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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쿠팡은 핵심 질문에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퇴직금 미지급, 과도한 입점 수수료, 노동자 사망 논란에 이어 사망자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2일 국회 과방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는 쿠팡 측 박대준 대표와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브랫 매티스가 참석했다. 쿠팡 최대 주주인 미국법인 김범석 의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어떤 입장도 전해 들을 수 없었다.
질의 과정에서 쿠팡 측의 태도는 회피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의원들은 자료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정보관리보안체계 관련 정부 지적 사항을 요구했는데 영업비밀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며 “국회를 우습게 아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기술적 질의에서도 명확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범행 동기와 권한 구조 등에 대해 묻자 쿠팡 측은 대부분 “진행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반복했다.
유출 정보가 성명·전화번호·주소뿐 아니라 카드 비밀번호, 개인통관고유부호, 계정 비밀번호까지 포함됐을 가능성에 대해 박 대표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으로 과도하게 불안감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고려대 김승주 교수는 KT유심 교체를 예로 들며 “결제카드 해제와 비밀번호 변경이 필요하다”며 “최악을 가정하고 공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팡의 안일한 대응에 소비자 단체도 움직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일 열린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범석 의장의 공개 사과와 개인정보 유출 사실관계 공개를 요구했다.
문미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쿠팡은 변명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지 말고 개인정보 유출 소비자에 대한 실질적 대책과 구체적인 배상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문 회장은 “주소, 연락처, 구매 내역, 공동현관 비밀번호 심지어 일부 가족 관계까지 유출된 소비자들은 보이스피싱, 스미싱, 피싱, 명의 도용 등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은 노동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 쿠팡은 노동자 사망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0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진 쿠팡 배송기사 사망 건에 대한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수차례 자료를 요청했지만 고인이 일산 2캠프에서 일했다는 사실 외에는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기존에는 유족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근무 형태·사망 경위 등을 제출해 왔다”며 ‘유족 의사’를 이유로 정보 제출을 거부한 점을 문제 삼았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의원실에서 요청한 정보는 고인의 사인은 무엇인지, 배송물량은 얼마였는지, 노동시간은 얼마였는지 등 과로사 문제와 관련한 공적 성격의 정보들이다”라며 쿠팡의 유족이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이해할 수 없고 쿠팡이 의도적으로 사망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쿠팡에서는 올해에만 택배기사와 물류센터 노동자 등 8명이 목숨을 잃었다. 회사는 사망 원인을 ‘지병’으로 돌리고 있지만, 과도한 심야·휴일 노동이 구조적으로 노동자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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