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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방한한 미국 민간 선거감시단이 27일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번 감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전략·외교·사이버 안보 분야를 이끌었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의 방한은 선거 참관은 물론이고 한국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국제적 검증의 성격을 갖는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감시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우리는 이번 사안을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입증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태도다.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책임지는 헌법기관으로서 선관위는 미국 선거감시단의 참관 요청을 공식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국내법상 외국 선거단의 공식 참관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으나 이는 형식 논리에 치우친 태도로 비칠 수 있다. 부정선거 이슈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가운데 선관위가 진정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무결성을 확신한다면 국제 감시단의 검증을 오히려 반가워하고 기꺼이 협조해야 할 것이다.
전 국제형사사법대사 모스 탄,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소속 사이버 안보 책임자 존 밀스 대령 등 국제정치학자 브레들리 테이어 박사 등으로 구성된 감시단은 단지 참관인의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정부, 특히 트럼프 진영은 이들 감시단의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대선을 평가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들의 감시는 단순한 외교적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검증 행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공식적인 감시 요청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선관위가 이처럼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그 자체로 의혹을 증폭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다. 마침 미국 감시단은 자체 일정을 통해 사전투표 시스템, 개표 전산망, 통신망 등 다양한 요소를 점검하고자 한다. 만약 정말 선거제도에 하자가 없다면 이는 오히려 선관위가 자신들의 시스템을 국제사회에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이번 선거감시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엔과 유럽 안보기구(OSCE)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6·3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신뢰 회복 여부를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가 “감시는 수용할 수 없다”는 폐쇄적 태도를 고수한다면 국제사회는 오히려 “무엇인가 감춰야 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선거 감시단 일원이 때마침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해킹 보안 컨퍼런스 ‘타이푼콘 2025’와 대선 일정을 연관 지은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일각에서는 사전선거의 기술적 부정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시와 대비를 국내 정치 공세로 치부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의 보안과 신뢰도를 끌어올릴 절호의 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사안에 대한 대응을 편 가르기 하지 않는 태도다. 자유민주주의는 감시와 검증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는 제도다. 따라서 선관위는 이번 기회를 선거제도 투명성을 국제사회에 공인받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혹여 정파적 계산에 휘둘려 방어적 태도를 보일 때가 아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대한민국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선거의 주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며, 그것은 열린 자세로 국제 감시를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이번 대선은 단지 정권 재창출 또는 교체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다. 선관위가 그 신뢰의 첫 관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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