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수도권 집값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가 결국 공시지가까지 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을 통해 연간 3%씩 올려 5~15년에 걸쳐 공시지가를 시세의 90%까지 올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또 다시 새로운 정책을 꺼내들었다. 세금 책정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지가를 호가 대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집값 고공행진의 원인을 다주택자에 있다고 보고 세부담을 늘려 집을 팔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에 부동산업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집값 안정화가 아닌 다른 곳에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세제를 개편했을 때 세금압박만으론 집값 하락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은 결국 세수 부족을 채우려는 꼼수 증세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집값안정 효과 없는 세금압박 카드 또 꺼내든 정부…“차라리 세수부족 시인해라”
문재인정부는 서울·수도권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들에 있다고 보고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다. 급기야 세법까지 손을 대 세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집값·임대료만 상승했고 증여 사례도 크게 늘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 1주택자나 세입자들의 몫이었다. 세부담을 늘려도 집값 안정화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 정부는 또 다시 세금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금 책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를 호가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집값이 올라 조세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집값을 올려놓은 장본인이 집값을 핑계로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5~15년에 걸쳐 시세의 90% 수준까지 올릴 계획이다. 단기간에 공시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연간 약 3% 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 65.5%,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 69% 등의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은 5~10년, 단독주택은 7~15년, 토지는 8년에 걸쳐 현실화율이 90%로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 1주택자들에 대한 당근책도 제시했다. 내년부터 6억원 이하 아파트의 재산세율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과세표준 구간별로 0.05%씩 낮춰 △공시가격 1억원 이하는 최대 3만원 △1~2억5000만원 이하는 3~7만5000원 △2억5000만원~5억원 이하는 7만5000원~15만원 △5~6억 원 이하는 15~18만원 등이 감면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8억대로 정작 재산세율 감면 혜택을 받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1주택 가져도 강남·강북 전부 세금폭탄…“공시지가 인상은 집값 안정화 포장된 국민 증세”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공시지가를 크게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기존 주택을 소유한 이들은 주택수와 무관하게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내년부터 1주택자라도 보유세 부담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의 경우 5년 동안 약 3배 이상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정부가 새로 제시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기반으로 보유세율을 시뮬레이션한 추정치를 보면 당장 내년부터 고가주택의 보유세는 수백만원 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20억7200만원, 시세 33억원 정도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올해 907만원에서 내년에는 1328만원으로 1.4배가량 늘어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달성하는 2025년에는 보유세 부담이 4754만원으로 5.2배로 증가한다.
공시지가 9억원 이하인 경우에도 장기적으로는 보유세 상승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마포구 도화현대홈타운은 올해는 종부세 없이 재산세만 128만원가량을 내지만 2027년부터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고 2030년에는 보유세(재산세+종부세)로 443만원을 낼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사실은 전 국민 세부담 증가라는 효과를 낳을 공시지가 인상이 집값 안정화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보유세가 크게 늘었지만 양도세 역시 함께 올라 당장의 매도보다는 증여 등의 다른 방안을 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2021년 이후 양도분부터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현행 40%에서 70%로 인상하고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은 현행 기본세율(과세표준 구간별 6∼42%)에서 60%로 인상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이 세부담 증가로 주택을 팔려 해도 팔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퇴로를 막아 놓고 세부담을 늘리는 것은 결국엔 증세 외에 다른 효과는 염두하지 않은 조치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그동안 숱한 과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집값이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만 나타났다”며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을 펼친다 하더라도 거래량은 감소할 수 있으나 가격은 아무리 좋게 봐도 보합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고 내년 규제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이 늘어날 전망이라 다주택자의 주택추가 구매를 제지하는 효과는 기대할만하다”며 “다만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은 당장 늘어난 세부담에 큰 충격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거 약자만 잡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 현실화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비할 것이다”며 “이미 예전부터 현실화율을 100%로 높인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만큼 사실상 현재 부동산 시장에 해당 내용이 이미 반영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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