이 공개 처형되었다. 2023년 초에도 같은 이유로 공개처형이 이루어졌다. 동해 목선 탈북인도 “지인 3명이 남한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지난해 공개처형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북한 당국은 소위 ‘3대 악법’을 통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중에는 신부가 흰 드레스를 입는 것과 선글라스 착용 행위 등도 포함된다. 또한 휴대전화를 수시로 검열해 주소록에 ‘아빠’ ‘쌤’ 등 한국식 말투나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단속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각계각층 다양한 연령층에서 탈북이 이루어지다 보니 TV나 유튜브를 통해 북한 사회와 지도층의 내밀한 소식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폭압과 공포 속에서도 ‘자유가 없으면 차라리 죽음’이라는 마음으로 탈북하는데, 대부분은 중국 공안에 잡히는 신세가 된다.
중국이 최근 구금 시설에 가둬 놓았던 탈북인 강제 북송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3년간 구금한 탈북인 2000여 명 가운데 500~600명을 지난해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 폐막 다음 날 기습적으로 북송했다.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보류했다가 탈북인 북송을 재개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강제 북송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중국 당국의 탈북인 추가 강제 북송 가능성을 지속 추적해 왔다”고 밝혔고, 통일부와 외교부도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해외 체류 탈북인이 자유의사에 반해 강제 수송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탈북하는 사람들은 중국 공안에 잡혀서 북한으로 송환되면 쥐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므로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농약이나 독극물을 소지하고 국경을 건넌다고 한다. 영국에 살고 있는 탈북인 김유빈·규리 자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자매는 1월23일 중국과 북한대사관 앞에서 동생 등 강제 북송된 탈북인의 석방을 촉구한 데 이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북한대사관 우체통에 넣었다.
북한에서 도망쳐 중국에 기거하는 막내 동생 철옥 씨와 23년 만에 겨우 연락이 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신분증이 없어 백신도 맞지 못한 채 고생하는 동생을 영국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철옥 씨는 출발 직후 중국 공안에 체포돼 바이산구류소에 6개월 수감됐다가 북한으로 송환되었다. 그들은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김정은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편지의 요지는 이렇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녀 김주애를 앞세우고 다니며 자녀에 대한 사랑을 보여 주고 있는 것처럼, 탈북 여성들 역시 모성애를 가진 어머니이며 아이들에게 어머니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위원장님, 본인의 딸이라고 생각하시고 제발 이제는 멈춰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흩어지는 것을요. 강제 북송을요. 또 북한을 백성을 위한 나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백성을 위한 리더로 남길 바랍니다. 백성을 날파리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그러면서 김정은이 김주애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백성의 삶을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동생 철옥 씨는 굶어 죽지 않으려고 1998년 두만강을 건넜지만 브로커에 의해 시골로 팔려가 중국 남성과 강제 결혼했다. 겨우 16살에 아이를 출산하고 불법체류자로 살다 25년 만에 북송되었다. 두 언니는 중국에서 성인이 된 철옥 씨의 딸이 결혼해 엄마가 됐다며 북송된 엄마가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두 자매의 절규는 맹자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어느 날 오후, 양나라 혜왕은 대청에 앉아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동물 울음소리가 들렸다. 애절한 그 소리가 무슨 사연인지 왕이 물었다. 종을 만드는 의식에 송아지를 희생으로 쓰는데, 끌려가는 송아지와 어미소의 울음소리라는 대답이다. 순간 왕은 송아지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어 송아지를 어미소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신하가 흔종의식은 어찌할 것인지를 묻자 제물을 소 말고 양으로 바꾸라고 왕은 명령한다. 여기에서 ‘이양역우(以羊易牛)’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왕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하다. 눈앞에서 애처로이 우는 송아지를 보아 넘기기 힘들었던 것이다. 만약 양이 우는 것을 보았다면 다시 다른 동물로 제물을 쓰라고 했을 것이다. 이처럼 생명을 애처로이 여기는 마음이 지도자의 기본이지만, 북한의 지도자에게는 그것이 없다. 자신의 딸 김주애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중국에서 북한으로 도로 잡혀가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절규하는 이들 자매의 편지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국민을 굶기면서도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는 나라의 백성을 누가 구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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