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안의 세상’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세계에서 우리의 일상은 이제 화면에 무엇인가를 노출시켜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권력, 즉 ‘노출 권력’을 보유한 빅테크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고리즘에 의해 끝없이 이어지는 콘텐츠의 강렬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누구라도 쉽지 않다. 특히 자극성 강한 유해물이 사고와 정서가 발달 과정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어린이 및 10대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 법안’ ‘어린이 온라인 안전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어린이·청소년을 소셜미디어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법안은 찬성 91명·반대 3명 등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물론 하원 통과라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유튜브·페이스북·X(옛 트위터) 등 미성년자가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온라인 플랫폼에 ‘주의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성년자를 악성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고 이용자에게 생길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은 성·폭력·괴롭힘·자살·약물 등의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접근 제한과 최고 수준의 미성년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그리고 알고리즘의 자동 추천에 따른 중독 예방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유해 콘텐츠를 걸러 내지 못하는 온라인 플랫폼에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성장기 어린이·청소년이 빠지기 쉬운 소셜미디어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각심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가입과 이용을 제한하고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저장·활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등 이미 법 제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9월 플랫폼 업체가 유해 콘텐츠에 연령제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온라인 안전법’을 제정했다. 또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16세 미만에게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최근 보도됐다. 한 시민단체가 학부모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16세 미만 스마트폰 금지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는 3세 미만 유아의 영상 시청과 13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의 의뢰를 받은 전문가 그룹이 내놓은 보고서에는 이 밖에도 휴대전화 사용은 11세부터, 소셜미디어 사용은 15세부터 허용하되 ‘윤리적’인 콘텐츠로 한정해야 한다는 권고도 포함됐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문제의식과 대처 방안 면에서 뒤처진 감이 없지 않다. 세계 최고의 우수한 모바일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하지만 그에 따른 그림자도 크다. 스마트폰 과몰입·중독 등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 조사 결과 청소년(10~19세)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過)의존 위험군에 해당했다.
미국 상원이 어린이·청소년을 소셜미디어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을 통과시킨 데에는 SNS에 등장하는 ‘목조르기 챌린지’ 등 각종 유해 콘텐츠 때문에 자녀가 숨지는 아픔을 겪은 부모들의 눈물이 있었다.
우리도 청소년 SNS(Social Network Service·사회관계망 서비스) 중독의 심각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알고리즘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한하자는 내용과 청소년을 선정적·폭력적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내용 등 현재 추진 중인 법 개정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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