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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지영·엄도현 기자] 사회가 복잡화·다변화되면서 영재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전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천재교육’이라는 편견을 깨고 아동의 잠재력을 발달시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정규교육과정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돋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각 분야 영재들의 욕구와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 그들이 지닌 능력을 키우면 국가의 동량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쉽게도 현재 우리 사회에선 영재교육에 대해 ‘영재교육진흥법이’ 아닌 ‘천재교육진흥법’에 바탕을 뒀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영재란 일반지능, 특수학문 적성, 정신운동 능력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거나 잠재능력이 있는 아동을 말한다. 교육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영재교육은 일반교육과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동일한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
영재교육은 단순 암기나 지식·성적 위주의 교육보다 심화된 형태다. 속진(교육과정을 단축해 빠르게 배우는 것)과 심화는 구분되지만 영재의 경우 빠른 학습 속도 때문에 두 가지가 병행된다. 이 때문에 학교의 교육과정을 미리 배우는 형태가 아니라 영재들에게 맞는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과제를 해결할 수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수학·과학 비중 높은 영재교육… 과학탐구 실험·교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 선행
한국의 영재교육은 초기 과학기술부에서 시작됐다. 무한 경쟁의 첨단 사회를 이끌어갈 전문 리더를 키우기 위해 수학·과학 등 기초학문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영재교육 참여 학생 중에는 수학·과학 영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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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
영재교육종합데이터베이스(GED)에 따르면 전국의 영재교육 대상자는 9998명이다. △초등학생 52572명 △중학 30101명 △고등학생 17325명 등이다. 전국에 있는 영재교육기관은 총 2280기관이다. △영재학교과학고 28곳 △영재교육원 341곳 △영재학급 1911곳 등이 존재한다. 분야별로는 수학·과학이 49.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수학·과학에 대한 꿈이 모인 과학영재교육의 학습과정을 들여다 보기 위해 CIEL(시엘) 동아사이언스 영재교육학술원을 찾았다. 이곳은 Renzulli의 정의를 바탕으로 지능(웩슬러 지능 검사 실시)과 문제해결력과 창의성을 검사해 아동이 지닌 영재성을 판별하는 식으로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 실험은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섭렵하지만 한 분기에 들어가는 수업의 주제는 많지 않다. 보통 팀마다 한 주제에 대해 2개월을 지속하기도 하고 2, 3주에 끝내기도 한다. 고학년은 과학과 기술과 디자인을 융합하는 과정이 매우 정교하게 구성돼 있다. 과학이 공식 외워 문제 풀고 용어를 암기하며 이미 오래 전 과학자들이 발견한 사실을 확인하는 수업으로 진행되는 일반학원의 수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김진수 군(13·가명)은 해당 영재교육원에서 일주일에 1회, 240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수업 시간은 창의력 60분, 사고력 60분, 과학탐구 60분, 수학심화 또는 고급사고력 60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고력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수업으로 수학사고, 논리사고, 지능인자 등의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창의력은 창의성과 언어, 두 가지 프로그램이다.
김 군이 참여하는 과학탐구실험은 실험과 교구활동으로 구분된다. 과학 교구활동은 기본적으로 서울대 물리 교육 연구실 박사과정 학생들의 완구를 통한 과학 탐구 활동 연구 보고서(85년 무렵 시작됨)를 토대로 구성돼 있다. 수업 대부분은 STEAM 융합수업의 형태를 띄고 있다. 김 군은 팽이, 물회오리, 공간던지기, 직선굴렁이 등을 가지고 놀며 다양한 장난감과 완구들 뒤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탐구하는 형식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과학 탐구 보고서는 대부분은 백지 형태로 제공된다. 탐구 과정일 때 수업의 기본 원리를 제시하면 확인 실험이 될 뿐 탐구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한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누들로 만드는 고층탑을 만들기 △산화제의 역할과 연소실험을 위한 물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만들기 실험 △단백질의 열변성과 화학변성을 알아보기 위한 카체인 응고 실험 △가산혼합실험의 경우 ‘빛의 성질을 이용한 CD로 무지게를 만들기 등이 대표적인 실험들이다.
“영재교육은 천재 양성 아닌 잠재적 리더 양성 과정… 국가 차원 영재교육 필요”
다수의 전문가들은 영재교육이 영재들만 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영재를 만들어가는 교육기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영재성은 적절한 교육을 통해 어떻게 계발시켜주느냐에 따라 발현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영재들을 위한 후천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영재교육은 천재성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닌 잠재성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학생들의 영재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증진시키고 그들의 능력과 재능을 키워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선영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영재교육은 일반적으로 천재교육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됐다”며 “일반적으로 영재교육은 공교육을 기초로 하고 어릴 때 보다 한 쪽 분야에 재능이 비춰지는 잠재성이 있는 아이를 발견하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영재교육은 결국 미래 사회에 필요한 수학·과학 인재들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굴하는 노력인 셈이다”고 덧붙였다.
이조옥 시엘영재교육학술원 원장은 “영재교육의 시작은 구성주의 철학에 기반한다”며 “즉 재능과 역량을 가진 학생들의 요구와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 그들이 지닌 욕구와 가능성을 실현해내고 사회적으로도 선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교육기관과 일부 학부모들은 영재교육을 입시의 도구로 상급 학교나 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알고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며 “영재교육은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주는 커다란 혜택이고 가능성 실현을 위한 기회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재교육은 금방 효과가 보이지 않지만 그 효과는 장기적이고 확실하다”며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아이들의 발걸음에 맞춰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지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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