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보험정책실장.
‘제약의 삼성전자’ 육성론이 사라졌다. 제조업 혁신의 롤 모델 삼성전자가 제약산업부문에서는 롤 모델의 지위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한미약품이 그 자리를 꿰찼다. 7조8000억원의 기술수출계약을 성사시킨 힘이다. ‘제2의 한미약품을 만들자’는 구호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제2의 한미약품은 없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제2의 한미약품은 있을 수 없다. 기술수출이 제약기업의 최종의 목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각각의 제약기업들이 제각각의 강점과 전략으로 각자의 길을 갈 뿐이다. 2016년 증권업계가 주목한다는 녹십자, 동아에스티, SK케미칼 역시 서로 다른 신약개발과 글로벌진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물론 한미약품은 제약산업 혁신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하다. ‘랩스커버리’는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불가능하다고 외쳐온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이를 개발 가능한 기술로 바꿔 천문학적 고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부가가치 창출 금액 자체가 70년 제약산업사에 없던 일대 사건이요 길이 남을 성공신화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폐암치료제는 미국 FDA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한국제약산업의 위상을 신약개발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대전환시킨 것이다.
한국의 노바티스 만들기
‘제2의 한미약품 만들기’는 한미약품과 같은 제2의 기술혁신사례를 만들자는 의미에선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한미약품이 ‘한국의 노바티스’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정책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한국에서 세계 제1의 제약기업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제2의, 제3의 한미를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은 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기술혁신을 이루고도 이를 유수의 다국적 제약기업에 팔아넘겨야 했을까? 절대 부족한 해외임상시험비용, 역부족인 마케팅경쟁력과 경험, 캐시가우는커녕 개발원가 보전이 힘든 국내 보험약가제도,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견제심리, 그리고 비관세장벽 등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약산업 글로벌화에 있어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여기가 고민의 시작점이다.
국부창출과 인류의 건강증진
한미약품 이관순 사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고 말한다. 겸손의 표현이 아닌 현실직시로 이해된다. 한미약품의 목표는 기술혁신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한 신약개발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더 많은 고용과 더 큰 인재를 창출·육성하고, 인류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이 ‘제2의 한미약품 만들기’ 보다 ‘한국의 노바티스 만들기’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 랩스커버리(LAPSCOVERY) : 바이오(단백질) 의약품은 인체 투여 시 반감기가 짧아 자주 투여하는 불편함이 있다. 랩스커버리(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 Platform Technology)는 이 같은 바이오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혁신적 기반기술로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감소시킴으로써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한다. 2004년 랩스커버리 기술을 첫 개발한 한미약품은 이를 활용하여 당뇨, 비만, 인성장호르몬, 호중구 감소 등 다양한 바이오신약을 최장 월 1회 투약주기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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