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장미란 실종사건에 대해서 사과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전날 국회에서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빈소를 지켰던 장미란씨 부친은 “우리 집 기둥 같은 딸이었다”며 울었다. 그는 “경찰을 싸잡아서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경찰 조직의 수장의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다.
경찰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장윤기 살인사건 증거를 없애다 검찰에 적발된 데 이어 장미란 실종신고 묵살로 공분을 샀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과거 경찰은 대형 사건이 터지면 수뇌부가 책임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유재성 대행과 고평기 제주청장은 사과만 할 뿐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7월 17일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유재성 대행 사퇴를 촉구했다.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는 반발이었다.
그러나 사퇴하기도 쉽지 않다. 경찰청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무려 1년 9개월째 공석이다. 이런 까닭에 유재성 대행이 사퇴해도 문제다. 검찰청이 10월 2일부터 없어지면 경찰청 권한과 책임은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13만 경찰을 지휘할 수장이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직무를 대리하는 총경 이상 고위직은 8명이나 된다. 대행이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지만 경찰 수뇌부 공백이 말이 되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즉각 경찰청장을 임명해야 한다. 내란 수사를 핑계로 경찰 수장 공백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 안전을 볼모로 삼는 무책임한 처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1년 2개월이 지났다. 경찰 수장 공백이 부실 수사와 내부 통제 붕괴를 불렀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하루빨리 경찰청장을 임명해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고 경찰 조직을 쇄신해야 한다. 경찰의 잘못은 곧 정부 실책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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