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우울증 등 자신의 정신건강 진료기록에 매긴 평균 가치는 6만3800원이었다. 한국은행 연구진은 이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건강정보에 대한 낮은 활용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9일 제언했다.
한국은행 연구팀(성원, 최이슬, 이동원 등)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키와 몸무게 등 신체 정보의 평균 가치는 5만6875원, 걸음 수 등 운동 기록과 식단 기록은 5만9688원이었다.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 등 중대 질환 정보의 경우 평균 5만7589원, 매독과 HIV 등 감염성 성매개 감염 검사·진단 결과에는 6만2500원, 우울증·불안장애·정신분열증 등 정신건강 관련 정보의 금전적 가치는 6만3800원 선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진료 기록의 경우 신체 정보보다 약 12.1% 높은 가치를 매긴 셈이다.
개인 의료기록 등의 가치를 개인만이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성원·최이슬·이동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9일 ‘첨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방안–바이오 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한국의 개인 의료정보가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단일 건강보험 제도로 축적되는 의료 데이터가 고품질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신약 개발 등 연구개발과 관련 산업 발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의료정보 제공의 ‘통로’가 막혀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시했다. 실제로 2023년 의료·헬스케어 AI 기업의 81.4%는 데이터 확보와 품질 문제를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연구진은 개인이 정보를 제공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대가를 얻기 어렵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크기에 정보 제공을 꺼린다고 보았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전인 2023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과반수는 의료정보의 공익적 활용 가치에 공감했지만, 실제 데이터 제공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6.9%에 그쳤다.
한은 연구진은 정책 정보 제공 방식에 따라 정보 제공 의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공익적 활용 보장 정책이나 정보 통제권 강화 정책을 안내받을 경우, 관련 의료 정보를 제공할 의향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성매개 질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우울증 등 민감도가 높은 정보의 경우 공익적 활용 보장보다 정보 통제권 강화 정책이 제공 의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다만 개인의 부담을 줄여도 한계는 남는다. 개인 의료정보를 직접 수집·관리하는 병원은 데이터 정제 비용과 법적·평판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크지 않다. 경쟁 의료기관과의 데이터 공유가 환자 이탈이나 진료 노하우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20년 보건의료정보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 데이터를 연구 목적으로 외부와 공유한 비율은 21%에 불과했으며, 외부인이 단독으로 수행하는 연구의 경우 그 비율은 17.4%로 더 낮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가 정보 개방을 승인하는 형태의 바이오 데이터 체계를 제안했다. 공익성 요건을 충족한 연구에 한해 데이터 활용을 승인하되, 승인된 연구에는 사전 동의 면제 등 규제를 완화하고 데이터 유통을 지원해 인센티브 불일치를 줄이자는 취지다.
아울러 정보주체에게 언제든 활용을 거부하거나 재허용할 수 있는 통제권을 부여해 신뢰 기반의 자발적 데이터 제공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데이터 접근부터 분석까지 전 과정을 추적·감독하고, 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민감한 의료정보를 엄격히 보호하면서 데이터 활용 제도를 발전시켜 온 유럽 연합(EU)의 전담 기구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별도의 기구가 데이터의 직접 관리보다는 민간 데이터 생태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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