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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의 문학푸드
신은 왜 인간에게만 꿈을 선물로 주었을까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이정일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6-01 19:41:52
▲ 이정일 인문학 칼럼니스트
 가끔 자연의 신비를 다룬 책을 읽다 보면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된다. 벌은 자외선을 감지하고, 살모사는 적외선을 알아채며, 나방은 한밤중에도 색을 구별한다. 신은 미물에게도 굶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탁월한 능력을 한 가지씩 주었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난데없이 궁금증이 밀려왔다. 그럼 신은 인간에게는 무엇을 주었을까?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 신의 선물 같은 힘이 분명히 있다.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하고 기계를 만들어내고 문화를 만들지만 동시에 인간은 그런 놀라운 능력으로 다른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 어떤 상황 가운데도 삶을 제대로 살도록 하기 위해 신이 인간에게 뭔가를 선물했다면 인간의 특별함을 나타내는 그것은 무엇일까?
 
문학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단서를 준다. 『노인과 바다』에 보면 어부 할아버지는 80일 동안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지만 허탕을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바다에 나갔다. 그러다 청새치를 잡았는데 너무 커서 배에 끌어 올릴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끌고 오게 되었으나 피 냄새를 맡은 상어떼가 배를 쫓아오며 청새치를 뜯어 먹고 남은 것은 앙상한 뼈 뿐이었다.
 
80일간 허탕을 쳤음에도 어부를 바다에 나가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80일간 허탕을 친 할아버지가 겨우 청새치 한 마리를 낚았지만 상어 떼에 고스란히 빼앗기고 말았다. 오늘 낭패를 본 그는 아마도 내일 역시 바다로 나갈 것이다. 누구나 그런 상황을 겪을 수 있다. 노력과 수고의 대가가 공정히 주어지지 않을 때 인간은 어떻게 그 스트레스를 견디어 낼까?
 
작가마다 자기 자신만의 테마가 있는데 헤밍웨이는 죽음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한 인간에 관심이 많았다. 『노인과 바다』에서 헤밍웨이는 청새치를 두고 상어 떼와 사투하는 노인을 묘사한다. 그 노인의 심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데도 우리는 그 노인이 느꼈을 아픔을 느낀다.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허탕을 친 80일 동안 노인은 어떤 꿈을 갖고 하루하루를 버텨 냈을까?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풀려가지 않을 때 우리는 네 가지―좌절하거나, 분노하거나, 그냥 버티거나, 아니면 탈출하거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이런 네 가지 선택을 허구라는 서사를 통해 생각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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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는다고 누가 밥 먹여주는 게 아니다, 그렇게 살다간 나중에 후회한다. 『데미안』에서도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알이라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를 귀담아 듣는 이는 많지 않다. 알이 성공, 자부심 같은 것을 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꿈이 주위의 조언으로 꺾이지만 『연금술사』에서 양치기 산티아고는 자신의 꿈을 찾아서 간다.
 
『갈매기의 꿈』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은 아주 독특한 갈매기이다. 주위의 갈매기들이 먹이를 하나라도 더 찾을 때 더 높이 나는 비행스킬을 연습하는데 몰두한다. 인간으로 보면 남들처럼 생계를 꾸리고 재산을 일구는 것이 아니라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 치고 어느 날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식이다.
 
모든 갈매기들의 관심은 먹이를 찾는 것이기에 하늘을 높이 날고 싶어 하는 조나단의 행동은 갈매기들의 눈에는 불편하고 무책임하게 보였을 것이다. 갈매기들이 핀잔을 주어도 조나단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먹을 것을 찾는 것보다 우선한다고 여긴다. 갈매기 조나단이 은유적으로 표현한 갈매기 사회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 속에 드러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버티기도 힘겨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꿈은 낯설 것이다. 꿈은 삶의 목적을 깨우쳐주지만 안타깝게도 꿈은 오용될 수 있다. 주변에 보면 물론 늦은 나이에 꿈을 찾아 나선 영화 「루키」의 짐 모리스 같은 사람도 있지만, 헛된 꿈을 꾸면서 생을 낭비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만사가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젊어서 황소처럼 일하다가 은퇴 후에도 늙은 소처럼 일을 해야 한다면 인생은 썩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머릿속에선 좋아하는 일과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란 두 가지 목소리가 끊임없이 싸우곤 한다.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견딜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기에 부질없는 것으로 마음을 채우곤 한다. 그럴 때마다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인생에서 최악의 사건은 죽음이나 실패가 아니라 살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깨운다. 꿈을 찾아 나서는 건 살아야할 이유를 찾는 일이다. 꿈을 놓치면 삶의 틈새들이 부질없는 것으로 채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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