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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과거 사건 쟁점화 시도
국운 기우는데…슈퍼여당 과거 타령에 국민 한숨 커진다
“의회권력 앞세운 법원판결·역사해석 뒤집기…대선 노린 정치놀음” 분분
이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10 00:07:27
  
▲ 여권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근거가 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법)이 지난달 20일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거사법을 둘러싼 진상조사 요구, 친일 역사 논쟁, 재심 청구 등을 놓고 논쟁이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스카이데일리
     
과거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각종 사건·사고의 재조사를 시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장기화 된 경기침체와 코로나 사태 등으로 나라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미 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안을 다시 꺼내 쟁점화 시키는 것은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가 해묵은 사안을 두고 정쟁을 벌인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77석 의석 앞세워 대법원·노무현정권 결정 뒤집기 시도하는 슈퍼여당 민주당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이 추진한 과거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20일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제정된 과거사법은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국가의 인권침해 사건 진상을 조사하기 위한 과거사위원회를 재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과거사위원회는 2006년 4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조사활동을 마친 뒤 2010년 해산됐다.
 
과거사위원회의 활동 재개를 위해 일부 의원들이 과거사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4·15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지난달 7일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 합의, 19일 상임위 가결, 20일 본회의 가결 등 불과 1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하면서 마침내 과거사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임기 종료 직전에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 올해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도 부족할 21대 국회가 역사 논쟁의 장(場)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권 일각의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불가론과 관련해 해묵은 역사논쟁까지 벌어지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스카이데일리
 
민주당은 과거 사건의 재조사를 위한 또 다른 법안도 추진 중이다. ‘5·18 역사왜곡 처벌 특별법’,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역사왜곡 처벌법의 경우 5·18의 진실을 왜곡·비방·날조하거나 민주화운동 관련 인물·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상규명 특별법엔 5·18 진상규명위에 강제 조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절차를 거친 후 소속 의원 177명 전원 명의로 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유신 청산 특별법 △제주 4·3 특별법 △여순사건 특별법 △세월호 특별법 등 해묵은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위한 입법 활동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이미 법원에서 판결났거나 진상조사가 끝난 사건에 대해서도 재조사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2015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진보 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진실규명위에서 ‘안기부 조작설’에 근거가 없다고 판정했으나 KAL 858기 폭파 사건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여권 일각에선 6·25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친일파 군인의 죄상은 전공(戰功)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며 논란을 점화시켰다.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백 장군은 6·25의 이순신이다”며 반박했다. 논쟁이 심화되자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불가론과 관련해 “백 장군은 현충원 안장 대상이고 다른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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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코로나 등 국민 시름 깊은데…진상요구·친일논쟁 등 해묵은 사안에 목매는 국회           
        
▲ 과거사 들추기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적 안전성의 문제,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위 문제, 사회적 합의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진영논리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진은 강남역 인파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슈퍼여당 민주당의 과거 사건·사고 재조사 추진에 다수의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80석에 달하는 의석수를 앞세워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기침체·코로나 등으로 국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해묵은 사안에 집착하고 있다며 결국 국민 피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직 공무원에 재직 중인 최현진(남·25) 씨는 “과거사법은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미 법적으로 판단이 끝난 사건을 새로운 법이 생겼다고 다시 들춘다면 범법자 아닌 사람이 어딨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는 “과거사법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재판하고 판결까지 난 사안을 이중으로 처벌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유지상(남·43) 씨는 “우리나라엔 기존 형사사건에 대한 재심제도가 있다”며 “과거사가 잘못됐다면 그 당시 투옥기록 등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왜곡이 발생했다면 그 사건에 대해 국가 등을 상대로 재심이나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법이 있는데 이중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성지은(여·33) 씨는 “대법원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불분명한 부분이 1%라도 있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며 “잘못되거나 명확하지 않은 법으로 인해 다수의 억울한 피의자가 양산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성 씨는 “결국 과거에 목매는 행보는 대통령 선거를 염두한 여당의 정치놀음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지난 두 차례 선거(6ㆍ13 지방선거, 4ㆍ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배경엔 ‘적폐청산’이란 미명 아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들추어 낸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과거사법을 통한 과거사 들추기가 여당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과거사 조사를 주도하는 과거사위원회가 이미 정치세력화 돼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는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과거사위원회 위원들은 여당과 야당, 대통령으로부터 추천받은 인물들이다”며 “각 위원들의 출신 성분이 다양해서 객관적인 진실을 추구한다기 보다 본인의 진영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 안전성의 문제,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위의 문제를 충분한 합의나 논의 없이 진영논리로 과거를 재단할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이다”며 “객관적 진실을 밝혀내야 할 사안이 진영의 이해관계가 부합되면 결국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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