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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진국적 현상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대못질 계속, 속전속결에다 일사천리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6-28 18:16:13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시골 고향길을 오고 갈 때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한다. 여러 나라에서 살아 봤지만, 한국만큼 산새가 수려하면서 아기자기한 곳도 드물다.
 
부존자원이 적다고 늘 투덜대긴 하지만 다른 위안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신(神)은 지극히 공평하다. 이렇게 좋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온갖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러 현장들을 보면 왠지 씁쓰레하다.
 
아직도 선진국이 되기에는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백두대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문경 지역이 태양광 발전을 한답시고 볼썽사나운 꼴로 변모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이처럼 무분별하게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참에 대못을 박아 되돌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로 들어가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로 인한 지역 내의 갈등이 연일 확대 재생산된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말 가관이다. 한밑천 잡겠다는 좀비와 기생충들이 득실득실하고, 비리와 부정이 난무한다. 한국판 그린 뉴딜로 판세가 더 커질 조짐마저 보인다. 워낙 서슬이 시퍼래서 막을 방도도 없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서유럽과 동유럽의 차이가 확연하게 큰 것을 목격하게 된다. 외형적으로 서유럽은 잘 짜여 있으면서 평온하고 매우 안정적이다. 반면 동유럽은 음침하고 우울하며 불안정하게 보인다. 19세기까지도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지만 지난 100여년 동안의 역사가 이들의 운명을 크게 갈라놓았다. 일순간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치고는 너무 가혹하고 치욕적이기까지 하다.
 
동유럽에서는 그 괴리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좀처럼 근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나의 유럽이 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이런 불균형과 불협화음으로 유럽이 다시 분열하는 ‘브렉시트(Brexit)’로까지 치닫고 있다. 한·일 간의 마찰이나 코로나 이전만 해도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해외 여행지가 일본이었다. 그렇게 욕하면서도 왜 그토록 자주 다니는지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이 간다. 우리와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일본 지방으로 갈수록 미처 간과했던 삶의 방식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토로하는 것을 자주 듣곤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특징을 보면 구분되는 점이 있다.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미래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단지 오늘 흡족히 사는 것에 충실하다. 버는 족족 쓰고 저축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일면 행복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은 늘 고정적이고 변화가 없다. 요즘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한 포럼이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 ‘부탄’을 본받자고 해서 눈길을 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한다고 현지를 방문하는 법석까지 든다.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21세기 최첨단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니 개탄스럽기만 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선진국 사람들은 옹색하지만, 절제를 미덕으로 여긴다. 항상 미래를 준비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결정할 일이다. 분명한 점은 선진국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기간 축적된 삶의 경험과 노하우에서 점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 수렴, 충격 흡수, 후유증 최소화를 위한 균형적 접근 등은 상실된 지 오래
 
이제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고 있는 경제 상황을 보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 찻잔처럼 불안하고 공허하다. 더 한심한 것은 더 많은 파이를 창출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있는 파이를 두고 나눠 먹기에만 급급하다. 흑백 혹은 양극단의 논리에 사로잡혀 한쪽을 틀어서 다른 한쪽으로 몰아주기에 혈안이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갈등은 갈수록 증폭된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정의와 불의, 공정과 불공정, 평등과 불평등, 도덕과 비도덕이 수시로 뒤집힌다. 가진 자는 모두 부도덕하고, 기업은 노동자나 환경의 적이며, 마침내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불공정 대상으로 내몰리는 참극까지 일어나고 있다. 시행 과정에서의 여론 수렴, 충격 흡수를 위한 단계적 이행, 후유증 최소화를 위한 균형적 접근 등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속전속결에다 일사천리다. 그것이 촛불정신이고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움직인다. 선거만 하면 연전연승을 하니 신바람이 날 만도 하다. 언제까지 이 광란(狂亂)을 두고 봐야 하나.
 
그러나 이제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국가 경제가 거의 파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4개월 동안 120조가 넘는 자금을 시중에 풀었지만, 기업이나 가계의 투자나 소비는 되레 줄었다. 기업과 가계의 빚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GDP의 2배로 늘어났다. 풀린 돈은 생산적인 곳으로 몰리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만 흐르다 보니 주가와 집값만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일자리는 더 줄어들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처참한 말로가 점점 가시권에 들어온다.
 
이 지경인데도 기본재난소득을 더 풀자는 어처구니없는 정치권의 거센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미래야 어떻게 되든 당장 쓰고 보자는 전형적인 후진국적 발상이 합리적 대안 제시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 아예 귀를 막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를 경계하고 견제해야 할 야당의 모습은 간데온데없다. 오히려 이를 반대라도 하면 지지율이 더 이탈할까 전전긍긍한다. 떼만 쓰면 이루어지는 이런 불합리한 사회 구조가 만들어내고 있는 참담한 해프닝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바뀌고 있는 대한민국, 새로운 주류로 등장한 이들에게 과연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맡겨야 하나. 신(新)주류로 부상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험난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국익을 방어해내고, 국가의 부(富)를 지속해서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인지 심히 의심이 간다. 권력의 핵심부에 들어가 있는 인물들을 보면 대부분 시민사회 운동권 출신들이 수두룩하다. 마침내 그들의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미래보다는 과거와 현재, 남의 장점보다는 약점과 치부, 생산적인 것들보다는 비(非)생산적인 것 등에 대해 함몰되어 살아온 그들의 삶의 여정에서 보면 지금 하는 일들이 대부분 정당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더 많은 지지자가 자기 진영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면 노선을 변경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은 시간 문제이다. 모두가 못살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그들도 다시 갈라설 것이지만 원점으로 되돌리기까지에는 더 많은 고통이 수반된다. 외부에서는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치켜세우지만, 내부에서는 후진적인 갈등과 모순으로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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