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전인 1980년대 초반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상가의 천국으로 비춰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곳에 상가 하나를 내려면 당시 집 한 채 값이 투자돼야 할 정도로 고가였다. 서울고속터미널은 전국으로 뻗어가는 교통의 거점일 뿐만 아니라 위락시설과 의류도매 등의 유통센터 기능을 갖추면서 번성했다. 따라서 호황기에는 20평 기준의 권리금이 3~4억원을 호가했다는 것이 이곳 상인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권이 슬럼화 됐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침체됐다. 상인들은 높은 권리금을 떼이는 것은 물론 당장 임대료가 고가이다 보니 사실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1~2층 저층에 입주해 있는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점포를 열고 있었고 분양을 받은 점포주들이 많은 고층은 거의 대부분 셔터 문을 내린 상태였다. 때마침 빅3 백화점중 강남권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신세계가 서울고속터미널 지분 38.7%를 취득하고 나서 이곳 상인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되고 있다. 신세계가 어떤 형태로든 개발을 하면 상권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 확인 결과 신세계는 아직 그 어떤 개발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신세계는 또 이곳 개발이 서울시의 정책과도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말을 극도로 아꼈다. 상인들도 이 같은 신세계의 입장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최악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는 상인들이 많았다. 지난 4일 신세계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계열사로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상인들은 이날 이후 개발 기대감을 더 크게 갖고 있는 분위기였다. 상가 점포주들이 일제히 ‘서울고속터미널 상가를 살려 달라’며 호소하고 있는 상권 현장을 스카이데일리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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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의 중심 상권인 서울버스고속터미널 상가들이 극도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억원의 권리금을 주고 입주한 점포들이 많지만 대부분 장사 조차 안돼 망연자실해 있다. 사진은 고속버스터미널 전경(위)과 인근 일대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입주 상인들은 이번 신세계 인수 이후 상황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가 많이 엿보였다.
특히 30년 이상 한자리에서 오래 입주해 있던 상인들의 경우는 권리금을 찾는데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입점할 사람들이 개발 기대감이 있다고 해도 과연 무너져 가고 있는 상권에 권리금을 몇 억씩 넣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표정들을 보였다. 게다가 20평 가량 기준으로 월세도 500만원을 호가해 신규 입점의 벽이 높다는 게 상인들의 우려다.
예전의 집한 채 값 상가 ‘이젠 시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1층에 버스터미널 매표소 및 대합실이 있고 2·4층에는 혼수전문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또 3층 꽃상가, 5층 웨딩홀, 6·7·8층 의류전문매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웨딩홀을 제외한 상권은 활기찬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8층 양복 코너에서 30년 넘게 점포를 운영해 온 상인 K모(68)씨는 “여기 점포 한 채는 집 한 채 값이었다. 수십 년 전 옛날 3평 짜리 점포가 700만원 했을 정도로 비싼 상가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그 당시만 해도 너도 나도 다 서울고속터미널 상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사가 안 되니까 손해보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 상가는 인적이 뜸해 활기가 없었다. 신세계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사들이면서 지난 4일 계열사로 추가한다는 공시에 상인들이 더욱더 개발 기대감을 갖는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상인들은 다만 서울 강남의 중심에 대단위 땅에 대한 개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실제로 8만6725㎡(약 2만6280평)의 규모로 대단히 넓은 부지로 활용도가 높다.
이곳은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평당 약 1억원의 시세를 보인다고 한다. 이 시세를 감안해 볼 때 전체 부지의 가격만 약 2조5000억원의 가치가 넘는다. 상인들은 서울에서 ‘이렇게 큰 땅을 쉽게 찾기가 어렵다’라고 이구동성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신세계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곳을 개발하려고 투자한 것 아니겠냐”면서 “요즈음 재벌들은 법을 더 잘 지키지 않느냐? 상인들한테 일정 부분 보상해 주겠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임대료 높고 장사 안돼 개발 기대감 높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상가의 구성을 보면 1~2층 저층은 거의 대부분 임대인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점포주들은 세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6·7·8층 등 고층은 분양을 받은 점주들이 많아 아예 문을 닫은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 의류전문 매장인 6·7·8층의 점포들은 거의 셔터 문을 내린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점포 임대료가 고가이면서 장사는 안 되다 보니 차라리 문을 닫은 점포들이다. ⓒ스카이데일리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C(51)씨는 “우리 같은 임대인들은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지만 위층 점포주들은 권리금과는 무관하게 개발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층점포는 거의 대부분 임대 점포들인데 중간에서 재임대 계약을 한 사람들이 세를 받고 있는 구조다”며 “그런데 월세가 500만원 가량이 넘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들어온 세입자들은 권리주장을 못할 형편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점포마다 종업원 여러명을 두고 하다 보면 운영비는 물론이고 관리비·세금 등까지 별도로 내야 하기 때문에 남는 게 없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이들은 중간에서 재임대해 준 사람들만 돈을 버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지자체의 행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몇 년 전에 서초구가 이곳을 개발한다고 발표해 가게 세가 많이 오르면서 상인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후 해당 구청장이 선거에서 떨어져 결국 점포 임대료만 인상된 결과를 가져왔다.
상인회 활동 미약한데다 회사측도 무관심
게다가 상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상인회도 활동이 미약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아쉬움이다.

▲ 셔터 문을 굳게 내린 점포들의 모습과 간간히 문을 연 상가가 있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뜸한 모습이다. ⓒ스카이데일리
상인 B(60)씨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1800개 점포가 있어서 회비의 금액이 커 상인회가 회사(서울고속터미널)보다도 더 큰 소리를 쳤었는데”라고 회고했다. 그는 “요샌 장사도 안 되고 하니까 남아있는 상인도 얼마 없어서 (상인회가 있어도) 거의 있으나마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센트럴시티의 경우를 보면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모두 잘 된다”며 “잘 되니까 세금이니 권리금이니 여기보다 엄청나게 비싸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인들은 신세계가 이곳에 투자를 한 것은 언젠가 개발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거듭 버리지 않았다.
또 다른 상인 P(45)씨는 “신세계가 터미널 지분의 38% 정도 샀으니 언젠가 더 사서 50%를 만들겠지”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회사 측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해 “이게 주식회사라 다 직원들한테 맡겨두니까 상인들한테 신경 안 썼다”라며 “그 사람들은 관리만 하니 우리 같은 상인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또 “사측 직원들은 입주 후 1년이 지나면 세를 올려달라고 하는데, 그때 못 올려주면 나가야 한다”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측은) 가게 수리니 광고니 돈 들어가는 건 안 해주고 돈 받기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 단일 매장으로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전국 곳곳에서 신세계와 경쟁을 하고 있는 롯데가 이곳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자 신세계가 먼저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상인들은 이밖에도 신세계와 상생을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거나 상권에 대한 배려를 당부하는 발언들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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