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장기 연체자의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금융사의 무분별한 소멸시효 연장에 제동을 건다. 1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대손세칙에 따라, 소액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은 시효를 실제 완성하거나 포기해야만 세법상 대손 인정을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부터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이하 대손세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업무세칙은 올해 2월 발표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로 추진됐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회수가능성이 낮은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해 대손 인정을 받고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도, 법원 지급명령 등을 통해 소멸시효를 반복 연장하며 장기 추심을 이어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은 연체채권 관리 체계를 ‘원칙적 시효 완성, 예외적 연장’ 구조로 전환해 관행적 추심을 차단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회사가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대손 인정을 신청하려면 신청서상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에 시효를 실제로 완성하거나 채권을 포기한다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
적용 대상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와 소액 차주 보호 필요성을 감안해 설정됐다. 은행·보험권 5000만 원 이하, 저축은행 및 여전사(카드사·캐피탈 등) 3000만 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이다.
다만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예외 조항도 마련됐다. 대손 인정을 받은 채권이라도 △채무자의 은닉재산 발견 △파산·회생 등 법률상 불가피한 시효 중단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이행 중인 경우에는 소멸시효 연장이 허용된다.
또, 대손인정 채권을 매각할 때도 8월 개정된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각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완성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채권을 사들인 양수인에게도 시효완성 의무가 승계되며, 원채권 금융회사는 양수인의 의무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개정된 대손세칙은 금융회사의 2026년 4분기 대손상각 신청분부터 본격 적용된다. 금융회사는 대손상각 신청 시 조건부 손비인정 채권을 별도로 구분해 기재·관리해야 한다.
또한 같은 날 시행된 업권별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 개정안에 따라, 소멸시효 연장 후 3년이 지나면 차주의 상환능력을 재평가하는 재심사 제도가 가동된다. 재심 결과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시효가 만료되기 전이라도 채권을 중도 포기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은행, 저축은행, 여전사, 상호금융 등 금융회사별 연체채권 관리 실적(시효 완성, 채무조정, 채권 매각 실적 등)을 각 금융협회를 통해 공시하고, 향후 반기 단위로 정례 공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서민금융과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장기 연체 채무자가 끝없는 추심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발판이 마련됐다”며 “금융회사 역시 불필요한 추심 인력과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자산건전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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