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국내 전력수요가 늘면서 송변전 설비 투자 규모가 최대 124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규모 전력수요가 반영되면서 기존 계획보다 투자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약 35조원은 민간의 BT(Build-Transfer) 방식으로 조달될 것으로 전망됐다.
3일 하나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수요가 반영되면서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필요한 재원은 114조8000억원~124조3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11차 계획에서 제시된 72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최대 51조5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전력망 투자 확대에는 한국전력의 재무적 한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전은 대규모 송변전 설비 투자를 이어가야 하지만 부채 증가와 자본비율 제약으로 자체 재원만으로 투자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에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민간 사업자가 전력망을 건설한 뒤 완공된 설비를 한전에 넘기는 BT 방식으로, 한전의 전력망 독점적 소유·운영 체계는 유지하면서 건설 단계에서 민간 자금을 활용하는 구조다. 하나증권은 이 방식으로 약 35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망 확충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2040년까지 태양광 설비 목표를 171GW로 확대하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출력제어 문제를 보완할 ESS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태양광 설비와 비교해 2040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138GW의 신규 태양광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에 따른 태양광 연계 ESS 배터리 잠재 수요는 약 175GWh로 추정됐다. 풍력까지 포함하면 향후 14년간 연평균 15.6GWh 규모의 ESS 배터리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호남과 제주 등 계통이 포화된 지역에서는 ESS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계통 접속을 앞당기려는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신규 발전소의 계통 접속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ESS를 연계하고 출력제어 조건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상업운전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ESS 중앙계약시장 확대 역시 관련 수요를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ESS 시장 확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국내 LFP ESS 생산능력을 확대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ESS 시장에서는 배터리 셀 업체가 셀뿐 아니라 모듈과 시스템 설계까지 맡는 형태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국내 ESS 공급망이 구축될 경우 북미 시장의 탈중국 공급망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전력망의 소유·운영 측면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간 BT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과 개별 전력구매계약(PPA) 활성화에 따른 전력 판매량 감소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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