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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매운맛은 단순한 미각의 범주를 넘어, 감정의 배출구이자 세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매운맛 챌린지’ 현상은 개인 심리와 사회적 구조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문화 코드다. 최근 세계적 화제가 된 ‘케데헌’에서도 ‘사자 보이스’가 매운맛 챌린지(Spicy Challenge)에 도전하여 ‘베이비’가 승리하는 장면이 매운맛의 인기를 말해준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이 열풍은 ‘고통의 연대’ 현상과 맞닿아 있다. 취업과 경쟁,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을 매운 음식이라는 통로로 배출한다. 즉, 매운맛은 억압된 감정과 욕망의 대리 표현으로서, 청년들은 화끈한 맛을 통해 사회에서 겪는 심리적 스트레스 해소와 감각적 자극에 대한 갈망을 풀어주는 해방감을 느낀다. SNS에서는 ‘맵찔이(매운맛에 약한 사람)’와 ‘맵부심(매운맛을 잘 견디는 자부심)’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고통을 견디는 것이 하나의 젊음의 특권이자 문화적 자격처럼 소비된다.
매운맛은 통증과 쾌락을 동시에 자극하는데, 이 이중성은 젊은 세대의 불안정한 정서 상태와 묘하게 맞닿아 있다. 일상에서 분노나 좌절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극적인 맛은 무의식 속 공격성과 자학적 쾌락을 안전하게 배출하는 수단이 된다. 이처럼 매운맛은 한국 젊은이들의 불안, 욕망, 사회적 위치에 대한 반응으로, 단순한 식문화 이상의 심층적 상징이자 정서적 통로로 기능한다.
이 열풍의 상징적 척도는 스코빌 지수(Scoville Heat Unit, SHU)다. 이는 고추의 매운 정도를 수치화한 단위로, 김치찌개(1,000 SHU)나 청양고추(4,000~10,000 SHU)는 한국의 전통적 매운맛을 대표한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이들이 즐기는 ‘불닭볶음면’은 약 4,400 SHU, ‘핵불닭’은 약 10,000 SHU, 일부 도전용 소스는 100,000 SHU를 넘기기도 한다. 엽기떡볶이(약 8,000~10,000 SHU) 같은 음식은 입안을 타오르게 하지만, 그 고통 끝에 찾아오는 도파민 분출은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유도한다. ‘마라탕’, ‘불닭라면’, ‘매운치즈떡볶이’처럼 매운맛을 수입하거나 퓨전 메뉴를 선호하는 현상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취향을 음식으로 표현하려는 시대적 반영이다.
2015년부터 방송된 미국 유튜브 토크쇼 ‘핫 원스(Hot Ones)’는 출연자들이 매운 소스가 점점 강해지는 윙 요리를 먹으며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프로그램으로, 셀럽들의 진솔한 리액션이나 고통스런 모습에 시청자들은 가학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한국의 2NE1의 리더 CL은 초창기에 출연하여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고, 최근에는 블랙핑크의 로제, 제니, 리사가 출연해 극한의 매운 날개를 먹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심리적으로는 매운맛이 신체적 고통과 동시에 도파민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쾌락을 수반한다. 현실의 통제할 수 없는 불안 대신 매운맛이라는 예측 가능한 고통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을 시험하고 위로받는다. 매운맛은 더 이상 단순한 맛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 젊은 세대의 도전 욕망, 연대성, 개성 표현의 수단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감각적 언어다. 젊은이들이 불닭 한 그릇에 담는 것은 뜨거운 그들의 시대감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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