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매년 명절이면 인파로 북적이던 전통시장의 풍경과 달리 올해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황량만 모습만 연출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명절 특수마저 사라질 것으로 보여 시장상인들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스카이데일리는 다가오는 설을 맞아 서울 주요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60년 전통 영등포시장…“명색이 서울 3대 시장인데” 스산한 분위기 물씬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영등포 전통시장은 1965년에 개설됐다. 주로 농산물, 건어물 도소매를 기반으로 순대골목 음식점들이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다. 약 300여 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는 서울 최대 재래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화려한 명성과 달리 시장 입구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부 상인들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생계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20년 가까이 붕어빵 장사를 해온 김진국(77) 씨는 “오랫동안 한 곳에서 장사하면서 이렇게 사람들의 흔적이 없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며 “예전 같았으면 설 명절 가족들끼리 시장에 방문해서 장을 보곤 했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고 털어놨다.
시장 내부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의류상가 안에는 인적을 보기 힘들 정도로 적막함만 감돌았다. 평소같으면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 옷들을 구매한다는 게 상인 주장이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5인 이하도 채 안됐다.
장바구니 물가가 인상된 것도 전통시장 발길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라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산물 소비자가격이 전년보다 11% 올랐다. 특히 채소·과일 등 농산물은 폭설과 한파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전년 같은 달보다 11.2% 오르면서 밥상 물가가 급등했다.
바로 옆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유재민(여·가명) 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유 씨는 “이 곳에서 50년 가까이 장사했고 3대째 물려받고 있지만 최근 농산물 및 채소가격이 급등한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감소한 부분도 작용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시장 상인들 대부분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소비자들의 발길이 위축된 게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위해 현실에 맞는 대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넘게 영등포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서영주(62) 씨는 “작년 추석 연휴 때도 사람이 텅텅 비었었는데, 설마 설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명색이 서울 최대 시장인데 이 정도로 사람이 없는 건 심각한 문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나라에서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렌디 먹거리 많은 용산 용문시장…“예년 비해 유동인구 큰 폭 감소”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문전통시장은 1965년에 형성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여기에 예로부터 용산과 마포를 잇는 가교 같은 곳이기도 하다. 최근엔 젊은 세대의 유입으로 트렌디한 먹거리가 많은 시장이다. 영등포 시장과는 달리 이곳은 나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주변 상인들은 예년 설날이나 추석과 비교하면 이는 ‘새발의 피’라고 입을 모았다.
40년 넘게 호떡 장사를 하고 있는 이금자(여·71) 씨는 “겉으로 사람이 많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감소했다”며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는 것만으로 흡족감과 행복을 느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유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 씨는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전 국민의 보편적인 지원보다는 정말로 힘든 피해 계층에 집중지원하면서 손실을 보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어차피 지원해준다는 금액도 피해를 제대로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말로만 생색내고 있는 것 같다”며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코로나 피해 계층에 국한해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꼬집었다.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는 오상우(가명)씨는 “20년 가까이 장사를 해왔지만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긴 처음이다”며 “그나마 설 연휴시즌이라 사람들이 어느 정도 붐비지만 명절이 끝나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되기까지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도록 형평성 없는 방역 조치는 개선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및 소비자물가 상승 여파 등으로 소비자들이 외출과 대면 소비를 꺼리는 추세다”며 “전통시장 상인들의 고통이 가중된 만큼 정부가 실효성과 형평성을 갖춘 방역 조치와 전통시장 소비 활력 제고를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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