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와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공공기관은 정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사내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했지만 불이익은 크지 않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내대출 위반에 대한 항목은 100점 만점에서 4점에 불과했다. 그래선지 금융 공공기관은 정부 지침을 어기는 사내대출을 해마다 개선하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29일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실시계획을 확인한 결과 사내대출 개선 여부를 반영하는 ‘보수 및 복리후생’ 항목은 100점 만점에서 4점이었다. 경영전략 9점, 사회적 책임 15점, 재무성과관리 20점 등 다른 평가지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자산관리공사는 경영실적 평가 점수가 일부 깎이더라도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한도를 넘는 돈을 사내대출해 비판을 자초했다.
평가지표가 저조해도 조치는 미미했다. 모든 평가지표를 종합해 ‘미흡’ 이하 등급을 받아도 기관은 ‘기관장·임직원 성과급 지급자료 등으로 활용’이라는 후속 조치를 가하는 데 그친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한 금융공기관의 부적절한 사내대출은 지속될 전망이다.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은 주택자금과 생활안정자금 대출 이자율을 한국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분기별 연동)를 하한선으로 정했다. 2023년 2분기 최저치는 연 4.82%였다. 대출한도는 주택자금 7000만 원, 생활안정자금 2000만 원이 상한선이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 직원 21명에게 주택구입·임차 명목으로 주택자금 사내대출(23억6590만 원)을 실시했다. 금리는 연 3.3%로 분기 최저치를 1.5%p 이상 밑돌았다. 대출한도도 1억6000만 원으로 기준보다 9000만 원 많았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한 탓에 고신용자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범을 보여야 할 금융 공공기관이 정부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버젓이 주택담보대출을 실시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지침 미준수에 대해서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2021년 공공기관 지침이 개정되면서 사내대출 한도·이자율을 개선해야 했지만 근로기준법상 노사 협력 사항이어서 노조 동의 없이 바꿀 수 없었다”면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있는 규정을 변경하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고 기관장이 임의로 규정 외 사항을 개정할 수 없어서 지침 규정에 금리·한도를 맞출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권남주 사장은 25년 이상 자산관리공사에서 근무했다. 인재경영부장(2016년)과 경영본부장(2018년)을 거친 권남주 사장은 자산관리공사 경영과 노사협의에 대해 누구보다 밝다는 점에서 정부 규정 미준수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계대출 억제가 중요한 정부 정책인만큼 권 사장이 노조 동의를 이끌어 특혜 대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조 핑계만 대다 보니 금융 공공기관은 대부분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 기준을 어기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서 확인한 결과 금융 공기관 9곳 가운데 6개 공기관이 대출금리와 대출한도를 위반했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B·양호)·한국조폐공사(B·양호)·한국자산관리공사(C·보통)·한국주택금융공사(C·보통) 등은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에서 ‘보통’ 이상의 결과를 받아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생활안정자금에 대해 연 2% 금리로 직원 29명에게 8억7000만 원을 대출하며 규정을 어겼다. 한도도 3000만 원으로 규정보다 많았다. 수술·입원 등의 본래 취지뿐 아니라 기혼직원이 임차 주택을 마련하는 경우 생활안정자금을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주금공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와 다른 기관 운영 사례를 참고해 2022년 금리를 산정했다”며 “금리를 변경하려면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한데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기존 금리를 계속 가져와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은 지난해 주택자금에 대해 금리 연 4.02%로 40명에게 62억9740만 원을 대출해 줬다. 한도는 최대 1억3600만 원이었다. 생활안정자금에 대해서는 연 4.34%로는 2000만 원, 연 5.34%로는 3000만 원을 총 783명에게 빌려줬다. 79억5954만 원 규모였다.
신보 관계자는 “2021년 7월 지침 개정 전 대출금리·한도를 정했고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개정하려면 법률상 노조의 과반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며 “노조 협의 없이 강제로 개정하면 법률적으로 위반이라서 노조와 지속 협의하고 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국조폐공사도 지난해 생활안정자금에 대해 연 4.0% 금리로 3000만 원까지 대출해 주며 기준치에 모두 못 미쳤고 주택자금으로는 임차 명목으로 연 2.0%의 대출을 5000만 원까지 내줬다.
한국산업은행은 주택자금 대출을 연 4.39~4.57%로 지급했고 생활안정자금은 4.57% 금리로 3000만 원까지 빌려줬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주택자금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고 생활안정자금에 대해서는 대출한도를 지켰으나 금리는 연 4.32%로 기준치를 소폭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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