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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미(美)·중(中) 틈바구니에서 우리 선택지는

역사적으로 줄 잘못 선 나라들의 사례 기억해야, 국가가 일거에 풍비박산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7-06 21:33:24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20세기에 순간적으로 잘못된 줄에 서서 가장 큰 낭패를 본 대표적인 국가가 유럽의 헝가리다. 1, 2차 세계 대전에 연합군과 맞선 추축국의 대표 국가인 독일의 편에 계속 섬으로 인해 쓰라린 굴종의 역사를 경험했다.
 
이 결과로 국토의 70%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루마니아,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로비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에 분할되었다. 동시에 60% 이상의 인구와 80% 이상의 경제력까지 상실함으로써 유럽의 약소국으로 전락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의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二重)제국의 한 축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서쪽 수도인 빈과 더불어 부다페스트는 동쪽의 수도로서 화려함과 웅장함을 과시한 적도 있었다. 민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현재는 각기 다른 국가의 국민이 되어 처참한 비극의 역사가 잊혀 가고 있다. 줄을 잘못 선 결과치고는 그 대가가 너무나 참혹했다. 이렇듯 역사는 후세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으며, 그 시사하는 바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세계 대전이 멈춘 지 75년이 되고 있다. 지구촌에서 크고 작은 국지적인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세계적인 전쟁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외형적으론 평화로운 시대를 누리고 있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물밑에서는 여전히 국가 간의 위협과 경쟁이 중단된 적이 없다. 힘의 논리가 현재도 작동 중이며, 이에 따른 반목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념, 종교, 민족, 국경 등을 두고 진영 간의 싸움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으며, 제대로 된 국가들은 이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자국민의 안위와 경제적 번영을 모색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2차 대전 종전 후 1990년대 초까지 미국과 소련이 냉전(冷戰) 관계가 형성되면서 세계가 양분되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반세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소련이 백기를 들어 싱겁게 끝났다. 그 후 미국의 독주 체제가 한동안 지속되었지만 이제는 중국이라는 복병이 등장해 다시 미국과 줄 세우기 경쟁 분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현상을 두고 세간의 세 치 혀들은 G2 시대의 도래라기도 하고, 미국의 힘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G0의 시대라고 평가를 한다. 이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판단을 흐리게 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상반된 견해로 합의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통 보수론자들은 안보를 비롯한 종합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필연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 좌파진영들은 경제적인 이유와 장기적 이익 확보 관점에서 중국 편에 서는 것이 낫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식자층이나 이해집단의 의견도 분분하다. 자칭타칭 중국에 대한 지식이 많다는 사람일수록, 경제적 이해관계가 밀접한 기업일수록 상대적으로 중국에 많이 기울어져 있다. 일면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 않지만, 한편으로 자기 편향적인 모순에 빠져 있지나 않은지 새삼 되돌아볼 일이다. 이런 문제일수록 균형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중지(衆智)를 모으는 것이 현명한 순서다.
 
어정쩡하면 더 큰 불행 초래 가능성, 역발상(逆發想)으로 바른 선택을 하는 혜안 필요
 
미국의 영향력이 과연 예전보다 못한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으로 인해 작아 보이는 것인가. 제로섬 게임의 논리로만 보면 힘의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왔다 갔다 한다. 미·중 마찰이 잠시도 중단하지 않은 채 예측불허의 역습과 반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국가가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어 가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는 양국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야 하는 판이다. 와중에도 양국이 강수와 악수를 맞교환하면서 주변국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실제로 영리한 국가들은 철저하게 국익의 관점에서 편을 서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을 자극하지 않고, 최대한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줄타기를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러한 부류의 국가에 속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결하는 갈등의 정중앙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섣부른 경거망동을 할 경우 이들로부터 바로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진퇴양난이자 딜레마이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상황 판단과 예측 능력이 중요하다. 눈여겨볼 것은 최근 중국의 내상(內傷)과 외상(外傷)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보안법 통과로 개방보다는 폐쇄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방 27개국이 이의 폐기를 촉구하고, 미국은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결속력을 강화해주는 꼴이 되고 있다. 대만은 미국에 밀착하면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두 개의 중국’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기도 하다.
 
남중국해에서는 인공섬 건설로 동남아 국가들과의 마찰이 시한폭탄처럼 잠재되어 있고, 미국은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태세다. 인도와는 국경 분쟁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중국의 전선(戰線)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이 막무가내식 중국이 일방주의 방식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패착들이다. 내부적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 회복을 서두르고 있지만, 악성 부채와 구조 조정 지연 등으로 인한 뇌관들로 편할 날이 없다. 현재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들이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궁극에는 우리에게도 절체절명의 시기가 올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를 강요받을 수 있는 시점이 의외로 빨라질 수도 있다. 국제 정치나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이 중요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이 필요하다는 원론만으로 물타기를 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근시안적 접근보다는 보다 원시안적으로 현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략적 혜안이 요구된다. 트럼프 재선 등 미국도 여러 변수가 있지만, 중국 길들이기는 여론의 지지를 업고 있으며, 집권 정당의 색깔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고립은 더 노골화될 것이며, 이를 회피하기 위한 주변국에 대한 당근 제공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대세에 따르는 것이 순리이며,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진영에 서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우리의 어정쩡한 태도가 중국에 잘못된 기대감을 주거나, 도리어 그들의 우리 안에 갇혀 행동반경이 위축된다. 중국이 수세에 몰릴수록 우리에 대한 러브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역발상(逆發想)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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