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이 주식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다양하다. 기업의 실적·배당·투자 계획 등이다. 그중에서도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주주이익 실현 의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 주는 수단이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경우 본질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총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자기자본 수익률(ROE)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으며, 유통 주식 수도 줄어들기 때문에 주당순이익(EPS)도 증가한다. 기업들이 눈앞의 주가 부양 및 유지를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자사주 매입 소각이다. 하지만 자기자본이 줄어들어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단점도 없지 않다.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는 미국의 워렌 버핏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해 저평가를 방지하고 있으며, 애플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적도 있다.
시가 총액 300조가 넘는 글로벌기업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을 시장이 반기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11조3000억 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했다.
2017년 초에도 9조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그리고 이번에 ‘4만 전자’로 추락하자 또 자사주 소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삼성전자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카드를 썼다. 이번 결정은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주가 5만 원선이 무너지고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하락은 단순한 반도체 업황 악화나 미·중 갈등 때문만은 아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서도 대만의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는 등 기술경쟁력 약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자사주 소각 결정에도 주가 상승은 역시 반짝 효과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에서 비롯된 그룹 위기를 타개하고자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도 단행했다.
하지만 당면한 하락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가 부양책보다 펀더멘털 개선이 시급하다. 떨어지는 칼날을 받으려 10조 원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회사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과 미래에 대한 투자가 더욱 현명하지 않을까. ‘세계 최초’를 외치던 삼성전자의 영광, 시스템이 완벽히 작동하던 삼성전자의 왕좌 복귀를 간절히 기다린다.
박병헌 취재본부장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