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슈퍼마켓 등을 앞세워 국내 유통산업을 선도해 왔던 롯데쇼핑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격타를 맞으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가 비대면을 앞세워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 역시 뒤늦게나마 체질 개선에 뛰어들고 있지만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연스레 롯데쇼핑의 수장이자 롯데그룹 유통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장(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의 어깨도 무거워지는 분위기다. 그간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던 강 부회장이 격동기를 맞은 롯데쇼핑의 위기를 타개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재계 등에 따르면 강 부회장은 1987년 학업을 마친 후 롯데쇼핑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인물이다. 이후 33년을 롯데그룹, 그중에서도 롯데쇼핑에 줄곧 몸담았다. 정통 ‘롯데맨’이면서도 유통업계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가 받는다.
2010년대까지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본부, 상품본부, 차이나사업부문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고 업계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1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회사 전면에 서며 재계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재력도 남다르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강희태 부회장은 서울특별시 성동구 금호동 소재 신금호두산위브 아파트 한 호실을 소유하고 있다. 해당 호실의 규모는 공급면적 109.11㎡(약 33평), 전용면적 84.33㎡(약 26평) 등이다. 강 부회장은 2018년 6월 해당호실을 6억9000만원에 매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강 부회장 소유 호실의 현재 가치(시세)는 약 10억원으로 분석된다. 신금호두산위브 단지는 신금호역과 인접한 초역세권이라는 점과 공원, 초·중·고교 등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다만 롯데쇼핑 대표직에 오른 이후 강 부회장의 성과는 아쉬움의 연속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경영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강 부회장의 롯데쇼핑 대표 취임 첫해 회사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17조9261억원, 영업이익 8010억원 등이다. 전년 실적인 매출 22조9760억원, 영업이익 9046억원 등에 비해 부진했다.
이후에도 실적 부진은 지속됐다. 2018년 실적은 매출액 17조8208억원, 영업이익 5970억원 등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17조6220억원, 영업이익 4279억원 등으로 하락세를 거듭했다.
공교롭게도 강 부회장이 회사 대표로 취임한 이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이 이뤄졌고 유통산업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롯데쇼핑은 이전까지 중국을 차기 ‘먹거리 시장’으로 선정하고 공략에 역량을 집중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중국이 반발했고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불매에 나서자 현지 시장에 진출한 롯데쇼핑 점포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결국 롯데쇼핑은 중국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감당해야 했다. 동시에 쿠팡, 위메프, 11번가 등 온라인 유통업체의 약진으로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롯데쇼핑 유통매장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롯데쇼핑이 기록한 당기순손실만 206억원, 4650억원, 8401억원 등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선 강 부회장의 경영실패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같은 시기 롯데그룹이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했던 터라 강 부회장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강 부회장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신임은 돈독했다. 강 부회장은 잇따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롯데쇼핑 BU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롯데쇼핑 통합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강 부회장으로선 신 회장의 신뢰에 부응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신 회장은 현 상황을 ‘경험 못한 위기’로 정하며 사장단 등에 대대적인 경영계획 수정을 주문하고 있다. 경영효율화에 방점을 찍고 비즈니스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롯데쇼핑은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로 꼽힌다. 지주사체제 전환 이전엔 실질적인 그룹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으며 롯데지주 출범 이후에도 중간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평가된다. 그룹 내 롯데쇼핑의 위상이 남다른 만큼 강 부회장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강 부회장은 체질개선 첫 번째 수단으로 구조조정을 지목했다. 롯데쇼핑은 3년 내로 전국 백화점·마트·슈퍼 점포 200개를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오프라인 점포 700여개 중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동시에 온라인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을 출범하며 온라인 시장 경쟁력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사원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200여개 오프라인 점포 폐점으로 기존 사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만큼 이들이 대대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실패 책임을 사원에게 전가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동조합(노조)의 입김과 행동력이 강력해진 만큼 노사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사업리스크와 마주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일단 롯데쇼핑 측은 점포 폐점에도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실상은 해고 통지나 다름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반발이 뒤따른다. 일례로 롯데쇼핑은 롯데 빅마켓 킨텍스점을 폐점하며 한 사원을 서울 서초점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용을 타고 이동해도 두 점포 간 거리는 34km가 넘는다. 대중교통 이용시 왕복으로만 3시간이 소요된다. 해당 직원 외에도 다른 직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부분 30km 이상 떨어진 점포에 재배치 된 것으로 알려진다.
하루 일당이 10만원에 못 미치는 마트 사원들에겐 감당하기 힘든 거리다. 롯데쇼핑 재배치 통지 이후 상당 수 사원들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쇼핑의 재배치가 해고통지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점포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이며 그만큼 노사간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강 부회장은 경영효율화 과정에서 빚어진 노사갈등도 조기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와도 마주한 셈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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