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중소기업 재직자입니다. 빠듯한 살림에 혹시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뭐라도 해보자 해서 원룸 투자를 하게 됐습니다. 아이들 옷은 전부 얻어 입히고 만 원짜리 티셔츠 한 장도 안사며 모은 돈으로 투자를 한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몇 년 전까지 임대사업자를 장려하던 정부가 이제 우리를 투기꾼이라고 몰아세우고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더군요.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투기꾼입니까.”
국민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으로 피해 입은 국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반발 수위는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초 온라인으로 시작된 반발 여론이 오프라인으로 확대됐고 집회 참여 인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최초 부동산 정책에 국한됐던 반발 여론이 점차 타 정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청년들의 집단 반발, 세재개편에 따른 국민조세저항운동 등이 모두 하나로 결집돼 반정부 규탄 집회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각각의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은 하나 같이 “어떤 국민도 정부 정책의 피해에서 예외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를 외치고 있다.
“어렵게 돈 모아 간신히 원룸하나 샀는데…정부 투기꾼 취급에 억울하고 원통”
지난 25일 광화문 예금보험공사 앞에서는 정부 정책에 분노한 국민들이 집회를 벌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은 약 5000명에 달한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성별, 나이, 지역 등과 더불어 정치적 성향도 제각각 이었다. 심지어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집회에 참석한 한 아이는 ‘임대차 3법 위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며 “열심히 일해서 이뤄낸 것들을 하루 아침에 투기성 불로소득으로 치부하고 있는데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참석했는데 사람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토요일에는 2호선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집회가 열렸다. 당시 모인 사람들은 약 500여명 안팎으로 추산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 열린 집회에는 무려 10배가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부 정책의 피해자’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일례로 집회에 참여한 한 남성은 2018년 6월 대단지 아파트 입주 당시 전세 물량이 많아 속앓이를 하다 결국 대출을 받아 잔금을 내고 월세로 임대를 내놨다. 그러나 월세 역시 물량이 많았고 결국 시세보다 20만원 가량 낮은 월세로 계약했다. 만약 올해 9월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는 상황에서 임대차3법이 소급적용 된다면 그는 시세보다 낮은 월세로 8년 가까운 기간을 재계약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해당 남성은 “재계약을 앞두고 세입자에게 현 시세가 이러하니 가까운 금액에 재계약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자 되돌아 온 대답은 ‘갑질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며 “너무 억울해서 잠도 안오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재산세, 임대소득세 등 세금 부담이 커져도 불만 없이 잘 내고 있음에도 임대인은 국민 대접조차 못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임대차3법은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제 등이다. 여기에 최근 추진되고 있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등을 포함해 임대차5법으로도 불린다.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임대등록 시 취득세와 재산세 혜택 축소안이,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에는 임차인 보증금 피해 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제외와 임대사업자 등록요건 강화안 등이 각각 담겼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대폭 축소되고 의무는 강화되는 셈이다.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 따랐더니 돌아온 건 세금폭탄…정부의 대국민 사기극”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 중에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재산 피해가 불가피한 이들도 여럿 포함돼 있었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 씨는 2018년 3월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했고 아내와 공동명의로 주택을 3채 소유해왔다. 앞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어렵게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주택을 매입하고 임대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임대주택 1채는 지분율 논쟁으로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그는 충격에 빠졌다. 앞서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해 적극적으로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그동안 얻은 수익금 거의 전부를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세청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특례와 관련해 하나의 주택을 부부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양도소득세 혜택을 줄 수 없다고 해석했다. 조세특례제한법이 각 개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규정하는 만큼 소유 주택도 따로 계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장기임대주택 사업자가 등록 주택을 8년 이상 임대하고 임대료와 보증금의 인상 규정을 지키면 양도소득세를 50% 공제해주는 법이다.
김 씨는 “등록 당시에는 국세청 및 지자체·시청이나 세무서에서는 한 마디 설명도 없이 접수받았는데 이제 와서는 모든 기관들이 ‘잘 몰랐었다’ ‘기재부에 질의해봐라’ 등의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사유재산과 직결된 사안을 두고 국가가 자의적 해석해 소급적용을 한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등록을 장려했던 정부·여당이 임대사업자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규제를 잇따라 내놓자 반발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결사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집회·소송 등 집단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협회를 구성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각 규제의 소급 적용 등에 대해 헌법소원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 “집주인 옥죄면 세입자도 피해…범국민 정부 규탄 집회 벌어질 것”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여당 부동산 정책의 반발 여론이 앞으로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의 직접 피해 뿐 아니라 간접 피해까지 피해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대인 위주의 반발 여론은 점차 임차인으로까지 확대돼 결국 범국민 집회로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임대차3법 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벌써 전셋값을 올려 받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달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소재한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84㎡(25평)형 전세 시세는 한국감정원 기준 7억5000만원~8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말 7억3000만원~7억8000만원보다 최대 5000만원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현재 호가는 8억7000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임대인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예고되자 그 부담이 벌써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정부 규제가 실시된다면 전세 시세는 더욱 올라 이자부담 등 임차인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최저시급 인상이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서민의 피해로 돌아왔듯 임대인에 대한 규제 강화의 부담은 임차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당장 전셋값을 올리지 않더라도 추후 반전세로 돌아서거나 수선비 등의 명목으로 부담을 충당하는 특약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정부와 여당이 집값을 잡지 못해 궁지에 몰리다 보니 위헌의 소지가 있는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최소한의 서민 보호 외에는 시장의 손에 맡기는 방향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자세다”고 조언했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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