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배당을 얼마나 늘리고 자사주를 얼마나 매입·소각하느냐가 밸류업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은행이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려 이익을 내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SK증권은 7일 ‘은행업종 투자의견’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주의 투자 기준이 총주주환원율 중심에서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주 환원이란 밸류업을 넘어서 수익성을 통해서 ‘얼마나 잘 버느냐’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ROE는 주주가 맡긴 자기자본으로 기업이 얼마나 많은 순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낼수록 ROE가 높아진다. 은행주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거치며 체질이 크게 달라졌다. SK증권은 과거 20%대에 머물렀던 주요 은행의 총주주환원율이 올해 50%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과거 0.3~0.4배에서 최근 0.7~0.9배까지 높아졌다. PBR은 주가가 회사의 순자산가치에 비해 어느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과거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PBR 업종으로 꼽혔지만,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이 이어지면서 시장 평가도 한 단계 높아졌다.
다만 SK증권은 총주주환원율을 60~70%까지 계속 높이는 것만으로는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를 억제해 자본비율을 높이고 이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돌리는 방식만으로는 성장 여력까지 함께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주환원 다음은 ‘돈 버는 힘’
결국 앞으로는 이익 자체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SK증권은 은행주가 PBR 1배를 넘어설 수 있느냐를 두고 시장이 금융지주의 ROE 제고 역량을 본격적으로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출에서 위험 대비 수익성을 개선하고,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을 늘리며, 증권·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의 이익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대출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같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의 ROE 전망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SK증권은 신한지주의 올해 ROE를 10.0%, 하나금융지주는 9.7%로 예상했다. 두 회사의 총주주환원율은 모두 50.2% 수준으로 전망했다.
신한지주는 목표 ROE를 10%로 두고 RWA 성장률과 연계해 주주환원율을 결정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SK증권은 올해 신한지주의 지배주주순이익을 5조9404억 원으로 예상했다. 전년보다 19.5% 늘어난 수준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비슷한 ROE와 주주환원 수준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이 강점으로 꼽혔다. SK증권은 하나금융지주의 P/B가 신한지주보다 약 10% 낮다며 수익성과 주주환원 수준이 비슷한 만큼 밸류에이션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하나금융지주를 최선호주, 신한지주를 차선호주로 제시했다.
금리 상승? 수익성도 상승!
금리 상승도 은행 수익성에는 우호적인 변수다. SK증권은 내년 상반기에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또 3분기에는 조달비용 상승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부진하겠지만, 4분기부터 대출자산 금리가 다시 산정되면서 NIM이 상승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리가 오른다고 모든 은행이 똑같이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 대출금리가 얼마나 빨리 재조정되는지, 저원가성 예금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기업대출을 얼마나 수익성 있게 늘리는지에 따라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점도 은행 전략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지만 경쟁이 심해지면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SK증권은 앞으로 대출 규모 자체보다 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성(RoRWA)이 높은 자산을 선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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