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피트니스(Fitness) 열풍이 불면서 많은 사람이 헬스장을 향하곤 해요. 멋진 몸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식단 조절 등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건강을 오히려 망치는 일도 빈번해요. 저 역시 보디빌더 선수 시절, 운동을 하면서 오히려 건강을 잃는 일을 겪었어요. 덕분에 진정한 운동의 참된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죠. ”
이다현 (34·여) 씨는 국내 최대 피트니스 대회 피씨에이(PCA)코리아, 인바(inba) 코리아, 머슬앤피트니스 대회 등에서 1위를 다수 차지한 유망 보디빌더 선수이다.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그는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회를 휩쓴 그는 최근 현역 보디빌더로서의 입지에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 헬스 모티베이터(동기유발자)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운동 재능 뒤로한 채 미술 전공…직장 갖고 취미로 시작
보디빌더 선수로 본격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이 씨의 본래 전공은 의외로 미술이다. 학창 시절 각종 구기 종목 등에서도 재능을 선보였던 그이지만 장차 여자가 운동을 해서 ‘밥벌이’하기는 어렵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현실과 타협해야만 했다.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 전공을 마친 그는 한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지만 적성과 맞지 않는 업무의 연속에 조금씩 지쳐갔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어릴 적부터 운동을 즐겨왔어요. 육상을 비롯해 축구, 족구 등 남자들이 하는 구기종목도 ‘꽤 한다’는 얘기를 듣곤 했죠. 초등학교 시절에는 체육 선생님이 전문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다는 제의도 했었어요. 하지만 가족들은 반대했어요. 당시만 해도 여자가 운동을 해서 성공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운동 다음으로 좋아하던 미술을 공부하며 대입 준비를 했어요.”
“그렇게 학창 시절을 물감 냄새만 맡은 끝에 한 디자인 회사에 들어갔지만, 실제 업무는 생각했던 것과는 괴리감이 있었어요. 디자인 회사이지만 그림만 그려서 될 것이 아니었죠. 디자인과 전혀 관련이 없는 각종 서류 작업과 업무 외적인 일들이 비일비재 했어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버티다 보니 삶이 피폐해지고 행복이 사라졌어요. 불행하다고 느껴서 일까요. 그때부터 포기했던 운동이 불현듯 그리웠어요.”
이 씨는 스스로 불행하다는 생각이 가득해지면서 학창시절 포기했었던 운동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났다. 이미 운동을 전공하기는 어려운 나이가 됐다고 판단한 그는 단순히 취미로만 접근하기로 했다. 이후 그는 집 인근의 헬스장의 회원권을 끊고 퇴근 이후에는 헬스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운동이 그리웠지만 취미 그 이상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만만한 헬스라도 하면서 간접적으로 나마 즐겨보기로 한 것이죠. 그렇게 개인 레슨을 받으며 운동을 하는데 선생님이 시합에 한번 나가볼 생각이 있냐고 권유하더군요. 무료한 회사생활에 지칠 때로 지쳐 있던 차에 도전해 보겠다는 의욕이 솟아났죠.”
이 씨는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보디빌더 프로대회에서 전문 선수들과 경합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때부터 이 씨는 주위로부터 전문 선수로 직업을 전향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들었다. 직장 생활에 지쳐있었던 이 씨는 퇴사를 결심하고 전문 보디빌딩 선수의 길을 선택했다.
운동 선수 활동하며 오히려 잃은 건강…헬스 지도자의 길로 인도
학창시절 포기해야만 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된 만큼 이 씨는 열의를 갖고 운동에 임했다. 욕심도 컸던 그는 각종 대회에 끊임 없이 출전하며 입상을 했다. 동 종목에서는 나가기만 하면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 종목을 바꿔 출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이후 이 씨는 남자 보디빌더 선수가 모인 팀인 ‘정군단’에 들어가 집중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정말 운동에 미쳐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운동만 했어요. 친구들이 한번 보자고 얘기할 때도 대회 때문에 나갈 수 없었어요9. 친구들을 만나면 대회 준비에 방해가 되는 술, 안주 등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운동만 바라보다 보니 종목을 바꿔서 출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더라고요. 체중을 크게 올리고 난 다음에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더욱 혹독한 훈련이 필요했어요.”
“일반 여성 선수 운동량으로는 이를 채울 수 없다는 판단에 ‘초월’을 훈련 테마로 잡고 남자 보디빌더 선수 모임에 들어갔어요. 혹독한 훈련을 하면서 음식은 제대로 먹지 못해 심각한 대상포진에 걸리기까지 했어요. 대상포진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음에도 운동을 안할 수 없어 코치 선생님한테 이를 숨기기까지 했었죠. 그렇게 준비한 끝에 종목을 바꿔 출전한 대회에서 1위를 할 수 있었어요.”
바꾼 종목에서도 1위를 하는 영예를 얻은 이 씨지만 이후 몸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무리한 운동과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으로 대회가 끝나자마자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겼고 이 씨는 한동안 운동을 할 수 없었다. 장기간 운동을 하지 못하며 몸이 망가지자 우울증까지 오게 됐다. 운동 전문가가 운동으로 인해 건강한 삶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그를 깊은 회의감에 빠지게 했다.
“적당한 운동이 건강의 척도라는 말이 있잖아요. 운동 전문가라는 제가 운동으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잃는 듯한 느낌에 너무나 힘들었어요. 그렇게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중 헬스장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어요. 그 할머니는 지역 내에서 부자라고 명성이 자자하던 분이었죠. 그분은 돈이 많았지만 건강하지 못해 돈을 쓸 수가 없다고 한탄하며 건강을 찾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시더군요.”
이 씨는 그 얘기를 듣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 본질을 외면한 채 자신의 욕심에 따라 무리를 했고 그로인해 운동의 진정한 목표인 건강을 소홀히 했다는 자각이 왔다.
“그리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죠. 예전처럼 몸에 집착하는 운동이 아닌, 건강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어요. 이를 위해 이론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죠. 운동은 건강에 친구라는 말도 있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해선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길이 될 수 있어요. 앞으로 제가 갖고 있는 노하우(Know How)와 지식으로 건강한 운동을 가르치는 헬스 모티베이터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저의 새로운 목표죠.”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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