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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가혹행위에 멍든 대한민국 체육계
영화 ‘극한직업’ 언급된 운동부 폭행…피해자는 평생 운다
학창시절 시작된 체육계 가혹행위…“부상 보다 맞아서 아픈 적이 더 많다”
김재훈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7-21 13:27:30
▲ 故 최숙현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故 최숙현 선수 동료들의 팀 내 가혹행위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사진=안현준 기자]ⓒ스카이데일리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故 최숙현 선수가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암암리에 벌어지다 수면 위로 드러난 체육계 비리에 전 국민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故 최 선수의 사건 이후 각종 가혹행위를 관행처럼 여기던 체육계의 각성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동안 체육계의 가혹행위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야구부는 맷집이 늘어서 나온다”는 대사로 다뤄질 정도로 공공연하게 자행돼 왔다. 특히 체육계의 만연한 가혹행위가 학창시절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학교 체육 교육 시스템의 전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끊이지 않는 체육계 가혹행위 사건…인권위 “대통령 주도 패러다임 변화 이끌어야”
 
故 최 선수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진 현 상황에서도 학교 운동부의 폭력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체육계는 물론 교육계도 운동부 폭력 사태 근절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운동부 관련 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유도 국가대표를 꿈꿨던 A씨는 15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시절 코치로부터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A씨는 훈련 과정에서 뺨을 수차례 맞아 고막이 파열돼 인조 고막까지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재수술까지 받았지만 지금까지 이명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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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코치가 단 한 번이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면 과거 일로 잊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며 “군사독재 시대처럼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체육계는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 다수의 전문가들은 체육계 가혹행위가 학교 운동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체육계의 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진=뉴시스]
 
청주의 한 고등학교 핸드볼팀에서는 선수 간의 폭행 사건이 일어나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7월 8일 한 고교 핸드볼팀에서 학생들 간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청주교육지원청과 함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진행 과정에서 해당 학교 핸드볼팀 학생 13명을 전수 조사한 과정에서 코치의 아들인 주장 B군과 선수 간 폭행 사건이 수차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팀은 내용을 심각성에 비춰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현재까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국내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15일 결정문을 통해 “오랜 기간 계속된 국가 주도의 체육정책과 여기서 비롯된 승리지상주의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체육계의 폭력·성폭력 피해는 계속될 것이 자명하다”며 “대통령이 행정 수반으로서 직접 중심이 돼 국가적 책무로서 인식의 대전환을 이끌며 장시간 왜곡돼온 체육계 폭력적 환경과 구조를 변혁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체육계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폭력·성폭력 피해에 대한 철저한 피해자 보호와 공정한 조사가 현재 다양한 체육행정 주체들이 운영 중인 제도와 기구로는 한계가 있다"며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와 공정한 조사 등 통합적인 관리를 위해 독립적 조사 권한과 전문성을 갖춘 국가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특히 인권위는 교육부 장관에게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자격 기준과 재임용 평가 기준에 폭력·성폭력 등 인권침해 징계전력이 반영되도록 하고 직무 내용에 선수 보호 의무를 포함해야 한다"며 "폭력·성폭력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방안과 가해자 징계 절차 및 징계 양형의 통일된 기준을 제시해 대학 및 각급 학교에서 시행되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수 시절은 끔찍했던 기억밖에 없다…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던 게 제일 큰 고통”
 
▲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실제 피해자들은 선수시절의 기억은 고통의 연속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뉴시스]
 
스카이데일리는 언론에 등장한 이들 이외에 실제 고교선수 시절 폭력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선수 생활을 일찍 그만뒀다는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봤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선수 시절은 끔찍한 기억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서울 모 고등학교에서 야구선수 생활을 했던 문모 씨(38세·남)는 선수 시절 2학년 때부터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을 차지할 만큼 실력이 출중해 장례가 촉망받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걷듭된 폭행에 의한 부상으로 결국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문 씨는 “선수 시절을 생각하면 좋았던 기억이 없다. 너무 맞기만 하다 보니 지금까지도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며 “당시에는 폭력이 일상이었고 훈련과 경기 중 당하는 부상 보다 맞아서 생기는 부상이 더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 선수에 포함된 것이 선배들의 주된 폭력의 이유였다. 주전으로 올라선 후의 선배들의 폭력이 심해졌다”며 “실책이나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경기 중에 끌려가서 맞기도 했다. 당시에는 폭력에 대한 분노보단 언제 끌 날지 모르는 상황에 두려움이 더 컸다”고 고백했다.
 
문 씨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한 김모 씨(38세·남)는 “단체 스포츠 특성상 선수단과 합숙하는 기간이 길었는데 그 시간이 지옥과도 같았다”며 “선배들은 고된 훈련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우리에게 풀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신체적 폭력은 기본이었고 정신적 폭력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며 “훈련 중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몇 시간 동안 야구공만 보고 있기, 인신공격 등 심지어 부모님 욕까지 하는 걸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가 당하고 있는 일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로는 내가 말한다 해도 고쳐질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을 그만둘 때에는 야구를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보다는 이제 맞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대학교까지 축구 선수를 했다는 이민우(28세 남) 씨도 거듭된 폭행으로 결국 운동을 그만두기에 이르렀다. 그는 “선수 시절 행해지던 폭력은 일상이었다. 그때는 맞으면서 운동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다”고 회상했다.
 
미드필더 포지션이었던 이 씨는 “경기 중 공격수 선배에게 패스하지 않거나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하면 경기 종료 후 심하게 맞았다”며 “폭행으로 어깨를 심하게 다쳐 며칠간 경기를 뛰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초등학교 시절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 국가대표의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꿈을 포기한 이유가 나 스스로가 부족해 그만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그만둔 것이 억울하다”며 “체육계의 폭력 사태가 없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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