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거대 여당이 추진하는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될 경우 집 주인이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할 수밖에 없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지켜온 전세제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세값 폭등으로 인한 서민피해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선 사유재산 침해 등 위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임대차 거래 의무신고, 계약기간 무제한 등 반시장 정책 기름 붓는 180석 슈퍼여당
‘임대차 3법’은 전·월세 거래 신고제(부동산거래신고법), 세입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등을 통칭하는 단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에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전·월세 거래 신고제’를 포함했다. ‘주택임대차 신고제 실행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도 발주했다.
국토부는 “거래 신고제가 도입된 매매시장과 달리 임대차시장은 확정일자 신고 등 제한된 정보만 공개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며 “임대료 정보 부족 및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임대조건 협상 시 임차인의 입지가 좁고 분쟁 발생 시 해결 기준이 없다”는 정책 취지를 밝혔다. 이어 “향후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의 추진을 위한 정확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21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윤후덕·박주민·백혜련 의원 등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폐기됐던 전·월세 신고제(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도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임차인 보호’라는 명분 아래 정부·여당 추진 중인 ‘임대차 3법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심지어 임차인들 마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전·월세 신고제는 투명성이란 명분아래 만들어진 증세용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월세 상한제는 사유재산 침해 소지가 높아 위헌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계약갱신 청구권과 관련해선 여당이 무한정 전·월세를 재계약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보면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거절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3개월 이상 연체가 있을 경우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기는 했으나 부적격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름만 임대차보호법, 결국 집 없는 서민 월세살이 내모는 악법”
부동산 업계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결국 최종 피해는 당초 수혜자로 지목됐던 임차인들이 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임대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지켜온 전세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그나마 남아 있는 매물도 높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임대차 계약 갱신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1989년 전후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급등했다. KB국민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1988년 7.01%였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해당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1989년 29.6%로 치솟았고 이듬해에도 23.65%나 뛰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지난해 공개한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함께 도입되면 집주인이 첫 계약 시 임대료를 시장 상황에 따라 1.67~21.57%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엔 임대료 규제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외국의 실증연구도 언급돼 있다.
개정안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소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강남권에선 벌써부터 임대료를 올리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임차인의 표를 노려 지속적으로 기울어진 법안을 내놓는데 국민들이 최종 피해는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이 통과되면 전세를 내놓을 때 신중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세시장이 크게 축소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개정안은 임차인을 위한 법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임대인이 전세를 꺼려 시장이 축소된다는 의미는 남은 물량의 희소성이 올라가고 가격이 오르는 것과 같은 의미다”며 “무제한이 아닌 4년(윤 의원 발의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4년 마다 전세 가격 폭등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고 우려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만약 무한 연장 법안이 통과된다면 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나타날 것이다”며 “통과된다면 강남 등 인프라 좋은 곳에 위치한 집에 전세로 들어간 사람이 평생 사는 상황이 펼쳐지는 데 어떤 집주인이 전세로 집을 내놓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세 안에서도 권리금을 받고 넘겨주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 청구권이 통과돼 4년마다 이사를 간다면 집주인은 새 임차인에게 가격을 높게 부르고 전세가격은 상승할 것이다”며 “전세 가격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매매가격도 밀려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기간이 무제한 연장되는 법안은 임대인에게 내 집을 포기하란 소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규제가 아니라 시장 경제에 맡겨 수요와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저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결국 전세 공급이 축소되고 전세가격이 불안해 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서 회장은 “이름만 보고 소수의 임대인은 반대하고 다수의 임차인은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렸을 땐 임차인이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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