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하면 젊은 사람들은 ‘옥뮤다’를 떠올리고 나이 든 사람들은 어탕국수를 떠올린다. ‘옥뮤다’는 국토 정중앙에 자리한 덕에 얻은 별명이다. 택배 상품이 옥천물류센터에만 들어가면 사라진다는 의미지만 그만큼 많은 물건이 이곳을 통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탕국수는 물 맑은 금강 상류에서 물놀이하던 아이들이 즉석에서 끓여 먹던 간식으로 어느덧 옥천을 상징하는 로컬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남에서 북으로 흐르며 대지 구석구석을 촉촉하게 적시는 ‘금강’은 ‘금’보다 귀한 옥천의 재산이다. 금강을 따라 다양한 식생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가 하면 철마다 다른 풍경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올해도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시원한 강변의 전경도 즐기고 토속음식도 맛보기 위한 발길이 부지런히 금강을 향하고 있다.
엄마야 누나야 금강 살자 ‘장계관광지’
금강이 북동쪽으로 휘돌아 흐르는 안내면 장계리 진모래마을은 벼·보리·담배농사를 짓던 아담한 규모의 농촌이었다. 하얀 모래밭이 길게 뻗어 있어 조선 시대에는 장사리로 불렸으나 일제강점기에 아래쪽 욱계리와 합쳐 장계리라는 이름으로 개편되었다.
50여 호 200여 명이 깃들어 살던 강마을은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전 가구가 수몰되는 운명에 처했다. 마을 주민 대다수는 현 장계교 부근으로 이주했고 일부는 옥천읍으로 흩어졌다.
강 건너 달돋이산 옛 산길은 진모래마을 학생들과 주민들이 안내면 현리의 면소재지로 가기 위해 이용하던 정겨운 산길이다. 주민들은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달돋이산까지 오른 후 부리기재를 통해 안내국민학교·오일장·안내중학교로 향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갈수기에는 대청호 수위가 내려가 강 건너 산길이 희미하게 보이곤 한다.
1992년에는 이곳에 옥천대청비치랜드가 개장해 충북도민의 휴식처가 되어 주었다. 옥천 사람이라면 친구·가족과 이곳을 방문해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꽤 큰 인기를 누리던 놀이공원이었지만 개장 18년 만인 2010년 폐업했다.
현재 그 자리에는 시인 정지용을 기념하는 ‘카페 프란스’와 산책로가 들어섰다. 수국길 만발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대초원이라는 뜻의 카페 ‘플라히에’와 만나게 된다. 카페 프란스와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초록 정원과 푸른 호수 사이 싱그러운 자연 속에 오롯이 들어앉은 찻집은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물멍·숲멍하기 딱이다.
신과 인간의 합작품 ‘부소담악’
부소담악은 추소리 부소무니마을 물가에 떠 있는 길이 700m의 암봉이다.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한 댐이 옥천에 이런 선물을 건넬 줄이야. 천혜의 원시 자연에 인간이 댐을 짓고 물을 가두니 유려한 산세는 도드라지고 물가의 풍류까지 생겨났다. 신과 인간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물 위로 솟은 기다란 봉우리에 병풍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부소담악 능선부의 추소정에 오르면 병풍바위 끝자락까지 넉넉히 감상할 수 있다. 용 한 마리가 꿈틀거리며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형상이 옥천의 늠름한 기상을 보여 주는 듯하다.
개인이 운영하는 보트 투어를 통해 물 위에서 바위 주변을 둘러볼 수도 있다. 3·4인용의 작은 보트로 성인 1만 원의 비용이 든다.
충청북도 민간정원 10호 ‘수생식물학습원’
부소담악 인근 수생식물학습원은 2005년 다섯 가구가 합심하여 6만㎡ 대지에 수생식물을 재배하고 보급하는 관경농업 목적으로 개발한 곳이다.
천상의 정원이라는 별명처럼 잘 꾸며진 정원에는 ‘여기서부터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 ‘바람이 주인이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같은 글귀가 세워져 있어 길을 안내한다. 수생식물학습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드는 법 없이 그저 자연과 어우러져 편안히 머무르다 가길 바라는 말들이다.
이곳에는 두 개의 둘레길이 있다. ‘천상의 바람길’은 꽃길이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이 피고 진다. 바람을 앞세우고 꽃과 함께 걸으며 시간을 음미하는 휴식의 길이다.
‘꽃산아래벼랑’은 철제 계단을 따라 벼랑 위 정자까지 숨 가쁘게 걸음을 옮겨야 하는 활력의 길이다. 곳곳에 자리한 변성퇴적암은 이곳이 오래전 바다였음을 말해 준다.
학습원의 건축물들은 자연을 훼방하지 않는 차분한 색채로 지어졌다. ‘호수 위의 찻집’ 카페에서 교회당 이정표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유럽의 성곽을 연상시키는 ‘달과 별의 집’을 만나게 된다. 이름 그대로 하늘 꼭대기 달과 별 바로 아래 지어진 건물로 옥상에 오르면 학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주말에는 방문자가 많아 반드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성인 8000원의 입장료를 받으며 일요일은 휴관한다.
대청호 따라 걷는 향수호수길
옥천선사공원에서 장계리 주막마을까지 대청호를 따라 이어지는 5.4㎞의 산책로를 향수호수길이라 부른다. 대청호가 들어서기 전 주민이 이용하던 마을 길로 지금은 나무 덱 3.4㎞+흙길 2㎞로 재정비했다.
호수변을 거닐다 보면 날망마당·물비늘전망대·황새터·용댕이 같은 재밌는 이름의 쉼터와 만나게 된다. ‘날망’은 충청도 방언으로 언덕 위를 뜻하고 ‘물비늘전망대’는 물비늘 위에 살포시 얹힌 둥근 전망대를 가리킨다. ‘황새터’는 황새가 살던 넓은 들판에 붙여진 이름이고 ‘용댕이’에는 승천하던 용이 떨어져 몸을 숨겼다는 전설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한편 출발지인 옥천선사공원에는 고인돌·선돌·장승·솟대·돌탑 등의 볼거리가 갖춰져 있다. 여기서 안터교를 건너면 안터선사공원으로 길이 이어진다. 경치가 좋다 보니 부근에 놀고 멍때리고 쉬어 갈 만한 카페가 여러 곳 자리하고 있다.
금강의 한반도 지형을 한눈에 ‘둔주봉’
금강은 동강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감입곡류 지형이다. 계곡을 휘돌아 나가던 강물이 벼랑을 깎는 한편 강변에 퇴적물을 쌓아 두면서 자연스럽게 한반도 지형을 탄생시켰다.
둔주봉의 한반도 지형은 동·서가 바뀐 모습으로 존재한다. 연주리 마을로 들어선 후 한반도 전망대까지 약 800m를 도보로 이동하게 되는데 보기보다 산기슭이 가팔라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전망대에 올라서면 고요한 산속 정취 속에 오롯이 자리한 한반도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힘들었던 여정이 깨끗하게 잊힌다.
옛 정취 속에서 하룻밤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체험동·전시동·숙박동으로 구분되는 옥천읍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체험동인 옥천관에서는 전통 공예과 다도 예절을 익힐 수 있으며 전시동인 관성관에서는 미술·서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숙박동인 고시산관의 경우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한옥 숙소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4인실은 주중 5만 원·주말 7만 원의 비용이 들며 넉넉하게 총 10실이 준비되어 있다.
8인실의 경우 각각 9만 원·14만 원에 이용 가능한데 3실밖에 없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원래도 저렴하지만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소지하면 30% 할인 혜택이 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